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늘었지만 'K자형 양극화' 심화…"노동시장 유연화 시급"

국내 고용시장에서 산업·계층별 회복 속도 차이가 벌어지며 'K자형 고용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노동 이동성도 둔화되면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고용 흐름의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최근 고용시장의 특징으로 △K자형 고용 양극화 심화 △20·30대 '쉬었음' 인구 역대 최대 △노동 이동성 저하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K자형 양극화는 산업별·사업체 규모별·성별 등으로 격차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산업별로는 보건·복지업, 운수·창고업, 전문과학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한 반면 제조업·건설업·도소매업 등 전통 산업은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건·복지업은 고령화에 따른 돌봄·의료 서비스 수요 확대에 힘입어 취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2020년 이후 전체 일자리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건설업은 지난해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6.1% 감소하는 등 고용 둔화가 두드러졌다.
사업체 규모별 격차도 확대됐다.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고용 규모는 전년 대비 6.1% 증가했지만, 전체 고용의 약 90%를 차지하는 300인 미만 사업체는 2023년 이후 취업자 수 증가율이 0%대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 격차 역시 심화했다. 2023년 이후 남성 취업자 증가율은 0%대 또는 역성장을 기록한 반면 여성은 1~2%대 증가세를 유지했다. 서비스업 중심의 여성 고용 확대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고용양극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고착화하고 소득불평등 심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0·30세대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총은 "중소기업과 임시·일용직 일자리에서 이탈한 청년층이 '쉬었음' 인구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취약한 일자리에서의 높은 이탈 가능성과 고용 유지의 어려움에 따른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노동 이동성도 둔화했다. 지난해 입직률과 이직률을 합한 노동이동률은 9.8%로 △2021년 11.1% △2022년 10.7% △2023년 10.8% △2024년 10.2%에 이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경총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해 진입 장벽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과 정년 연장 등 특정 계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경직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고용 부담을 낮춰 신규 진입과 인력 재배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확산하고 유연안정성 기반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직무 전환과 일자리 이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철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최근 고용지표는 양적 확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K자형 양극화 등 구조적 불균형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며 "경직된 고용 규제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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