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풍경 속에서 건져 올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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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한 번은 마주했을, 그늘 속 한 줄기 햇빛.
작가의 작업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1889~1976)가 언급한 '익숙함으로 인해 망각된 존재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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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까지 ‘사라짐과 지속의 공존’ 기록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한 번은 마주했을, 그늘 속 한 줄기 햇빛. 그곳에 빛이 비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은 이제 생명을 얻고 시선을 머물게 하는 장면으로 다가온다. 진주 PAC 갤러리에서 6월 7일까지 김선미 사진작가 개인전 <존재의 가치를 읽어줌>이 열린다. 존재와 부재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풍경을 지나치지만, 그 안에 머물러 있는 존재의 의미를 깊이 바라보는 순간은 많지 않다. 익숙함은 우리의 시선을 무디게 만들고, 많은 것들은 의미 없이 배경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번 작업은 그렇게 무심히 지나쳐 온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었다." (작가 노트 중)



작가의 작업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1889~1976)가 언급한 '익숙함으로 인해 망각된 존재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한다. 찰나의 화려함보다는 시간의 결이 스며 있는 대상들을 통해 사라짐과 지속이 공존하는 순간을 기록하며,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보여준다.
"이 작업에서 마주한 것들은 거창한 대상이 아니다. 빛이 스치고, 바람이 머물고, 시간이 쌓인 자리들 속에서 작은 생명은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그 미세한 흔적들 속에는 사라짐을 향해 가는 흐름과 동시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생의 숨결이 함께 깃들어 있다. 익숙함 속에서 잊혀진 존재들의 가치를 다시 읽어 보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그 바라봄의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지나쳐 온 모든 풍경 속에도 저마다의 시간과 의미가 흐르고 있었다는 것을."(작가 노트 중)
몇몇 작품에서는 무너진 구조물(폐허)과 함께 쑥부쟁이·나리꽃 등 들꽃이 중첩돼 긴장감을 형성한다. 작가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저마다의 존엄을 드러낸다. 절제된 태도는 여백을 만들어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투영할 자리를 마련한다.
박이찬 평론가는 '존재의 가치를 읽어줌'이라는 전시 제목이 어떤 선언이라기 보다는 태도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작가는 1949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사진영상을 전공했다. 2017년 '사진진주 작가상' 등을 수상했고, 서울·미국 뉴욕·중국 대리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며 작가로서 행보를 이어왔다.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