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겨냥 美 로비업체 잇따라 고용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MBK파트너스가 미국 현지에서 잇달아 로비스트를 고용하며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글로벌 무대로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홈플러스·딜라이브·네파 등 기존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극심한 경영난과 고용 불안으로 사회적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해외 로비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통해 미국의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Checkmate Public Affirs)를 현지 로비스트로 선임했다. 지난 2월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Squire Patton Boggs, SPB), 이달 초 더 매키언 그룹(The McKeon Group)을 선임한 데 이은 미국에서 세 번째 로비업체를 고용했다.
체크메이트를 이끄는 체스 맥도웰(Ches McDowell)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사냥 파트너’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해당로비업체는 이러한 친분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이 CFIUS에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립자 자오창펑의 사면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MBK의 미국 로비스트 확대는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MBK는 ‘핵심광물 관련 미 연방 정책 담당자 교육’을 위해 체크메이트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MBK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핵심광물과 관련된 대표적인 기업이 고려아연이다.
앞서 MBK 측이 선임했던 로비업체를 살펴보면 SPB는 ‘테네시 제련소에 대한 외국인 투자 관련 사안’이, 더 매키언은 ‘CFIUS 이슈 대응’이 선임 사유였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투자·거래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는 미국 정부 기구다.
일각에서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가 더욱 악화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MBK파트너스가 국내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MBK는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채권단을 통한 외부 자금 확보를 요구하며 구조조정 등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3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하고 휴업 하루만에 근무 희망자 전환 배치 결정을 취소하면서, 노조와 정치권 및 시민단체 등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MBK가 인수한 딜라이브와 네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딜라이브의 누적 결손금은 1291억 원에 달했으며, 연결자본총계가 741억 원 적자를 기록해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역시 등산과 러닝 열풍으로 시장이 전반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와중에 홀로 역성장 중이다. 네파의 지난해 매출은 28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감소하며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약 174%나 급증한 21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이 위기에 직면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MBK가 인수 당시 활용한 차입매수(LBO) 방식을 꼽힌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금융비용을 기업에 떠넘기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과도한 배당을 챙기면서 기업의 기초체력이 고갈되었다는 분석이다. 딜라이브는 MBK에 인수된 직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벌어들인 누적 영업이익 4841억 원 중 절반 이상인 2557억 원을 이자 비용을 갚는 데 썼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1647억 원 가운데 1344억 원은 배당금으로 지급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어려움은 등한시하고 여러 미국 로비업체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MBK의 행보는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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