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선’ 전성시대…AI 데이터센터·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특수에 호황 누리는 업계

손우성 기자 2026. 5. 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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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수요에 8000만㎞ 전력망 보수 필요
미국 송전선 70% 20년 이상 노후화
HVDC 케이블 등 고부가 제품 전략 성공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웍의 서스퀘하나 원자력발전소 앞에 건설되고 있는 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 모습. AP연합뉴스

국내 주요 전선 업체들이 올해 1분기 일제히 호실적을 올렸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유행과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 특수를 탄 결과다.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한 전략도 통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은 매출 2조437억원, 영업이익 9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5.1%, 영업이익은 16.9% 상승했다. 대한전선도 올해 1분기 1조834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604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고치다.

LS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가온전선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636억원, 영업이익은 2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일진전기는 매출 5061억원, 영업이익 507억원을 달성해 역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4개 전선 업체가 밝힌 호실적의 최고 공신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급증이다.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감당할 수 있는 초고압 전력망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데이터센터기구(IDCA)는 지난해 전 세계 대형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67.7GW(기가와트)로 집계됐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밝혔다. 2024년과 비교해 약 15% 증가한 수치다.

특히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은 전선 업체엔 기회의 땅이다. 미국 에너지부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모량은 최대 132GW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12%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2040년까지 전 세계 8000만㎞ 이상의 전력망 보수와 신규 설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내 업체는 이 흐름에 맞춰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대한전선은 미국에서 수주한 320㎸급을 비롯해 525㎸급 HVDC 땅속·해저케이블이 주력 상품이다. LS전선도 525㎸급 HVDC 해저케이블 등 장거리 대용량 송전 제품군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가온전선은 지난해 미국에 1000억원 이상의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전력망용 케이블을 수출했고 올해 2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의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도 호재다. 미국 에너지부는 미국 전역 송전선의 70%가 설치한 지 25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배전망의 40%가 40년 이상 된 상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신규 인프라 구축 사업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어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치솟은 구리 가격도 호실적 요인으로 꼽힌다. 구리는 전선 제조원가의 90%를 차지한다. 보통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조업체엔 부담이 되지만, 전선 납품 계약은 대부분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따라서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 판매 가격도 오른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가격은 지난 13일 1t당 1만4000달러(2100만원)를 기록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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