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명 장애인 연주자의 1년여 소동, 마침내 ‘그들의 봄’ 열어젖히다

수원=박성훈 기자
눈을 감고 들어도 일반 교향악단의 연주와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 열린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의 제2회 정기연주회 ‘봄의 소동’에 대한 총평부터 하자면 그렇다.
경기리베라오케스트라는 장애인만으로 구성된 도립 예술단이다. 누구는 앞이 안 보이고, 누구는 귀가 어두워 소리를 듣지 못한다. 발달장애, 정신지체 탓에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도 있다.
이들이 비장애인, 그것도 어릴 적부터 다년간 고도의 예술교육을 이수한 단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필적하는 하모니를 만들어냈다는 건 관객에게 색다른 울림으로 다가온다.
1부 두번째 프로그램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팀파니 연주로 시작된다. 2부 첫 곡 차이콥스키의 ‘슬라브 행진곡’ 역시 낮게 깔리는 팀파니를 비롯한 퍼커션이 장중한 브라스를 이끌어간다.
팀파니 주자 백인준 씨는 청각 장애인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그가 박자를 맞추기 위해 지휘자의 입과 손짓에 끊임없이 보내는 시선은, 그가 청각장애인이란 걸 모르는 이는 느끼지 못할 감동을 준다.
이렇듯 요하네스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부터 베토벤의 운명교향곡 1·4악장까지 공연 내내 40명의 단원이 보여준 연주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완벽에 가까운 소리를 내기 위해 겪어온 서사가 오롯이 담겼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일반적인 클래식과는 차별된 하나의 장르로 탄생하고 있었다.

이들의 부모와 선생들은 늘 이런 잔소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얘야, 너는 머리가 좋은 아이가 아냐. 노력을 하니까 그만큼이나 하는 거야.”(나태주의 시 ‘인생 2’ 중) 그 경책이 인생의 길이 되어, 단원들은 한걸음 한걸음 완전을 향해 나아갔을 터였다.
중간엔 이런 장면도 있었다. 한 단원은 자신의 연주 순서가 끝나자 다리를 긁었다. 어떤 단원은 연주 도중 악보가 바닥에 탁 떨어졌다. ‘아이고, 야야….’ 이를 지켜보던 그들의 부모는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하지만 그 작은 불완전함, 잠깐의 흐트러짐을 가다듬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들의 모습이 더욱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은 여러번의 커튼콜 끝에 막을 내렸다. 모든 연주를 마친 박성호 지휘자는 오래 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으로 앞줄의 단원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환호 속에 한 클라리넷 단원은 두손을 번쩍 들며 화답했다.
제2회 정기연주회는 단원들이 지난 1년여 동안 온갖 요란한 소동을 겪으며 끝내 열어젖힌 봄, 그 자체였다. 공연을 마친 단원에게 꽃다발을 선사하던 가족과 친구들의 눈에 맺힌 눈물에 그날의 환희와 위안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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