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여자축구단, 여권 들고 입국…“환영합니다” 환호에 무반응
리유일 감독, 취재진 질문에 무반응
입국장 도착 4분 만에 숙소로 향해

“내고향여자축구단 환영합니다!”
17일 오후 2시54분께, 감색 정장 차림의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인천공항 1터미널 에이(A)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입국장 주변은 실향민 단체와 통일 단체 회원들, 공항을 이용하는 시민들 환호로 가득 찼다. 북한 여자 축구 선수들의 방남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만으로, 클럽팀이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인천공항에는 현철윤 내고향여자축구단장과 리유일 감독, 선수 23명과 지원 인력 등 모두 34명이 입국했다.

입국장 주변은 오전부터 삼엄한 통제가 이어졌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내고향여자축구단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이 내걸리고 ‘환영’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든 이들도 적잖았다. 입국장 문이 열리고 마침내 리유일 감독 등이 등장하자 수십 개의 카메라가 플래시를 터트렸다. 뒤이어 흰 블라우스에 감색 재킷과 치마,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선수들이 여행용 캐리어를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 일부는 한 손에 여권을 쥔 모습도 포착됐다. 앞서 통일부 쪽은 남북을 ‘두 개 국가 관계'로 규정한 북한 쪽 입장에 따라 선수들이 여권을 제출할 가능성에 대해 ‘공식적인 입국 심사 자료로는 쓰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에 따라 북한 시민이 방남할 때는 ‘남한 방문증명서’만 필요하다. 통일부는 이날부터 24일까지를 방남승인기간으로, 내고향여자축구단에 대한 방문증명서를 승인했다.

취재진 등이 선수들을 향해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선수들은 다소 긴장한 듯 굳은 표정으로 두 줄로 선 채 버스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사령탑인 리 감독도 “입국 소감이 어떤지” “경기 전략은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답 없이 버스로 향했다.
북한에서 한국에 온 지 20년 된 이은혜(56)씨는 “고향 사람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나왔다”며 “내가 고향에 갈 수 없으니, 이렇게 남한에 와주니 너무 반가운 마음뿐이다. 서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 이용객들도 선수단 입국 소식에 발걸음을 멈췄다. 소셜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를 중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가족 배웅을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지정현(73)씨는 “남북 경기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관계가 풀린 것 같이 느껴져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며 “오늘 입국을 하는지 몰랐는데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기쁘고, 이런 스포츠 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관계가 하나씩 풀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선수단이 탄 버스는 이날 오후 2시58분께 경기 수원에 있는 숙소로 곧바로 이동했다. 선수단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치른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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