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와이어 달더니…로봇 스님 등장한 서울 연등회 현장 [제철축제]

문서연 여행플러스 기자(moon.seoyeon@mktour.kr) 2026. 5. 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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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연등 서울 밤 밝혀…3시간 이어진 연등행렬
로봇 스님부터 스누피등까지 각양각생 연등 나와
“연등회인지 락페인지”…세대·국적 초월한 축제

“불교 나 빼고 또 재밌는 거 하네.” “불교가 왜 이렇게 힙해.”

절에 다니지 않아도, 불자가 아니어도 불교 행사를 즐기는 게 어느새 ‘힙한 것’의 반열에 올랐다. 불교박람회와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찐’을 꼽으라면 단연 연등회다. 수만 개 연등이 서울 도심을 가득 메우고 세대와 국적을 넘어 모두가 함께 걷고 뛰며 즐기는 축제. 올해는 첫날에만 약 50만명이 찾아 4시간 가까이 서울 도심을 밝혔다.

연등행렬에 참여한 로봇스님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신라 시대에 시작해 국가 행사로 발전한 연등회는 국가무형문화재다. 2020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도 이름을 올렸다. 2026 연등회는 ‘마음은 평안으로, 세상은 평안으로’를 봉축 표어로 내걸고 지난 16일부터 시작해 17일까지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열린다.
로봇 스님까지 등장…10만 연등행렬
연등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연등행렬이다. 연등행렬은 오후 7시 흥인지문을 출발해 종로를 지나 종각사거리와 조계사 앞까지 이어졌다. 행렬에는 약 5만명이 참여했으며 각양각색 손불등 10만개가 서울 밤거리를 밝혔다.
연등행렬에 참여한 로봇스님들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올해 행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로봇 스님이었다. AI 시대 흐름을 반영해 휴머노이드 로봇 4대와 자율주행 로봇 ‘뉴비’ 2대가 행렬에 참여했다. 장삼과 가사를 두른 ‘석자’, ‘모희’, ‘가비’, ‘니사’ 로봇 스님들은 손불등 대신 얼굴에 푸른 조명을 밝힌 채 자율주행 로봇 뉴비를 따라 걸었다. 동국대학교 AI 로봇 ‘혜안스님’도 함께했다. 로봇 스님들은 탑골공원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로봇 스님이 지나가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신기하다”며 열광했고 시민과 외국인 방문객들도 흥미로운 광경에 즐거워했다. 연등회 측은 “AI 시대와 로봇 시대를 맞아 기술과 인간이 협력하고 융화하는 모습을 행렬로 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연등회 연등행렬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행렬 선두에는 연등회 깃발과 인로왕번, 오방불번, 취타대, 전통의장대, 사천왕 등이 등장했다. 연꽃지화 장엄과 육법공양등, 전통등 행렬까지 이어졌다.

행렬에는 조계사·봉은사·화계사·진관사·길상사·국제선센터 등 주요 사찰뿐 아니라 대학생불교연합회,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직장인불자연합회, 외국인 불교 단체들도 참여했다. 미얀마·태국·캄보디아·네팔·베트남·대만 등 해외 불교 단체들도 함께해 글로벌 행렬을 보여줬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연희단 퍼레이드에 처음 참가했다는 이서진(20) 씨는 “사람이 많을 거라 부담도 되고 떨렸는데 막상 나오니 다들 응원해 주시고 인사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연등행렬에 두 번째 참가했다는 유주연(27) 씨는 “저희는 연꽃등을 꽃잎부터 말아서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 나왔다. 개강부터 준비했고 한복까지 맞춰 입었다”며 “사람들이 예쁘다고 응원해 줘서 힘이 났다. 내년에도 기회가 되면 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 연등회 연등행렬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올해는 어린이 친화형 연등도 눈길을 끌었다. 스누피등과 루피등, 토마스 기차등 등 캐릭터 장엄등이 등장해 긴 행렬에도 새로운 볼거리가 끊이지 않았다.

행렬이 시작된 흥인지문부터 조계사까지 거리에는 시민들이 빼곡히 들어찼다. 3시간 동안 이어진 긴 행렬에도 사람들은 밝게 웃으며 “성불하세요”를 외치고 서로를 응원했다. 각양각색 연등이 끝없이 이어지며 보는 재미도 더했다. 오후 7시 무렵 시작한 행렬은 해가 지고 어두워질수록 오색 빛이 더욱 선명해 지며 서울 종로 거리를 빛냈다.

연등행렬 주요 행사는 연등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했다.

“연등회인지 록스티벌인지”…세대·국적 뛰어넘은 축제
서울 연등회 대동한마당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행렬이 끝난 뒤 종각사거리 특설무대에서는 ‘대동한마당’이 열렸다. 축복의 분홍 꽃비가 내린 밤하늘 아래 연등회 대표 프로그램인 강강술래와 꽃비 대동놀이 소리 공연 등이 이어졌다.

초반에는 인파가 몰리며 강강술래 진행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후 현장 정리가 이뤄지며 시민들이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시작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합류하며 함께 즐겼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젊은 층과 외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세대와 국적을 넘어 모두가 함께 즐기는 장면이 이어지며 ‘통합의 축제’라는 연등회의 의미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서울 연등회 대동한마당 강강술래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무대에서는 노라조 공연도 이어졌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뛰어노는 사람들이 이어지며 “연등회인지 록 페스티벌인지 헷갈린다”는 농담도 나왔다.

17일에는 조계사 앞 우정국로 일대에서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약 70개 단체가 129개 부스를 운영한다. 선명상 체험, 사찰음식과 비건 음식 시식, 외국인 등 만들기 대회, 국제불교교류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서울 연등회에 모인 인파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앞서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연등법회에서 “부처님께서 밝히신 진리의 빛을 따라 안으로는 내면을 평안하게 하는 등불을 밝히고, 밖으로는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화합의 등불을 들어야 한다”며 “오늘 우리가 든 연등 하나하나는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빛은 모든 미움과 편견을 거두고 자비와 지혜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앞당기는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며 “부처님오신날의 참된 의미를 가슴에 새기며 모든 이들의 삶 위에 자비의 빛이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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