홈택스 어려운데 전화도 불통…종소세 납세자들 ‘분통’
난해한 세법 용어에 ‘혼란 가중’
디지털 소외계층 불만 역시 폭증
국세청, "AI 활용 등 불편 줄일 것"

"세금을 내려고 해도 물어볼 데가 없습니다."
13일 서광주세무서 1층 민원실 앞 대기실. 평일임에도 번호표 전광판을 바라보는 시민들로 대기석이 가득 찼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위해 방문한 이들은 서류철과 휴대전화를 번갈아 확인하며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대기실에서 만난 한 납세자는 "매년 5월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세법 용어가 너무 어려워 결국 세무서를 찾게 된다"며 "작년 월말쯤 왔을 때는 몇 시간씩 기다렸는데 아직 중순이라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이 본격화되면서 세무서 상담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화 연결은 장시간 되지 않고, 현장 창구 역시 대기 인원이 몰리면서 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택스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직장인, 자영업자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13일 납세자들과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작된 이후 전국 세무서 대표번호와 종합소득세 담당 부서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일부 세무서는 하루 종일 통화 연결 자체가 어렵고, 어렵게 연결되더라도 홈택스 안내나 다른 부서 연결만 반복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납세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진행하다 포기 직전까지 갔다는 납세자 A씨는 "3시간 넘게 홈택스와 씨름했지만 오류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며 "세무서는 하루 종일 통화 중이고 창구도 대기 인원이 많아 이러다 무신고자가 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납세자 B씨 역시 "이틀 동안 세무서와 국세청에 계속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며 "포털 검색까지 해가며 공부했지만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간편장부, 복식장부, 기준경비율, 단순경비율 같은 용어부터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안내문도 세무공무원 눈높이에 맞춰져 있어 처음 신고하는 사람은 따라가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종합소득세 신고 구조 자체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인사업자 중심의 신고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자와 N잡러, 프리랜서, 온라인 판매업 종사자 등이 늘어나면서 신고 대상이 크게 다양해져서다.
특히 근로소득 외에 배달 플랫폼 수익이나 유튜브 광고수익, 강의료, 임대소득 등이 함께 발생할 경우 소득 유형별 신고 방식이 달라지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 근로소득자였던 직장인들도 부업이나 투자수익이 생기면서 처음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세무업계에서는 올해 신고 시즌 혼란이 예년보다 체감상 더 크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영업자 위주였다면 지금은 일반 직장인까지 신고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며 "세법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홈택스만 보고 혼자 처리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홈택스 시스템은 전자신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지만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이나 비숙련 이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류 메시지가 발생해도 원인을 이해하기 어렵고 신고 항목 역시 일반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직접 세무서를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상당수 납세자들은 세무서 운영 시간이 근무 시간과 겹쳐 사실상 전화 상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신고 기간에는 상담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전화 연결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전화 연결만 하루 종일 시도했다", "홈택스 오류가 떠도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 "세무사 비용 부담 때문에 직접 신고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신고 편의성 개선을 위해 홈택스·손택스·ARS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모두채움' 안내 대상자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수입금액부터 납부·환급 세액까지 미리 계산해 안내하고, ARS 한 통으로 신고를 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또 홈택스 내 생성형 AI 챗봇 서비스를 도입해 신고 관련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고 기간 동안 문의가 단기간에 집중되면서 응대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측은 "광주청 관내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 대상자만 100만명을 넘는 상황에서 창구 운영과 현장 상담까지 병행하다 보니 한정된 인력으로 모든 전화 문의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AI 챗봇과 홈택스·손택스·ARS 등 비대면 채널 안내를 강화하고 신고 기간 전화 응대 인력과 창구 운영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납세자 불편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단순한 온라인 전환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신고 자체를 포기하거나 세무대리인 비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무 행정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질수록 '디지털 소외층'을 위한 보완책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 관계자는 "단순히 '홈택스를 이용하라'는 안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복잡한 세법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고, 일반 납세자 눈높이에 맞춘 상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