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자원순환 정책, ‘버리는 행정’에서 ‘되돌리는 생활 실천’으로

유제원·김태훈 2026. 5.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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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가게 20곳·무인회수기 18대 운영 확대
RFID 종량기 1천295대 보급, 음식물 폐기물 감량 기반 강화
지난해 시민 2만 명 참여, 고품질 재활용품 59톤 회수
분리배출 교육·체험 홍보 병행…생활 속 탄소중립 확산 관건
시민 편의·참여 지속성 높여야 순환경제 정착 가능
덕양구청에 설치된 순환자원 무인회수기 사용 및 대기 현장. 김태훈 기자

고양특례시의 자원 재활용 정책이 단순한 쓰레기 수거와 처리 중심에서 '시민 참여형 자원순환 체계'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생활폐기물 관리는 종량제봉투 사용, 재활용품 분리배출, 음식물쓰레기 별도 배출 등 기본 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명 페트병, 캔, 종이팩 등 고품질 재활용품을 따로 모으고, 시민에게 포인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시는 올해 자원순환가게와 순환자원 무인회수기 운영을 확대하고, RFID 방식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기 보급과 관리 기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과 홍보, 체험형 프로그램을 더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분리배출을 실천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 쓰레기 처리에서 자원순환으로
고양시의 생활폐기물 정책은 오랜 기간 '정해진 요일에, 정해진 품목을, 올바르게 내놓는 것'에서 출발했다. 종량제와 분리배출 제도는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기본 장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재활용품이 섞여 배출되거나, 오염된 상태로 버려져 선별 과정에서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특히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 지역에서는 공동주택보다 배출 관리가 어렵고, 품목별 기준도 시민 입장에서 헷갈리기 쉬웠다. 이에 따라 정책의 무게는 단순 안내에서 생활 속 참여와 교육으로 옮겨왔다. 이제는 '재활용품을 내놓는 것'뿐 아니라 '깨끗하게 비우고, 씻고, 라벨을 제거해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으로 배출하는 것'이 핵심이 됐다.

이 같은 흐름은 투명 페트병 별도 배출, 종이팩 분리, 폐건전지 수거,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제 등으로 구체화됐다. 고양시가 최근 자원순환가게와 무인회수기를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이다.

◇ 포인트로 참여 높이는 자원순환가게
고양시가 운영하는 자원순환가게는 시민이 깨끗하게 분리한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품목별 무게를 측정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상 품목은 투명 페트병을 포함한 플라스틱류, 캔류, 종이팩 등이다. 일정 포인트 이상이 쌓이면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어 시민 입장에서는 분리배출이 환경 실천이자 생활 속 보상으로 연결된다.
덕양구청 가로수길에서 열린 고양자원순환가게. 사진=고양시청

올해 자원순환가게는 전년보다 5곳 늘어난 2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시는 오는 11월까지 정기적으로 주 1회 운영하며 시민 참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분리배출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자원순환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구조다.

순환자원 무인회수기도 확대되고 있다. 무인회수기는 AI 기술을 활용해 라벨과 이물질이 제거된 투명 페트병과 캔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 올해는 강선공원, 행신종합사회복지관 등에 7대가 추가 설치됐으며, 현재 13곳에서 총 18대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자원순환가게와 무인회수기 포인트 적립에는 약 2만 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고품질 재활용품 59t이 회수됐다. 단순 수거량 이상의 의미도 있다. 시민들이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분리해야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배출 단계에서부터 재활용 품질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 음식물쓰레기, '버린 만큼 부담' 구조로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도 고양시 자원순환 정책의 중요한 축이다. 대표적인 장치는 RFID 종량기다. RFID 종량기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자동으로 계량하고,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는 시스템이다. 많이 버리면 더 부담하고, 줄이면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음식물류 폐기물 RFID 종량기. 사진=고양시청

현재 고양시 지역 내 공동주택에는 시 지원과 건설사 설치분을 포함해 RFID 종량기 1천295대가 보급돼 있다. 시는 신규 공동주택에 RFID 종량기 설치를 의무화해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올해 안으로 공동주택 61곳에 RFID 종량기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선도적 감량 노력도 병행된다. 시는 지역 내 공공기관 구내식당 7곳에 대형감량기를 설치해 조리와 배출 단계에서부터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고 있다. 최근 3년간 고양시 음식물류 폐기물이 연평균 약 2천700t씩 감소한 점은 시민 실천과 제도 개선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민 입장에서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공동주택 관리 측면에서는 악취와 수거 부담을 줄이고, 도시 전체로는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RFID 장비 유지관리, 고령층 사용 편의, 단독주택 지역 적용 확대 등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 홍보·체험으로 생활 속 분리배출 확산
고양시는 자원순환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과 홍보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고양국제꽃박람회 기간에는 자원순환 홍보부스를 운영해 시민들이 정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홍보부스에서는 수도권 직매립 금지 정책과 자원순환 필요성을 알리는 전시가 진행됐다. 올바른 분리배출 방법, 자원순환가게, 순환자원 무인회수기, 음식물류 폐기물 RFID 종량기 등 주요 시책도 함께 안내됐다.
고양국제꽃박람회 기간 운영된 자원순환 홍보체험관 부스 모습. 사진=고양시청

이동식 무인회수기를 활용한 페트병 투입 체험, 포인트 적립 체험, OX 퀴즈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시민들이 글로 된 안내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입하고 적립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분리배출 기준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분리배출 정책은 제도만으로 정착되기 어렵다. 라벨을 떼야 하는지, 내용물을 얼마나 비워야 하는지, 종이팩과 일반 종이를 왜 따로 내야 하는지 등은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접하고 익혀야 생활 습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축제와 행사 현장을 활용한 홍보는 자원순환 정책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 기대와 과제 엇갈린 시민 반응
시민들은 자원순환 정책이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산동구 정발산동에 거주 중인 신우창(40) 씨는 "예전에는 페트병을 따로 모아도 제대로 재활용되는지 체감하기 어려웠는데, 무인회수기에 넣고 포인트가 쌓이는 것을 보니 아이들과 함께 분리배출을 더 신경 쓰게 됐다"며 "작은 보상이지만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거주 중인 김아영(55) 씨는 음식물류 폐기물 RFID 종량기에 대해 "처음에는 사용이 번거롭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버린 만큼 비용이 나온다는 점이 분명해지니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려는 의식이 생겼다"며 "가정에서도 장을 볼 때 필요한 만큼만 사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접근성과 홍보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덕양구 화정동 단독주택단지에 거주 중인 이미열(58) 씨는 "덕양구청에 무인회수기가 있다는 것을 여태까지 몰랐다"며 "운영 장소와 시간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아파트 게시판, 학교, 동 행정복지센터,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반복적으로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고양시 자원순환 정책이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생활권별 접근성 확대와 지속적인 홍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자원순환가게가 주 1회 운영되는 만큼 직장인, 맞벌이 가정, 고령층 등이 이용하기 쉬운 시간대와 장소를 확대하는 것이 향후 참여율을 높이는 관건으로 꼽힌다.
고양시 자원순환 정책 요약 이미지. 사진=ChatGPT

◇ 시민 편의와 순환경제 정착이 관건
고양시 자원순환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재활용품은 더 깨끗하게 모으고, 음식물류 폐기물은 덜 버리게 하며, 시민 참여에는 보상을 더하는 구조다. 이는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기반을 만드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시민들에게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자원순환가게와 무인회수기를 이용하면 분리배출이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소액 보상과 연결된다. RFID 종량기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게 한다.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가 정착되면 재활용품 선별 효율이 높아지고,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참여의 지속성이다. 자원순환가게가 주 1회 운영되는 만큼 시민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지, 무인회수기 설치 지역을 생활권별로 얼마나 촘촘히 확대할지, 단독·다세대주택 지역의 분리배출 편차를 어떻게 줄일지가 중요하다. 포인트 보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교, 공동주택, 상가, 축제 현장을 아우르는 반복 교육도 필요하다.

시 관계자는 "생활 속 실천이 자원순환의 출발점인 만큼 시민 참여형 자원순환 정책을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며 "올바른 분리배출 문화 정착을 시작으로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가능한 순환경제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고양시의 자원 재활용 정책은 이제 쓰레기를 '처리'하는 단계를 넘어, 시민이 함께 자원을 '되돌리는' 단계로 향하고 있다. 정책의 성패는 행정의 시설 확충뿐 아니라 시민들이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유제원·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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