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부럽지 않은 효성중공업…이젠 ‘포스트 슈퍼사이클’ 준비할 때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6. 5. 1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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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發 전력 수요 폭증…전력기기 사업 ‘풀가동’
디지털 솔루션 플랫폼으로의 ‘개념설계’ 역량 강화가 관건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 어떤 악재에도 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삼전닉스' 신드롬에 가려져 있지만 이들 기업 못지않게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효성중공업이다. 지난해 4월30일 49만원 선에 머물던 효성중공업 주가는 현재 420만원을 웃돌며 파격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효성그룹은 오랜 역사에도 대중적인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소비자 중심의 B2C 사업보다 섬유, 산업자재·첨단소재, 중공업, 화학 등 B2B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사업을 시작하고 ATM 기기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 효성이란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효성중공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삼전닉스'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효성중공업의 주력 생산 거점인 창원공장 전경. 초고압 전력 설비 생산 및 수출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곳이다. ⓒ효성 제공

효성중공업은 현재 매출액과 영업이익 양면에서 그룹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1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그룹 내 실질적인 지원 주체'라고 표현할 정도로 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효성중공업의 3년간 매출액(2023년 4조3000억원 → 2024년 4조9000억원 → 2025년 5조9000억원)과 영업이익(2023년 2578억원 → 2024년 3624억원 → 2025년 7469억원)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이렇게 폭발적인 성과를 거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효성중공업의 주력 사업은 초고압 변압기, 송·변전 설비 등 전력기기와 플랜트·건설이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외부 환경 흐름을 민감하게 타는 산업 분야다. 우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을 얘기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밀도가 더 높기에 고효율, 대용량 변압기 역시 필수적인 장비다. 노후 전력망이 많은 미국이 인프라 교체에 나선 점도 호재다.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탄탄한 역량이 입증된 효성의 고효율·대용량 변압기, 초고압 송전설비 등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장에선 효성중공업을 '확실한 성장 스토리를 갖춘 기업'으로 평가한다. 북미 전력 인프라 교체, AI 데이터센터발(發) 전력 수요 폭증이 단기간에 사라질 흐름이 아니라서다. 초고압 변압기 역시 트렌드에 의해 개념설계가 쉽게 전환되는 제품·서비스 분야도 아니다. 글로벌 혁신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이 직접 진출하기 힘든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효성중공업의 경쟁력과 실적 호조는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 경영이 어려운 이유는 스토리와 리스크는 늘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데 있다. 전 국민이 삼전닉스, 효성중공업에 투자하며 모두 불안에 떠는 이유는 이들 기업의 주력 사업이 영원히 경쟁력이 지속될 수 없는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이다. 슈퍼사이클의 스토리는 '공급 과잉 → 가격 경쟁 심화 → 마진 축소'라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아울러 업황으로 인해 가려져 있지만 효성중공업은 전력기기와 건설 부문이 함께 운영되는 구조다. 효성중공업의 전력 분야가 성장성을 시장에 각인시키고 있지만 건설 분야는 미래 기대를 잡아먹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 둔화, 원가 상승, 프로젝트 지연으로 가장 타격을 쉽게 받는 산업이 바로 건설업이다. AI로 전력기기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 약화는 건설 사업의 확고한 걸림돌이다.

효성이 개발한 200MW 전압형 HVDC가 설치된 양주변전소 ⓒ효성 제공

디지털 솔루션·시스템 통합, '제2막'의 조건

단기간에 급등한 주가 역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효성중공업의 주가는 8만원대를 유지했다. 3년 만에 주가가 50배 이상 올랐다는 건 효성중공업의 탄탄한 실적 이외에 과도한 기대가 뒤섞여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500만원까지 올렸다는 건 기대가 선반영됐다는 의미다. 향후 호실적을 내더라도 시장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주가는 급락할 수 있다.

글로벌 전력기기 메이저 국가인 유럽과 일본, 중국이 시장을 레드오션으로 만드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특정 기업이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상황을 넋 놓고 구경할 경쟁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이들은 항상 그렇듯이 공격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를 통해 추격전에 나선다. 초고압 전력기기 분야에서 효성중공업은 경쟁사 대비 독보적인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차세대 전력망 및 범용·중저압 기기 분야는 치열한 격전장이다.

결국 효성중공업의 미래는 시장의 판도를 새롭게 전환할 수 있는 개념설계 역량에 달려 있다. 초고압 하드웨어라는 측면에서 효성중공업은 압도적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경쟁의 무게중심은 소프트웨어, 디지털 솔루션, 시스템 통합(플랫폼) 등으로 조금씩 이동할 것이다. 해당 영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솔루션 역량을 보완·강화해야 한다.

미래의 전력기기는 단순 하드웨어가 아닌 AI와 전력 인프라가 결합된 토털 솔루션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력망은 '발전+송전+변전+저장+제어'가 한 세트로 움직인다. 초고압 변압기를 넘어 재생에너지 등을 포함한 전체 전력망 솔루션까지 공급할 수 있는 혁신기업으로 효성중공업이 전환돼야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업황을 누리는 기업이 아닌 슈퍼사이클을 직접 주도하는 메이저 기업의 포지션을 거머쥘 수 있다.

시장은 효성중공업을 '황제주'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삼전닉스보다 더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고 진정한 선도 기업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다가올 전력 산업의 제2막을 스스로 주도해야만 한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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