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업 사태, '대화'로 전격 전환…정부 뛰고 이재용 나섰다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26. 5.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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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로 귀국하며 주머니에서 입장문을 꺼내고 있다. 2026.5.1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천문학적 성과급을 놓고 극단으로 치닫던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대화 국면으로 전격 전환했다.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생산라인의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바탕으로 정부가 움직였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경영진이 총출동해 노조에 먼저 손을 내밀면서 간신히 대화의 장을 다시 마련한 모양새다. 파업 예고 시한을 불과 사흘 앞두고 재개될 마지막 협상마저 노조가 끝내 걷어찬다면 삼성전자 노조는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과반노조 대표를 맡고 있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월요일(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사측과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13일 새벽 중노위에서 열리던 사후조정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이전에 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같은 입장변화는 노조가 신뢰 문제를 제기하며 교체를 주장해왔던 사측 대표교섭위원의 교체가 이뤄진데다 이날 오후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측 대표교섭위원은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부사장(반도체부문 피플팀장, 옛 인사팀장)으로 바뀌었다.

특히 이 회장이 이날 해외출장 일정을 중단하고 급거 귀국해 서울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전 세계 고객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보자"고 고개를 숙인 게 결정타였다. 최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님의 사과내용을 확인했고 신뢰회복의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사측에서)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호응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새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 부사장과 상견례 성격의 만남을 가지는 등 협상 준비에 들어갔다. 중노위의 사후조정은 18일 오전 10시부터 재개될 예정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조정에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3일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한 이후 정부와 삼성전자 경영진은 사태 수습을 위해 긴박하게 돌아갔다. 반도체 산업 주무부처 수장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4일 정부의 '마지막 카드'인 긴급조정권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 동안 파업 등 쟁의를 중단해야 하고 중노위가 직권 조정 절차에 착수한다. 노조의 의사와 상관없이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15일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 사무실을 전격 방문해 최 위원장 등과 면담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절대로 파업 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이라고 밝히면서도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일단 선을 긋고 '노사 대화'를 주문했다. 산업 담당 장관이 노조 압박용인 긴급조정권을 언급하자 노동부 장관은 노조를 달래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는 노사 합의를 종용하는 구조다.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은 정부의 입장에 맞춰 15일 "노사 문제로 국민들과 주주, 그리고 정부에 큰 부담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고 이어 "노조와 열린 자세로 대화하겠다"며 노조 지도부를 만났다.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5.13. jtk@newsis.com /사진=김종택

이처럼 극적으로 협상은 재개되지만 타결 여부는 안갯 속이다. 성과급을 놓고 노조는 '상한 없는 영업이익 15%의 제도화'를 주장하고 사측은 '영업이익 10%와 유연한 성과급제' 등을 제안하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단순히 금액 문제가 아니라 이를 제도화할 것이냐에 대해 첨예하게 입장이 갈리고 있다.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데다 삼성전자가 선례를 만들면 우리나라 모든 기업 임직원들이 비슷한 요구를 쏟아낼 수 있어서 재계 안팎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만약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이 또 다시 결렬된다면 국민적 비난은 노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평균 연봉 1억5800만원(2025년 기준)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1인당(메모리사업부 기준) 6억~7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추가로 요구하고 이를 제도화해달라는 요구여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서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반도체 공장을 볼모로 일방적 요구를 계속하면 정부와 국민이 인내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이번 협상이 노사 모두에게 부담인 긴급조정권 발동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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