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60대女...‘엉뚱한’ 부위까지 무척 아프고, 힘도 쑥 빠진 까닭은?

김영섭 2026. 5.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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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부위’에서 물집 사라진 뒤 부기·열감·마비 나타나면…심각한 합병증 생겼다는 신호/자율신경계가 통제력 잃으면...외형 변하고 근육 위축 초래
여성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의사에게 호소하고 있다. 대상포진의 90% 이상은 띠 모양(대상)의 부위에만 극심한 통증과 물집(포진)이 생긴다. 하지만 예외도 적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상포진의 고통은 흔히 출산의 고통과 비슷하게 묘사된다. 대상포진 환자는 칼로 베는 듯, 불에 타는 듯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대상포진의 90% 이상은 띠 모양(대상)의 부위에만 극심한 통증과 물집(포진)이 생긴다. 하지만 예외도 결코 적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오른쪽 목과 팔에 생긴 대상포진으로 4주 동안 고통받은 60대 여성이 통상적인 '대상포진 부위'가 아닌 곳까지 너무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오른손과 팔뚝 밑의 심한 통증과 부기, 뻣뻣함, 손목과 손가락의 부자유스러움, 악력(손아귀 힘)의 약화 등 증상을 보였다.

영국 요크세인트존대 연구팀은 최근 대상포진을 앓은 68세 여성이 뜻밖의 다른 부위에까지 통증과 부기 등 각종 증상을 보였으며, 종합 분석 결과 대상포진 후 나타나는 '복합성 국소 통증 증후군(CRPS)'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살짝만 닿아도 아픈 통증, 국소적인 열감, 피부 붉어짐, 부기, 관절 움직임의 제한 등을 두루 참고해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이 환자는 평소에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병원에 오기 전에 항바이러스제(아시클로비르)를 7일간 먹은 뒤 물집은 사라졌지만 통증이 계속됐다. 연구팀은 "대상포진을 앓고 난 뒤 CRPS가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흔한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잘못 알고 제때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환자는 신경통 약(가바펜틴)을 하루 900mg까지 서서히 늘려가며 복용했고 항우울제(아미트립틸린)와 해열진통제(파라세타몰)도 함께 처방받았다. 굳은 관절을 서서히 부드럽게 풀어주는 운동 치료도 받았다. 이처럼 약물 치료와 물리 치료를 병행한 결과, 10점 만점에 8점이었던 통증 점수가 4점으로 뚝 떨어졌고 증상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이 사례 연구 결과(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After Herpes Zoster Infection: An Uncommon and Underrecognized Clinical Entity)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한국의 대상포진 상황도 심각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대상포진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는 70만~75만 명이며 이 가운데 60%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특히 환자 10명 중 1~3명은 발진이 사라진 뒤에도 신경통을 겪는다. 이 환자처럼 단순한 신경통을 뛰어넘어 CRPS로 이어질 경우 훨씬 더 심한 고통과 신체 장애를 겪을 수 있다.

대상포진이 CRPS로 이어질 수 있는 데는...세 가지 메커니즘 있어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내려와 피부에 물집을 만드는 병이다. 보통은 물집이 사라질 때 통증도 서서히 줄어들지만, 이 환자처럼 자율신경계와 통증 조절 시스템의 오류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증 조절 시스템의 붕괴(중추 감작)다. 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말초 신경이 손상되면 뇌로 향하는 통증 신호 체계에 과부하가 걸린다. 뇌와 척수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통증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중추 감작'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뇌는 옷깃이 스치는 정도의 가벼운 자극조차 칼에 베이는 듯한 치명적인 고통으로 증폭해 받아들인다. 통증의 원인은 사라졌는데도 뇌 속의 통증 스위치가 켜진 채 고장 난 상태에 해당한다.

둘째, 자율신경계 오류로 인한 신체 변형이다. 일반적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환부만 아프지만, CRPS는 외형적인 변화를 동반한다. 통증 신호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환부가 붉거나 푸르게 변하고, 퉁퉁 부어오르고, 땀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변한다. 자율신경계가 통제력을 잃는 것이다. 그 결과가 이 환자에게는 팔뚝의 부기와 열감으로 나타났다.

셋째, 신경·근육·관절의 연쇄 퇴행이다. 극심한 통증은 공포를 자아내 환자가 환부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신경 손상에 운동 부족까지 겹치면 근육은 빠르게 위축되고 관절은 뻣뻣하게 굳는다. 이 환자의 악력 약화와 관절 구동의 제한은 근력이 뚝 떨어졌음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경 손상에서 시작돼 신체 기능 마비까지 이어지며 이는 CRPS의 전형적인 퇴행 과정이다.

대상포진 물집이 사라졌는데도 부기, 열감, 마비 등 증상이 나타나고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통증 조절과 전문 치료는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초기 증상 진료는 피부과에서, 바이러스 감염 문제는 감염내과에서, 전반적인 상태의 점검은 가정의학과에서 각각 담당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대상포진 후 신경통과 대상포진 후 CRPS(복합성 국소 통증 증후군)는 어떻게 다른가요?

A1. 가장 큰 차이점은 피부의 외형 변화입니다. 신경통은 통증만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CRPS는 환부가 퉁퉁 부어오르거나 피부색이 붉고 푸르게 변하며, 열감이나 땀 분비 이상 같은 자율신경계 고장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Q2. 대상포진 부위의 물집이 다 사라졌는데도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경우 그 까닭은 뭔가요?

A2. 뇌와 척수의 통증 조절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 때문에 신경이 손상되면 뇌가 매우 작은 자극도 극심한 통증으로 증폭해 받아들이는 '중추 감작' 현상이 일어납니다. 물집은 사라졌어도 뇌 속의 통증 스위치가 켜진 채 고장 난 상태입니다.

Q3. 통증 때문에 손을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운동 치료를 꼭 해야 하나요?

A3. 네,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아파서 환부를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위축되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습니다. 부드러운 관절 운동은 뇌에 정상적인 감각 신호를 보내 통증 회로를 재구성하고 신체 기능의 마비를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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