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8000피 시대 홀로 소외된 카카오…빈손 된 소액 주주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코스피가 미쳐 날뛰고 있다. 7999라는 숫자는 1년 전 코스피 지수의 3배가 넘는다. TSMC의 대만도, 빅테크의 미국도 전 세계 어느 나라도 1년새 이 정도의 상승세를 기록한 곳은 없다.
주변 개인 투자자들의 표정도 그만큼 밝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점은 항상 오늘이다. 들어간 시점에 따라 수익률 차이는 있지만 물려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친구들과 모여 주식 얘기를 할 때 울상을 짓는 친구는 카카오 주주밖에 없다. 돈 좀 벌었다는 지인들도 계좌 한켠에 카카오가 아픈 손가락으로 숨어있다. 보통 5년 전쯤 산 주식들이다.
지난해 6월 7만원을 넘어섰던 카카오의 주가는 4만원대로 추락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40위대 종목이지만, 코스피 상승률은 카카오와 먼 얘기다. 2021년 17만원선에서 거래되던 고점과 비교하면 지금의 주가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우리나라에서 자체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작업도 착실히 진행해 작년과 올해 1분기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히 광고 매출의 상승은 카카오 본업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회사 사정도 나쁘지 않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분리 상장된 자회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를 냈다.
자회사 본연의 비지배지분순이익은 551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커졌다. 회사 전체로 보면 어느 때보다 좋은 실적이다. 하지만 정작 카카오 본사 주주 몫인 지배지분순이익은 1717억원으로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 올해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가운데 4분의 1은 비지배지분으로 빠져나갔다. 카카오 주주가 아닌 분리 상장 자회사의 주주에게 귀속됐다는 의미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카카오 주가는 2.27% 하락한 4만5250원에 마감했다.
당시 코스피는 연일 최고치를 이어갔다. 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떼내서 상장할 때마다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어난다.
그만큼 모기업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주주들에게 회사는 보통 '각자 주력 사업에 집중하면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득한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니다. 자회사는 그들의 사업에 집중해 성장했다. 하지만 시너지 부분은 주주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네이버와 비교하면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은 더 두드러진다.
네이버의 당기순이익 중 비지배지분순이익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이 격차는 주가에서도 두드러진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약세를 보이지만, 카카오의 낙폭이 더 크다.
카카오 모회사 주주들에게 슬픈 소식은 이뿐이 아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번 실적발표에서 또 한번 AI를 강조했다.
5000만 이용자가 쓰는 에이전틱 AI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여기저기 쪼개진 자회사 수익과 달리 AI 사업의 청구서는 본사에 집중되는 구조다.
카카오 AI 부문 영업손실은 지난 1분기 360억원에서 매 분기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550억원 적자다. AI 관련 적자를 자회사는 얼마나 부담하나 살펴보기 위해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봤다.
카카오는 AI 관련 연구개발 비용을 모회사에 몰아주고 있었다. 오히려 과거에는 회계상 자회사의 비용으로 잡혔던 금액이 갑자기 모회사로 옮겨온 것도 있다.
작년 사업보고서에 적힌 2024년 카카오 별도 연구개발(R&D) 비용은 4225억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사업보고서에는 같은 항목이 5648억원으로 뛰었다.
주주들도 모르게 1423억원의 R&D 비용이 카카오 모회사로 붙은 것이다.
두 보고서의 연결 기준 총액이 동일한 것을 고려하면 자회사가 분담하던 R&D 비용이 갑자기 본사로 이전된 셈이다. 카카오 쪼개기의 시작이었던 카카오게임즈는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매각 결말이 카카오와 주주에게 해피엔딩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카카오가 지금 주주에게 줘야 할 것은 실적이 아닌 신뢰라는 점이다. 카카오에 물려 있는 주주들이 쉽게 손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명 사망’ 대참사…일본 뒤흔든 미국산 혈관염 치료제 쇼크
- “입 꾹 닫고 굳은 표정”…北내고향여자축구단 입국, 8년만에
- “그냥 심심해서”…새총으로 쇠구슬 쏴 택시 유리창 파손한 60대 아버지와 아들
- 음주운전 실형 받고도 또 ‘만취 운전대’ 배우 손승원…징역 4년 구형
- 에어포스원 막판 합류한 젠슨 황 “두 정상 놀라웠다”… 호랑이 가방 멘 머스크 아들도 ‘시선
- “죄송하다”던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반성문은 안썼다
- “이래 봬도 맹금류!”…상점 들어온 황조롱이, 119소방대 구조
- “임신했다, 가족에 알려줄까?”…20대女, 남친 속여 1000만원 뜯어내
- 금강서 여성 추정 시신 발견…경찰 “부검 진행”
- 전광훈 측 “출국금지는 도피 낙인…건강 안좋고 얼굴 알려져 그럴 상황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