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방 어머니와 네 자매 10만원 손길이 바꾼 삶…뜨끈한 ‘빵 나눔’ 오늘도 아이들은 웃는다 [온기]
인천 ‘노아하우스’ 모녀 김광애-김노아씨
네 딸 홀로 키운 엄마와 첫째 딸 의기투합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그때는 정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지난 13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베이글 가게 ‘노아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노아 씨는 기자와 만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따뜻한 조명 아래 갓 구운 베이글 냄새가 퍼지던 매장은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였지만 그가 지나온 시간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은 지역아동센터에 빵을 보내고 정기 후원을 하며 누군가를 돕고 있으나, 한때 노아씨의 가족 역시 도움의 손길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노아하우스는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올해로 딱 1년이 된 가게다. 노아씨와 어머니 김광애 씨가 함께 운영한다. 어머니는 오랜 기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고 딸은 의류업계와 쇼핑몰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었다. 제빵을 전공한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모녀는 ‘따뜻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마음 하나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노아하우스는 딸 노아씨가 먼저 제안했다. 그는 어머니가 평생 가족 생계를 위해 살아왔다고 했다.
“엄마가 오랜 기간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네 자매를 키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빵집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노아씨는 20대의 대부분을 의류업계에서 보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10대의 나이에 인천공항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했고, 이후에는 인터넷 쇼핑몰과 의류 브랜드를 직접 운영했다. 어떤 조직에 소속되기보다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삶에 익숙했다.

어머니 광애씨는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야간 베이커리 수업을 취미처럼 들었다”고 했다. 딸은 엄마가 새로운 걸 배우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그때 처음 봤다. 마침 동생이 부산에서 베이글 가게를 운영 중이었다. 동생은 모녀의 제빵 스승님이 됐다. 수십 번 메뉴 개발에 실패하고서도 즐거웠다. 지금 노아하우스의 주력 메뉴 ‘샌드 베이글’은 실패 끝에 만난 성공작이다.
가게 이름엔 두 사람의 소망을 담았다. ‘노아’는 개명한 이름이다. 노아씨는 “예전 이름인 김세정으로 살던 시기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며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성경 속 인물 노아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의미도 담았다. 그리고 ‘집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 뒤에 ‘하우스’를 붙였다.
김 대표가 말한 ‘힘들었던 시기’는 가족 전체의 생존과 연결돼 있었다. 어머니 김광애 씨는 10여년 전에 남편과 갈라서고 홀로 네 딸을 키웠다. 어린이집 교사 월급만으로 월세를 내고 생활비, 교육비 대기에 빠듯했다. 첫째인 노아씨는 어린 나이부터 가장 같은 책임감을 짊어지고 살았다.
노아씨는 어린 시절을 두고 “쫓기듯 생계를 이어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애들은 힘들었겠지만 그 상황에서도 감사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신앙이 버티게 해줬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시절 가족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건 동네 주민센터 복지과를 통해 연결된 후원의 손길이었다. 복지과와 연계된 성당에서 약 2년 동안 매달 10만원을 비롯해 피자와 치킨 같은 간식을 보내줬다. 싱글맘 광애씨에게 당시 10만원은 단순한 후원금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배달 음식 한 번 마음대로 시켜주기 어려웠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음식을 보내주고 쌀을 챙겨준게 당시엔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우리 아이들은 나중에 꼭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나눔은 꼭 지금 내가 넉넉해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광애씨는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할 수 있는 만큼의 후원을 했다. 길거리 설문조사로 시작한 유엔난민기구 후원을 처음에는 월 3만원으로 시작했다가 형편이 빠듯해지자 1만원으로 줄였지만 지금까지도 7년 넘게 정기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
![김노아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소금빵을 만드는 모습. [본인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7/ned/20260517074725963svib.jpg)
광애씨는 “적은 돈이어도 모이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말했다. 노아하우스의 나눔은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시작됐다. 사업자등록을 하자마자 세이브더칠드런의 ‘위세이브’ 캠페인에 참여해 매달 5만원씩 정기 후원을 한다.
지역아동센터 후원은 우연처럼 시작됐다. 올해 초 직원의 실수로 설탕 계량을 잘못한 반죽이 나왔다. 폐기하긴 아까웠던 노아씨는, 어느날 퇴근길에 우연히 봤던 지역아동센터를 떠올리며 반죽을 단팥빵과 초코빵으로 다시 만들어 아이들에게 보내보자고 생각했다.
센터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노아하우스는 빵이 많이 남는 날이면 지역아동센터에 빵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어진다. 아이들이 저녁 간식을 먹는 저녁 8시에 맞춰 전달한다.
노아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부모님 퇴근이 늦어 밤 10시까지 센터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있다”며 “요즘 유행하는 메뉴를 가져다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노아하우스’에 페퍼로니 피자 베이글을 비롯한 대표 메뉴들이 진열된 모습. [본인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7/ned/20260517074726224uglk.jpg)
직접 빵을 가져다줄 때도 있다. 센터 교사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날이면 엄마와 딸이 직접 빵 상자를 들고 찾아간다. 아이들을 길게 만나진 못하지만 보람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노아씨는 “아직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제대로 보진 못했다”며 “조만간 꼭 한번 가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아하우스가 품은 계획들이 있다. 신메뉴 개발과 테스트를 위한 별도 작업실을 최근 마련했고 용산아이파크몰에서 팝업 매장도 준비하고 있다. 더 내실 있는 사업을 위한 고민과 나누려는 마음은 함께 간다. 노아씨는 “여유가 있어서 나누는 건 아니다. 마음이 있어야 나눌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나누며 더 큰 걸 돌려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따뜻함은 전염되는 것 같아요.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 수 있지만, 따뜻함은 오래 남아서 계속 퍼져요.” 모녀가 생각하는 따뜻함은 단순한 친절 이상의 의미다. 노아씨는 지금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는 정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나고 나니까 아니더라고요. 누군가는 꼭 응원하고 있다는 걸 믿었으면 좋겠어요.”

옆에 있던 광애씨는 딸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는 “나눔은 결국 마음이다. 마음이 가야 물질도 따라간다”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
노아하우스는 앞으로 단순한 빵집을 넘어서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제빵 원데이 클래스와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노아씨는 언젠가 아이들이 직접 빵을 만드는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했다. 특히 어머니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눔의 가치를 설명한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본 딸은 한참을 고민하다 마지막 말을 남겼다.
“온기를 나누는 것도 결국 용기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부끄럽고 민망했거든요. 그런데 누구나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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