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5 떠나면 끝 아니다…KF-21도 흔들리는 공군의 고민 [박수찬의 軍]
KF-21·F-35A 투입한다지만…예산 압박
F-5 이후 공군…AI·무인기 시대로
공군이 40여년째 일선에서 활용하고 있는 F-5 전투기의 퇴역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다만 F-5 조기 퇴역에 따른 대체 전력 확보 계획 등이 차질없이 진행되지 않으면, 공군력 유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제기된다.
◆시간 지나며 단점 두드러진 F-5
한국 공군이 F-5를 최초로 도입한 시기는 1965년. 미국이 동맹국 원조용으로 가격이 싸고 구조가 단순한 F-5를 개발, 각국에 제공하면서 한국도 F-5를 쓰게 됐다.

F-5는 방위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전투기 국산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대한항공에서 KF-5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F-5 면허생산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기체 조립 및 엔진 생산 기술, 항공기 공정·품질 관리 노하우를 축적, 항공기 창정비 및 국산기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F-5 운용기간이 길어지면서 문제점과 리스크가 누적되어왔다.
미국이 설정한 F-5 내구연한은 25년이지만, 한국은 이를 훌쩍 넘긴 40여년 동안 F-5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일선에 남아있는 F-5는 50여대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대한항공에서 면허생산한 제공호지만, 1970년대 미국에서 들여온 기체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이같은 장기운용은 조종사의 사기와 훈련에 문제를 초래한다.
조종사가 추락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한 기종에 배치되면 조종사의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체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면서 전술훈련 수준도 제한된다.
노후 기종의 장기 운용은 정비 수요를 늘리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정비 기간이 길어지면 작전능력 저하로 전시 작전계획 신뢰도에 악영향을 끼친다.
KF-16처럼 대규모 성능개량을 실시했다면 작전 능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 지출이 불가피하다.
오래된 기체라 단종 부품이 적지 않고, 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별도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F-5 성능개량은 사출좌석 교체와 한국형 정밀유도폭탄(KGGB) 장착 정도만 이뤄졌다.

F-5 50여대의 퇴역으로 인한 전력공백은 KF-21 블록1 40대와 F-35A 추가도입분 20대가 메우게 된다.
군 당국은 앞서 2023년 말 미국 정부와 F-35A 20대 추가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블록1 생산이 예정대로 진행되려면 매년 2조원 이상의 예산이 배정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약 2373억원, 올해는 1조4000억원 정도만 배정됐다. 때문에 2027∼2028년 집행해야 할 예산은 5조원 이상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내년엔 후속양산 물량인 블록2 계약(2029년 전력화 시작)도 예정되어 있다. KF-21 블록1·2 생산이 맞물리면서 예산 압박이 한층 가중되는 국면이다.
방위사업청은 KF-21 블록1 40대 전력화를 기존 계획보다 1년 늦춘 2029년 완료하고, 블록2 80대 전력화는 2∼3년 늦춰 2034∼2035년에 마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 대체는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짜여진 계획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상태가 가장 나쁜 기체부터 순차적으로 퇴역하면서 신형 기종을 조금씩 들여오거나 다른 전투기에 임무를 재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력공백을 최소화한다.
그런데 계획이 계속 바뀌면 예산 편성과 부대 개편 및 지상인력 배치 조정, 조종사 기종 전환 훈련 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력공백 위험도 커진다.
특히 120대가 배치될 KF-21은 공군 전력 구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KF-21 양산계획의 변경은 다른 기종보다 영향이 훨씬 크다. 공군이 KF-21 양산계획 변경 가능성에 민감한 이유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비용 상승도 문제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이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총사업비 심층검토를 요청했을 때는 18조4422억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블록2 배치 기지 시설공사비와 물가·환율 상승, 공급망 문제 등에 따른 것이다.

공군이 KF-21 생산과 관련, 기존 계획 유지를 원하는 것은 공군의 향후 발전 계획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공군은 2040년대 중반까지를 염두에 두고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국내 방위산업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중이다.
우선 FA-50에서 다수의 소모성 무인기를 함께 운용하는 방안을 먼저 추진한다.

이를 통해 2040년대 초에는 공군 부대에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2040년대 중·후반에는 KF-16 퇴역에 대비해 6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 연구가 진행중인 6세대 전투기는 영국 주도 글로벌전투항공체계(GCAP)처럼 고도의 스텔스 성능과 소형무장, 양자통신 기술 등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공군 로드맵에서 KF-21 블록2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80대 규모의 블록2는 공군 전력 구조에서 중간급에 위치한다.
기술적으론 4세대 기종인 FA-50에서의 유·무인 복합체계와 6세대 스텔스기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다.

스텔스를 제외하면 FCAS와 큰 차이가 없는 기술적 개념을 갖춘 라팔 F5를 먼저 만들어 기술적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이밖에도 공군은 이란 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했던 루카스(LUCAS)와 같은 저비용 무인전력 도입을 2030년대 초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루카스 드론은 미군이 이란의 샤헤드-136 자폭 드론을 역설계해서 만든 것이다. 대당 가격이 3만5000달러(4500만~5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위성 데이터링크와 AI 기반 자율 비행 등이 가능한 미국산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공군은 2040년대를 목표로 AI 파일럿을 개발하고, 무인 전투 비행대대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손 총장은 “공군이 무인기를 하겠다는 것은 ‘사람이 싸우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유·무인기 협업으로 더 큰 힘을 내겠다는 것”이라며 “사람의 판단을 더할 수 있도록 조종사와 관련 인력의 전문성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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