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행사 인근서 ‘윤 어게인’ 집회…시민들 “모독·위협·극심한 소음”

광주일보 2026. 5. 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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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버 안정권 중심 200여명 소음 기준 넘겨 욕설도
5·18 전야제를 찾은 김도영씨가 윤어게인 집회를 보고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기념해 시민난장 행사가 열린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 성향 단체의 집회가 열리면서 시민들과 충돌, 극심한 소음 민원이 잇따랐다.

16일 오후 2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민주의 밤’ 행사장 인근 NC웨이브 앞 도로에는 보수 유튜버 안정권을 중심으로 한 ‘윤 어게인’ 집회 참가자 200여명이 집결했다.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광주여 깨어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원색적인 욕설도 이어갔다.

현장에서는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집회 참가자들 사이 긴장감도 이어졌다.

오월어머니회가 윤어게인 집회를 두고 경찰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경찰을 향해 “5·18을 모욕하는 집회를 왜 그냥 두느냐”며 강하게 항의했고, 일부 회원들이 집회 참가자들 쪽으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가로막아서며 충돌을 막았다.회원들은 경찰 저지선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항의 의사를 드러냈고 현장 분위기는 한동안 격앙됐다.

집회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 인근에서는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차량들도 잇따랐다. 일부 운전자들은 집회 현장을 지나며 반복적으로 경적을 울리거나 창문을 내린 채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는 등 집회에 대한 거부감과 항의 의사를 드러냈다.

현장에서는 장시간 이어진 확성기 방송과 음악, 고성으로 인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시작 직후부터 현장 곳곳에서 소음 측정기를 들고 실시간 모니터링에 나섰으며, 2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최고 소음도가 집회 현장 기준치인 90데시벨을 넘긴 사례가 최소 3차례 이상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90데시벨은 지하철 통과 소음이나 공장 내부 수준의 큰 소음으로, 현장에서는 확성기 소리에 시민들이 귀를 막거나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경찰은 기준치를 초과할 때마다 주최 측에 “소음을 줄여달라”며 경고했다. 집회 후반부에는 북을 치고 앰프를 통해 참가자 전원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퍼포먼스가 이어졌고, 10여분 동안 소음 수치가 97~100데시벨 수준까지 치솟았다.

현장 인근 상인들은 “순간적으로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다”, “매장 안에서도 음악과 고함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NC웨이브 직원 A(여·45)씨는 “몇 시간째 참고 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쇼핑을 온 고객들도 시끄럽다고 항의하고 있고 직원들도 소음 피로가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매장 안에서도 계속 웅웅거릴 정도로 소리가 들어온다. 정상적으로 응대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가 열린 16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극우성향 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5·18 46주년을 기리기 위해 금남로를 찾은 시민들은 믿기 힘들다는 반응과 함께 불쾌감과 분노를 드러냈다.

동구 주민 손용순(여·65)씨는 집회 현장 앞에 한참 동안 멈춰 선 채 상황을 지켜보다 “어이없고 황당하다. 이렇게 해서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결국 사회를 더 갈라치기만 하는 행동 같다”고 말했다. 손씨는 “백화점과 상가가 밀집한 곳을 윤 어게인 티셔츠와 머리띠를 한 사람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니는데 위압감이 느껴졌다”며 “5·18 전야제 분위기와 너무 동떨어져 무섭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아이들과 함께 전야제를 찾은 이정미(여·40)씨는 “아이들에게 5·18 정신을 알려주고 싶어 나온 길인데 이런 장면부터 마주하게 돼 황당했다”며 “욕설과 고성, 과격한 분위기 자체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왜 저 사람들이 화를 내냐고 계속 물어보는데 설명하기도 어려웠다”며 “민주화운동을 기억하자는 날에 이런 모습이 나온다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집회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 가운데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직접 항의에 나서는 경우도 이어졌다.

김도영(65)씨는 “5·18 당시 인성고 3학년 학생으로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가 전일빌딩 앞에서 계엄군에 끌려가 고문까지 당했다”며 “그 시절을 겪은 사람 입장에서 차마 이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김씨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정신 차리라. 윤석열은 끝날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외쳤다가 되레 욕설을 듣기도 했다.

/글·사진=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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