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시대의 역주행… ‘저화질 감성’에 빠진 젊은 세대
흐릿한 화질·빛 번짐 등 ‘불완전함’ 자체를 개성으로 소비
“스마트폰 사진은 너무 선명”… 디카·구형 아이폰 다시 인기


빛이 번지고 초점이 어긋난 사진, 거친 입자가 살아 있는 저해상도 이미지가 하나의 '감성'으로 소비되며 디지털카메라(디카)와 구형 아이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완벽한 결과물보다 사진이 가진 분위기와 질감을 즐기는 이른바 '저화질 감성'이 새로운 시각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최근 SNS에서는 디카 특유의 플래시 셀카와 바랜 듯한 색감이 하나의 유행 코드처럼 확산되고 있다. 아이돌과 인플루언서들이 디카나 구형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앨범 콘셉트 포토에도 디카 특유의 질감과 색감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를 따라 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관심을 갖는 젊은 층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실제 디카를 사용 중인 한 20대 이용자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디카로 찍은 거울 셀카를 보고 사진 분위기가 좋아 보여 직접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매했다"며 "스마트폰 사진은 너무 선명하고 색감도 강해서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디카는 흐릿하게 나오는 특유의 감성이 있어 더 자주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형 아이폰도 사용해봤지만 디카는 그보다 훨씬 더 아날로그적이고 빈티지한 느낌이 강하다"며 "작동은 번거롭지만 그런 불편함조차 감성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관련 제품 거래는 활발하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에서는 일반 디지털카메라가 10만 원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었으며, 일부 연예인 사용으로 화제가 된 기종은 40만 원대 가격이 형성된 사례도 확인됐다. 단종된 지 오래된 모델들이 다시 '감성템'으로 소비되며 중고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디카 구매를 고민 중인 또 다른 20대는 "예전에는 무조건 화질 좋은 사진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흐릿한 사진이 더 분위기 있게 느껴진다"며 "SNS에 스마트폰 사진과는 다른 느낌의 사진을 올리고 싶어 디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피부가 뽀얗게 표현되거나 빛이 번지는 느낌이 오히려 예쁘게 느껴진다"며 "주변에서도 구형 아이폰이나 디카를 사용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고 연예인이나 SNS 영향도 큰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카메라 판매점에서도 젊은 층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한 카메라 판매점 관계자는 "많지는 않지만 최근 20대 전후 젊은 손님들이 구형 디카를 찾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캐논 등 옛날 디카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젊은 세대는 당시 디카 문화를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라며 "경험해보지 못한 시절의 감성을 새롭게 소비하려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복고 유행을 넘어 최신 기술 중심 소비에 대한 피로감과도 맞닿아 있다. 선명함과 고화질 대신 흐릿한 입자감과 빛 번짐 같은 '불완전함'을 개성과 분위기로 받아들이며, 구형 아이폰과 디카를 활용해 자신만의 무드를 표현하려는 문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감성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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