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갑자기 영어로 바꾸냐” 걱정 무릅쓰고 사명 교체한 이유 [여행人터뷰]
‘관광’ 지우고 경험 중심 브랜드로 재정비
에어텔·로코팩 앞세워 2030 여행 수요
유럽 슬로우팩으로 패키지 공식도 변화
“여행 퀄리티 높이는 것 중요” 차별화전략
“한진트래블은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돼 온 회사였습니다. 이제는 사명 변경과 함께 트렌디한 상품을 만들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여행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만난 이장훈 한진트래블 대표는 사명 변경에 대한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단순히 ‘관광’이라는 한글에서 영어로 바뀌는 게 아니다. 그는 “관광은 본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지금의 여행은 경험이 되고 기억이 되고 삶의 활력이 되는 것”이라며 “‘트래블링’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더 맞는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한진그룹 BI·CI 개편이었다. 이 대표는 “그룹 BI·CI가 바뀌면서 그룹의 변화에 맞춰 한진관광 역시 새롭게 재탄생한다는 의미를 맞추려 했다”고 설명했다.
사명 변경에 가장 큰 우려는 기존 고객 반응이었다. 그는 “우리 고객층은 50~70대 비중이 높고 관광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분들이 많다”며 “왜 갑자기 영어 단어로 바꾸냐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걱정은 있었지만 사명 변경 이후 주변에서는 “시의적절하다”, “잘 바꿨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통적인 패키지 여행사가 젊은 층을 상대로 상품을 내놓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젊은 층은 가성비와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패키지가 오히려 가격 측면에서 가성비 있는 상품으로 여겨질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은 패키지를 기피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유여행 중 당일 패키지를 활용하거나 가성비 상품에는 높은 참여율을 보인다는 점도 핵심 공략 포인트다.

이 대표는 “항공사 결제 구조나 시스템이 복잡해 실시간 상품 구성이 쉽지 않다”면서도 “에어텔을 하지 않고 높은 금액대의 패키지만 추구하다 보면 젊은 층은 우리 회사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브랜딩용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진트래블은 이미 에어텔 상품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2022년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연 에어텔 상품을 10분 만에 완판시켰다. 클룩과 함께 ‘에어텔-티비티 인 싱가포르’기획전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유럽은 은퇴 후 한 번 길게 다녀오는 여행 개념이 강했다”며 “하지만 지금 20~40대는 여행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변화가 유럽 ‘슬로우팩’이다. 여러 나라를 빠르게 도는 대신 한두 도시를 깊게 경험하는 상품이다.
그는 “밀라노와 베니스만 본다든지, 도시 두 곳만 집중적으로 보는 방식”이라며 “대성당을 하루 종일 충분히 보고 호텔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8박9일·9박10일 중심 유럽 패키지 대신 4박6일 형태 상품도 확대 중이다. 그는 “연휴 2~3일만 붙이면 유럽을 다녀올 수 있는 상품”이라며 “유럽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으로 나눠 갈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박10일 동안 여러 나라를 도는 대신 한 나라만 천천히 보는 상품도 만들고 있다”며 “호텔도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자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단순히 관광지를 체크하듯 보고 오는 여행이 아니라 더 깊게 보고 싶은 고객층이 분명히 있다”며 “그 고객들을 한진 고객으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칼팍은 여행을 아는 사람들은 최고라고 평가하지만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제한적”이라며 “30~40대 전문직 고객들도 칼팍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칼팍은 럭셔리 타깃층을 보유한 이종 산업과의 파트너십도 잇달아 체결하며 프리미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공항 의전 서비스, 픽업 서비스, 프리미엄 보험 상품 등이 그 예시다.
칼팍은 지난 3월 인천공항 의전 전문 기업 올댓아너스클럽과 계약을 맺고 특화 공항 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결항이나 지연 등 돌발 변수에 전문 인력이 즉각 대응해 VIP 고객 피로도를 낮추고 여정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규격화된 럭셔리 상품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내 초고소득층 수요를 겨냥한 전략이다.

럭셔리 여행사답게 서비스 품질 향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한진트래블은 현장 인력 명칭과 역할도 재정의했다. 기존 ‘투어리더’를 ‘여행매니저’로 바꾸고 단순 인솔을 넘어 여행 전 과정에서 고객 경험을 관리하고 불편을 해결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결국 차별화 전략”이라며 “여행매니저들이 한진트래블 고객을 ‘우리 고객’이라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가이드나 인솔자라는 표현보다 고객 여행 전체를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같은 상품이라도 결국 여행매니저가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이나 크루즈처럼 2~3주 함께 움직이는 장기 상품은 인적 서비스가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결국 불만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한진트래블은 분기별 정례 미팅도 진행한다. 상품 개발 담당자와 여행매니저가 함께 모여 현장 피드백을 공유한다. 이 대표는 “상품 개발자는 실제 현장을 모두 알기 어렵지만 여행매니저는 현지 전문가”라며 “호텔 위치나 이동 동선 같은 디테일까지 피드백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진트래블 고객들은 항공사를 물어보면 대부분 대한항공을 선택한다”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면서 공급이 더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룹사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받는 건 아니다. 다만 대한항공 의존도가 높았던 구조가 공급 확대 국면에서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대한항공의 비중이 큰게 한진트래블의 차별점”이라며 그 부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CC 통합으로 생기는 공급력도 신규 고객 유입에 활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한진트래블이 다시 여행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한진트래블은 1961년 만들어져 한국 최초 해외 패키지를 개척하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트렌디한 여행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이 모든 세대에게 어울리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며 “한 번은 급성장해 규모의 성장을 이루는 회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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