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산업 개척자 김정률 회장, 일본 골프레저 새 판 짜다
사가현 63홀·리버파크호텔 앞세워 한일 체류형 골프관광 새 모델 제시
[편집자주] 본지는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2박 3일간 김정률 사이칸63그룹 회장의 일본 사가현 골프장 출장 일정을 동행 취재했다. 이번 취재는 후쿠오카 공항을 통해 사가현 일대 사이칸63골프가 운영하는 골프장과 관련 시설을 둘러보며, 김 회장이 추진 중인 일본 골프레저 산업 구상과 현장 경영 철학을 듣기 위해 진행됐다. 대한민국 게임산업 1세대 개척자로 평가받는 김 회장은 현재 일본 사가현에서 63홀 규모의 골프장 운영과 호텔·온천·지역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골프레저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률 회장은 한 달에 2~3차례 직접 사이칸63골프 클럽을 찾는다. 티잉구역의 시야, 랜딩 지역의 안전성, 그린 주변 난이도, 카트 동선, 홀별 운영 흐름을 직접 살핀다. 그라비티 창업자가 골프카트를 몰며 코스를 점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골프장을 숫자로만 보지 않는다. 골퍼가 실제로 경험하는 동선과 감각으로 코스를 바라본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40분 남짓. 일본 규슈 사가현의 골프장은 한국 골퍼에게 가까운 해외 골프 여행지 중 하나다. 비행시간은 짧고, 음식 문화는 비교적 익숙하며, 온천과 지역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정교한 코스 관리와 조용한 라운드 문화가 더해진다. 이곳에서 대한민국 게임산업 1세대 개척자로 불린 김정률 사이칸63그룹 회장은 또 다른 산업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 게임산업의 초석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재 지스타로 이어진 대한민국게임대전의 출범을 주도했고,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며 국내 게임산업 생태계 형성에 관여했다. 2000년 그라비티를 창업한 뒤 '라그나로크 온라인'으로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고, 2005년 그라비티의 나스닥 상장과 매각을 통해 한국 게임산업의 성공 사례를 남겼다. 게임산업에서 시장의 변화를 먼저 읽었던 기업가가 이제 주목하는 분야는 일본 골프레저 산업이다.

김 회장의 일본 골프장 사업은 2007년 다케오·우레시노 컨트리클럽 인수에서 시작됐다. 이후 2023년 텐잔 컨트리클럽, 사이칸위너스 골프클럽, 나인스톤 골프클럽 등으로 운영 기반을 넓히며 사가현에서 총 63홀 규모의 골프장 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에 리버파크호텔 인수까지 더해지면서 사이칸63골프의 사업은 골프장 운영을 넘어 숙박, 온천, 지역 관광을 결합한 체류형 골프레저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 이번 동행 취재에서 확인한 김 회장의 구상은 해외 골프장 투자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골프클럽을 하나의 운동 시설이 아니라 지역경제, 관광, 휴식, 음식, 숙박이 함께 움직이는 복합 레저 산업으로 보고 있었다.

사가현은 김 회장이 말하는 '골프레저 산업'의 실험장이다. 인천과 후쿠오카를 잇는 짧은 항공 거리, 후쿠오카 공항에서 접근 가능한 이동 동선, 사가현과 나가사키권 관광 자원, 온천과 음식 문화가 맞물린다. 김 회장은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사가현에 주목한 이유로 후쿠오카 공항과의 접근성, 온난한 기후, 온천, 음식, 차, 도자기 등 지역 매력을 꼽은 바 있다.
일본 골프장 시장은 회복세와 구조적 위기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일본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4년도 일본 골프장 시장 규모는 8,100억 엔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4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골퍼 복귀, 방일 관광객 회복, 젊은층과 여성 신규 골퍼 유입 등이 시장 회복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본 지방 골프장이 마주한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일본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2024년 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9.3%를 차지했고, 도쿄도와 사이타마현을 제외한 45개 도도부현에서 인구가 감소했다. 지역 내 골퍼만으로 과거와 같은 운영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김 회장의 전략은 의미를 갖는다. 사이칸63골프는 한국인 골퍼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이용 기반을 유지하는 균형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동행 취재 과정에서 "현재 사이칸63골프 이용객 가운데 한국인 골퍼 비중은 약 1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비중을 더 높이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는 골프장이 장기적으로 명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기반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 관광객만을 겨냥한 해외 골프장 운영과 다른 접근이다. 김 회장은 사가현 골프장이 지역 주민에게는 생활 속 골프장이자 커뮤니티 공간으로 남아야 하고, 한국 골퍼에게는 일본의 코스 관리와 온천, 음식, 숙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프리미엄 레저 목적지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외부 수요와 지역 기반 고객층이 함께 움직여야 골프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의 이런 철학은 현장 관리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직접 코스를 돌며 잔디 상태를 확인하고, 티잉구역에서 골퍼가 바라보는 에이밍 뷰, 볼이 떨어지는 랜딩 지역의 안전성, 카트 동선과 홀별 운영 흐름까지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골프카트를 운전하며 코스 곳곳을 살피고 현장에서 개선점을 확인하는 일도 거르지 않는다. 골프 실력 역시 상급자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그의 코스 점검은 일반적인 시설 확인을 넘어 실제 플레이어의 감각을 반영한 현장 경영에 가깝다.
![[사진] 사가현의 자연환경 속에서 관리되고 있는 사이칸63골프 코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HockeyNewsKorea/20260516150059382bhsu.png)
좋은 골프장은 잔디 상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티잉구역에 섰을 때 골퍼가 느끼는 시야, 세컨드샷의 부담감, 볼이 떨어지는 지점의 안전성, 그린 주변 난이도, 카트 이동 동선, 라운드 후 식사와 휴식까지 모든 경험이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 김 회장이 직접 코스를 돌며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골프장을 숫자로만 보는 투자자가 아니라, 코스의 결을 이해하는 경영자의 시선이 사이칸63골프의 방향을 만들고 있다.


클럽 중간 그늘집에 걸린 과거 사진도 이 흐름을 보여준다. 2008년 12월 한국 여자 프로골퍼들의 방문을 환영하는 사진은 사이칸63골프가 최근에야 한국 시장을 의식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한국 골프계와 교류해왔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가현 골프장이 한국 골퍼에게 낯선 장소가 아니라 한일 골프 교류의 현장으로 축적돼 왔다는 의미도 있다.
규슈 골프관광의 경쟁력도 분명하다. 동남아 골프관광이 가격과 화려함을 앞세운다면, 사가현을 중심으로 한 일본 골프관광은 짧은 비행시간과 안정적인 이동 동선,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 문화, 온천, 안전성, 여유로움, 정교한 코스 관리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후쿠오카 공항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한국 골퍼 입장에서는 긴 휴가를 내지 않아도 2박 3일 일정으로 해외 골프와 휴식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김 회장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짧지만 완성도 높은 체류'다. 골프만 치고 돌아가는 일정이 아니라, 라운드 이후 온천과 식사, 숙박, 주변 관광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방식이다. 리버파크호텔 인수는 이런 전략의 핵심 축이다. 골프장과 호텔이 결합하면 고객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지역 상권과 관광 소비로 연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사가현 입장에서는 외부 관광객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할 수 있고, 골프장 입장에서는 계절과 지역 내수에만 의존하지 않는 운영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김 회장의 행보가 흥미로운 이유는 그의 사업 방식이 과거 게임산업 시절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일본 게임산업의 발전을 보며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읽었고, 게임산업이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흐름을 앞서 파악했다. 지금은 일본 지방 골프장의 변화 가능성을 보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골프장을 한국 골프관광 수요, 온천·호텔 자원, 지역 관광과 연결해 새로운 산업 모델로 바꾸려는 시도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한국 골퍼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지역 주민이 느끼는 거리감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지역 기반에만 머물면 외부 관광 수요를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 골프장 관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호텔과 관광 서비스를 함께 끌어올리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결국 사이칸63골프의 성패는 골프장 운영, 숙박 서비스, 지역 관광 연계, 한일 고객층 관리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의 도전은 일본 지방 골프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가현의 골프장은 더 이상 지역 골퍼만을 위한 시설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 골퍼에게는 가까운 해외 레저 목적지이고, 일본 지역사회에는 외부 소비를 끌어들이는 관광 인프라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골프와 호텔, 온천, 식문화를 결합한 복합 플랫폼이다.
게임으로 한 시대의 변화를 읽었던 김정률 회장은 이제 사가현 63홀 골프장에서 또 다른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이 도전은 일본 골프장을 인수한 한국 기업인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는다. 인구 감소 시대의 지방 골프장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한국 골프관광은 동남아 중심의 기존 흐름을 넘어 어떤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 수 있는가, 골프장은 스포츠 시설을 넘어 어떻게 지역 레저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가현의 조용한 페어웨이 위에서 김정률 회장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분명하다. 게임산업의 개척자가 이제 골프레저 산업의 다음 판을 보고 있다. 사이칸63골프의 도전은 일본 골프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동시에, 한일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산업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MHN, 사이칸63골프그룹, 리버파크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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