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응급실 이송체계 시범사업…현장 전공의들 반응은?

장한서 2026. 5. 1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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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응급실에) 이송했으니 수용 능력을 넘어선 상황에 대해서는 병원 의료진들이 알아서 책임져야 할까 봐 우려됩니다."

광주의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직접 찾아오는 환자로 이미 진료 역량이 포화되는 상황에서 사전 문의 없이 환자를 이송하면 결국 현장 의료진이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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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응급실에) 이송했으니 수용 능력을 넘어선 상황에 대해서는 병원 의료진들이 알아서 책임져야 할까 봐 우려됩니다.” 

광주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가 한 말이다. 해당 병원은 응급실에 이미 빈 병상이 없고, 중환자실도 포화 상태이지만 119구급차가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고 A씨는 설명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연합뉴스
‘응급실 뺑뺑이(환자 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광주 등 호남권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지역의 전공의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산하 젊은의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대전협은 광주·전북·전남 등 호남권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의 실태와 현장 목소리를 담은 정책브리프 제2호를 전날 발간했다. 해당 조사는 호남권 응급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응급의학과∙내과계∙외과계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이뤄졌다. 대상자 376명 중 44명(11.7%)이 응답했다.

정부는 최근 호남권에서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중증 환자 이송 병원을 결정하고, 경증 환자 이송은 119구급대가 책임지는 내용의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대전협에 따르면 시범사업의 전반적 운영 만족도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71%가 10점 만점에 3점 이하를 줬다. 이를 두고 대전협은 “사실상 ‘낙제점’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응급 현장에서 협력이 필수적인 내과계(82%)와 외과계(83%)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았다.

현장 전공의들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로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82%)’이 꼽혔다. 이어 ‘광역상황실의 현장 수용 역량 파악 미흡’(59%), ‘119 사전 고지 의무 폐지’(57%) 등이었다.

광주의 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직접 찾아오는 환자로 이미 진료 역량이 포화되는 상황에서 사전 문의 없이 환자를 이송하면 결국 현장 의료진이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경증 환자임에도 ‘환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상급병원 응급실 앞까지 데려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배후 진료과의 우려도 이어졌다. 전북 지역 한 내과계 전공의는 “중환자실이 이미 가득 찬 상황에서 추가 환자를 수용하면 결국 환자에게 해가 되는 상황”이라며 “중환자실에 여력이 없는데 중환자실에 들어갈 환자를 보내기도 하고, 심폐소생술(CPR) 환자를 연달아 2명 보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과계 전공의도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도 실제 수술 가능한 의료진 연결이 되지 않으면 처치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장 전공의들은 환자를 수용한 이후 처치 역량을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법적 책임 소재가 구조적 공백에 놓였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대전협은 중증∙응급환자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책 등 법적 안전망 구축, 배후진료 연계, 실시간 협의 체계 등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응급실 뺑뺑이 해소는 단순히 구급차 목적지 지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시범사업 종료 이후 반드시 현장 의료진의 경험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제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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