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 임대료에 안달하지 않는다" … 하이브 아트페어의 역발상
부스비 0원···위치·강연 등 '옵션' 판매로 수익

우리가 아는 아트페어의 모습은 대개 이렇다. 광활한 전시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부스들. 그 사이로 관객들이 정처없이 헤맨다. 몇몇 유명 작가의 작품이 모퉁이를 돌 때마다 반복해서 튀어나온다. 내게 맞는 작품을 찾는 재미는 있어도, 아트페어라는 하나의 전시를 보는 재미는 없다.
아트페어에 참여하기 위해 거액을 지불한 화랑들이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팔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최대한 모아 마구잡이로 걸어놨기 때문이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리는 ‘하이브 아트페어’(하이브)는 다르다. 이번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화랑들은 부스비를 내지 않는다. 대신 부스 위치, 입장권, 강연 프로그램 운영권 등을 필요한 것만 골라 산다.
부스는 모두 같은 크기의 육각형 모양이다. 그러자 아트페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기획전처럼 변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화랑 48곳은 총 158명 작가의 작품을 내세웠다. 서로 겹치는 작가가 한 명도 없다.

'부동산 임대' 대신 화랑과 공생
기존 아트페어 주최측의 주수입은 부스 임대료였다. 행사 실적이 저조해도 주최측에는 임대료가 남는다. 반면 화랑 입장에서는 부스비를 회수하기 위해 작품 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기획은 뒷전이 되고, 모두 비슷비슷한 ‘팔리는 작가’들의 작품을 건다.
반면 하이브는 부스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수익은 화랑들의 ‘옵션’ 구입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관람객들이 더 많이 지나다니는 위치에 있는 부스를 고르는 옵션은 위치에 따라 최대 20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항공권을 살 때 비상구 좌석 등에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다른 아트페어들이 각 화랑에 무료로 배포하는 입장권도 유료로 판매한다.
기존 아트페어들이 자리를 빌려주는 부동산 임대업에 가까웠다면, 하이브는 전시가 좋아야 관람객이 많아지고 주최측도 사는 구조다. 김동현 하이브 이사는 “공간을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갤러리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벌집처럼 생긴 육각형 모양의 부스다. 하이브 아트페어라는 이름도 벌집을 뜻하는 영단어 하이브에서 따왔다. 이런 벌집 구조에서는 기존 아트페어들의 사각형 모양 부스와 달리 가벽을 마음대로 추가해 작품을 더 걸 수가 없다. 부스 면적도 모든 화랑이 똑같다.


그러자 참가 화랑들은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순수한 기획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벽면을 빼곡히 채우는 대신 조각·설치 작품 중심의 솔로쇼를 짜거나, 부스 안에 퍼포먼스 공간을 마련하는 식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48개 화랑이 내세운 작가는 총 158명. 서로 겹치는 작가가 한 명도 없다. 갤러리현대는 민중미술가 최민화 개인전을, 웅갤러리는 곽철안, 중정갤러리는 전진표, 리앤배는 정혜련의 개인전을 꾸린다.
아무나 VIP 될 수 없다
다른 아트페어에서 VIP는 마케팅 도구다. 화랑들이 잠재 고객에게 무료로 뿌리는 초대권이 곧 VIP 입장권으로 취급받았다. 그래서 첫날 입장객 대부분이 VIP인 상황이 벌어졌다. 반면 하이브 아트페어는 올해 행사에서 작품을 구매한 사람에게 내년 VIP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실제 구매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 등급을 분류하는 것이다. 화랑 입장에서도 불특정 다수가 붐비는 행사보다 실제 구매 가능성 있는 관람객이 오는 게 유리하다. 마크 슈피글러 전 아트바젤 글로벌 디렉터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브는 올해 참가 화랑의 매출 기여도, 옵션 활용도, 컬렉터 유입 실적을 종합 평가해 내년 참가 여부를 평가한다. 참가 화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단도 올해 상위 평가를 받은 화랑들 중에서 뽑는다. 김정연 하이브 디렉터는 “임대료 받는 장터에 머물러 있던 한국 아트페어를 컬렉터·화랑·주최측이 함께 움직이는 산업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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