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기획 : 불여일견 - 청년, 현장에서 길을 찾다] ③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경권 대학생과 함께하는 지역기업 현장탐방
SHC·빅데이터·AI 동아리 ‘결초보은’ 소속 대학생 17명 참석




"우와, 서버가 저렇게 많아요?"
차갑게 유지된 실내에 낮게 울리는 기계음이 퍼졌다. 유리벽 너머 검은 서버 장비들이 빼곡히 늘어서자 학생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고, 누군가는 "영화 속 연구소 같다"며 감탄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대구일보가 지역 산·학 연계 기획으로 마련한 '불여일견-청년, 현장에서 길을 찾다' 세 번째 탐방이 지난 15일 대구 달성군 현풍읍 소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에서 진행됐다.
이날 탐방에는 사회선구자회(SHC)와 빅데이터·AI 동아리 '결초보은' 소속 대학생 17명, 지도교수인 이충권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단순한 캠퍼스 견학을 넘어 '미래 산업의 현장'을 직접 체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DGIST 관계자의 인솔하에 슈퍼컴퓨팅·빅데이터센터, 차세대반도체융합연구소 등 주요 연구시설과 캠퍼스를 둘러보며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 연구 현황을 파악했다.
학생들이 가장 오래 발길을 머문 곳은 슈퍼컴퓨팅·빅데이터센터였다. 차갑게 유지된 슈퍼컴퓨팅·빅데이터센터 내부에는 서버 장비가 내는 일정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대형 서버들을 바라보던 대학생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평소 뉴스나 영상으로만 접했던 기술들이 실제 연구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자 학생들은 놀라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견학은 단순히 '보는 체험'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은 차세대반도체융합연구소와 캠퍼스 주요 시설을 둘러보며 AI, 로봇, 반도체,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질문도 쏟아냈다. "AI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지역에서도 첨단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DGIST 관계자는 실제 연구 사례와 산업 적용 사례를 소개하며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휴대전화 메모장에 내용을 적으며 설명에 집중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은 "기술원의 특이한 구조도 신기하고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첨단 산업과 연구 분야를 가까이서 보니 진로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막연했던 진로 고민이 구체화되고 지역 내에서도 취업문을 열 수 있는 기업 및 연구시설이 많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경북대 지질학과에 재학 중인 김대엽(26)씨는 서버실을 둘러본 뒤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했다. 김씨는 "대구·경북의 첨단 과학기술 연구를 이끄는 DGIST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 참여했다"며 "실제로 서버를 본 것도 처음인데, 생각했던 것과 달라 더 신기했다. 첨단 산업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지역 안에서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를 보기 위해 탐방에 참여한 학생도 있었다. 계명대 관현악과 정윤서(25)씨는 "음악을 전공하지만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AI나 IT 기술이 앞으로 공연 환경과 음악 분야에도 접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과 연결해 새로운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참가자 중에는 대구와 경북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이 같은 프로그램 활성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냈다.
계명대 경영빅데이터학과 박선민(24·여)씨는 "졸업 후 대구·경북에서 취업하고 싶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며 "기업 탐방이나 취업 박람회처럼 실제 산업 현장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불여일견-청년, 현장에서 길을 찾다' 세 번째 탐방이 진행된 DGIST는 2004년 설립됐으며 대구 달성군 현풍읍 테크노폴리스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의 첨단 과학기술 육성과 국가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출범했으며, 교육과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는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다. 일반 대학과 달리 학부 과정에서 특정 학과 구분 없이 '무학과 단일학부'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며,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반도체, 에너지공학, 뇌과학, 뉴바이올로지 등 미래 첨단산업 중심 교육·연구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DGIST는 대구국가산업단지와 인접한 입지적 강점을 바탕으로 지역 기업들과 공동 연구, 기술 이전, 창업 지원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 내에는 스타트업 육성 공간과 연구지원 인프라가 조성돼 있으며, 학생과 연구진의 창업도 이어지고 있다.
DGIST 관계자는 "AI·반도체·로봇·바이오 등 첨단 분야 연구가 수도권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에서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으며,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연구중심대학"이라며 "앞으로도 지역 기업과의 협력, 기술 이전,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청년 인재들이 지역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불여일견' 프로그램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처럼 단순한 견학 수준을 넘어, 기업 임원진과의 질의응답과 현장 체험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프로그램 모집 대상은 전공 무관 대구·경북 지역 대학생 15~30명이며, 사전 신청을 통해 선발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책상 밖 지역 산업 현장에서 기술 혁신과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변화하는 산업 구조를 직접 파악해 볼 수 있다.
향후 탐방 대상도 확대된다. 기존 제조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 AI 데이터센터, 첨단 로봇 및 센서 산업 등 미래 성장 산업을 주도하는 지역 기업으로 탐방 대상을 늘린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취업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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