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 대동세상으로 피어나다"…5·18 앞둔 금남로 '시민난장'
주먹밥 나누며 되새긴 광주의 공동체 정신
사회적 재난 참사 부스, 추모·연대 분위기
어린이·청년·외국인 "오월 정신 깊이 공감"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일대는 오월 정신을 이어가려는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1980년 5월 당시 광주공동체가 보여준 '대동세상'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참여형 부스가 마련됐다. 차량이 통제된 금남로 양쪽 도로변에 마련된 약 60여개의 시민난장 부스에는 주먹밥 만들기, 퍼즐 조립, 팔찌·키링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구성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 날을 되새기며, 오월의 주먹밥
오월어머니집의 주먹밥 나눔 부스는 주먹밥을 받아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민들은 주먹밥을 건네받으며 "맛있어요", "그 때의 음식을 체험하는 것 같다"며 감사의 말을 한두마디씩 건넸다. 주먹밥을 나눠주는 어머니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손에 저마다 주먹밥을 든 시민들은 환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오월의 공동체 정신을 가슴에 새겼다.
이춘희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5·18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주먹밥 행사를 하고 있다. 당시 시민들에게 주먹밥은 유대감의 상징으로 총보다 강한 힘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정신을 잇기 위해 어머니들이 나와 주먹밥 200인분을 준비했다.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오월 정신을 잘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 연대 움직임도
또다른 부스에서는 안전한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연대의 물결이 이어졌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등 사회적 재난 참사 연대 부스에서는 재발 방지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시민들은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의 글을 적고 서명에 동참하며 유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광주 YMCA 1층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외국인들 "광주의 역사에 깊은 감동"
축제장을 찾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광주가 간직한 민주주의의 역사에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 소피아(23)씨는 "외국인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오게 됐다"며 "고국이 현재 전쟁 중이다 보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광주 시민들의 갈등과 투쟁, 그 아픔이 남일 같지 않고 가슴 깊이 와닿는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소가 축제의 장으로 승화한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고 전했다.

"기억해야 더 나은 민주주의 온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이번 시민난장은 역사 교육의 현장이기도 했다. 강정모(49)씨는 "가족들과 함께 의미 있는 주말을 보내고 싶어 광주에 왔다. 아이들이 5·18을 꼭 알았으면 했다"면서 "글이나 설명으로만 듣는 것보다, 이렇게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체험해 보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를지라도, 오늘 만든 전남도청의 역사적 의미를 나중에는 꼭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46년 전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한 어르신의 당부도 이어졌다. 당시 목포에 살았다는 조순심(76)씨는 "그때 나이가 30대였는데 아직도 모든 게 선하다. 목포도 5·18의 아픔을 함께 겪은 도시"라며 "계엄군이 들이닥쳤을 때 철물점 같은 가게 문을 열어 학생들을 숨겨주고, 주먹밥을 만들어 버스터미널로 보내주던 기억이 난다. 당시 조선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던 동생은 목포까지 꼬박 이틀 동안 산을 넘어 걸어서 피난을 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말만큼은 꼭 전하고 싶다. 이렇게 기억하고 행동하는 행사를 계속해야 후손들이 경각심을 갖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힘쓸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남대 재학생 이수영(22)·박선주(22)씨는 "처음에는 대학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했다"며 "하지만 부스들을 하나씩 둘러보면서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부스를 보며 아픔을 기억하고 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