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가 단체로 업데이트?” 연상호 신작 ‘군체’, 칸의 새벽을 깨우다[종합]

강주일 기자 2026. 5. 16.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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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환대, 그리고 5분간의 기립박수
물어 뜯기만 하는 좀비는 잊어라…좀비의 진화
길거리 가득 채운 좀비 업데이트 릴레이…장관
칸영화제 ‘군체’ 레드카펫. AP=연합뉴스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이 2천300명 관객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좀비 영화 ‘군체’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을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자정 무렵, ‘군체’ 팀이 레드카펫에 들어서자 현장은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특히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이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과 함께 연상호 감독,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등 주역들을 직접 맞이해 눈길을 끌었다. 122분의 숨 막히는 상영이 끝난 새벽 2시 53분, 객석에서는 무려 5분간 쉬지 않고 기립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물어뜯기만 하는 좀비는 잊어라”…지성을 공유하는 ‘진화형 좀비’

‘군체’는 ‘부산행’, ‘반도’를 잇는 연 감독의 세 번째 좀비물이다. 도심 대형 쇼핑몰에 집단 감염사태가 터지며,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보안요원 현석(지창욱)과 그의 누나 현희(김신록)가 백신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영화 ‘군체’ 포스터. 쇼박스 제공

이번 영화의 가장 아찔한 관전 포인트는 좀비들의 ‘집단 지성’이다. 괴물처럼 달려들기만 하던 기존 좀비들과 달리, 이들은 서로 지성을 공유하며 실시간으로 진화한다. 좀비들이 단체로 입을 쩍 벌리고 하늘을 응시하며 마치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듯한 기괴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차원이 다른 쫄깃한 공포를 선사한다.

좀비 사태의 중심에는 이들을 이끄는 독특한 빌런, 생물학 박사 서영철(구교환)이 있다. 인간의 좀비화를 ‘집단 지성으로의 진화’라고 맹신하는 그는, 핏빛 아비규환 속에서도 혼자 게임을 즐기듯 콧노래를 부르며 좀비들을 지휘한다. “인간의 모든 비극은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온다”는 그의 비뚤어진 신념은, 적은 말로도 완벽하게 교감하는 권세정과 설희(신현빈)의 관계와 대비되며 ‘인간의 개별성이 곧 인간성’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

2026 칸영화제 ‘군체’ 레드카펫. 로이터=연합뉴스.

■칸 거리를 점령한 ‘좀비 업데이트’ 릴레이

영화가 남긴 강렬한 여운은 상영관 밖으로도 이어졌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전 세계 관객들은 칸 길거리에서 좀비들의 특유의 ‘업데이트’ 동작을 유쾌하게 따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미국에서 온 관객 런던 메이는 “빌런 캐릭터의 표정과 제스처가 너무 강렬해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구교환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상영 직후 “꿈에 그리던 칸에서 작품을 다시 선보여 영광”이라는 벅찬 소감을 전한 연상호 감독은, 거리에 쏟아진 관객들의 좀비 퍼포먼스를 마주한 뒤 “저게 바로 내가 제일 보고 싶었던 광경”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돌아온 ‘연상호표 좀비’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심박수를 다시 한번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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