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전쟁 중인데…‘성과급 청구서’에 흔들리는 IT 코리아

김용수 시사저널e 기자 2026. 5. 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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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發 후폭풍…“영업이익 최대 30% 달라”
삼성전자 이어 카카오·LGU+까지…연쇄 파업 전운

(시사저널=김용수 시사저널e 기자)

"글로벌 기업과 AI 사업에서 생존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작 노조랑 협상하느라 힘을 빼고 있네요.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명문화가 이뤄지면 AI 투자가 위축될까 우려스럽습니다."

ⓒGemini 생성 이미지

"40조 증발 위기" 삼성전자 파업 초읽기

한 IT 업계 임원의 말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대표 IT 기업들이 잇따른 '성과급 청구서'와 연쇄 파업 전운에 휩싸였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 결정 후폭풍이 IT 업계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주요 IT 기업들의 노동조합(노조)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최대 30%'에 달하는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카카오 등 일부 노조는 총파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IT 기업들은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5월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린 2차 노사 임금협상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해 17건 넘게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날에도 오전 10시부터 11시간 넘게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틀째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번 사후조정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지급 기준 명문화 여부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연간 영업이익의 15%를 개인별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면서 노사 갈등이 시작됐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원 기준 45조원에 달하는 규모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 측은 일회성 성격인 특별 포상으로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산정 방식을 명문화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고, 노조는 2차 중노위 사후조정에서 당초 요구안 대비 1~2% 내린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사가 사후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파업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5월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2024년 7월에 이은 역대 두 번째이자, 최대 규모의 파업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글로벌 빅테크 대상 메모리 영업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5월13일 "사후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을 하면서 회사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저희는 더 이상 조정에 대한 입장이 없는 상태"라며 "사후조정이 진행되는 17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대기한 시간만 16시간이다. 바뀐 안건이 없는 상황에서 조정 연장을 하는 것은 총파업 동력을 저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결렬 선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아 파업까지 선택하게 된 것이고, 저희는 적법하고 정당하게 얻은 법적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긴급조정권 발동은 일단 생각하지 않고, 현재 회사와 추가적인 대화는 파업 종료까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빅테크 고객사가 포함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는 5월11일 입장문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상당한 수준의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병목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악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며 "전략 산업 내 노동 불확실성은 한국이 구축해온 안정적 제조·기술·공급망 허브로서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운영 안정성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암참 회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는 인공지능(AI) 서버·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수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카카오·LG유플러스도 성과급 갈등

성과급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특히 IT 업계 안팎에서는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활용하기로 한 사례가 노조 요구 사항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사 측과 협상이 결렬되자 5월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함께 참여했다. 지난해 카카오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44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수 4000명 기준 1인당 1500만원 수준의 금액을 요구한 것이다.

카카오 노조는 5월20일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 쇄신과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지노위 조정이 결렬되면 노조는 파업 등 쟁의행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면 카카오 창사 이래 첫 본사 차원의 파업이 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는 2026년 임금교섭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세부적인 보상 구조 설계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조정 절차를 밟게 됐다"며 "향후 진행될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조와의 대화 창구를 항상 열어두고 원만한 합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노조는 임금 총액 8% 인상과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임직원이 9800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1인당 2700만원 수준이다. 또 노조는 복리후생 확대 차원에서 임직원에게 우리사주 200주와 명절 상여금 각 200만원, 멀티 복지포인트 10만 포인트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요 IT 기업 노조가 잇따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면서 AI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IT 업계 임원은 "노동자들이 회사 성장에 기여해온 게 맞지만 모든 게 그들만의 성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AI 생태계를 둘러싼 생존 경쟁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이 사라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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