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뒤흔든 연상호 '군체'…5분간 쏟아진 기립박수

김수형 기자 2026. 5. 1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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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영화 '군체' 출연진과 연상호 감독

연상호 감독의 새 좀비 영화 '군체'가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습니다.

주말 새벽 칸의 대극장을 강렬하게 물들였습니다.

현지시간 16일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상영작에 초청된 결과입니다.

'군체'는 이날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됐습니다.

2천300석 규모의 대극장은 전 세계 관객들로 가득 찼습니다.

주연 배우 전지현과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은 연 감독과 나란히 무대에 섰습니다.

관객들은 이들이 등장할 때부터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습니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도 힘을 보탰습니다.

박 감독은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과 함께 레드카펫에서 '군체' 팀을 직접 맞이했습니다.

상영이 시작되자 객석은 마치 축제 분위기처럼 들썩였습니다.

관객들은 곳곳에서 흥분에 찬 함성과 박수를 보내며 화제작을 반겼습니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부산행'과 2020년 '반도'를 잇는 연 감독의 세 번째 좀비 영화입니다.

영화는 도심 대형 쇼핑몰에 발생한 집단 감염 사태를 그렸습니다.

생명공학자 권세정 역의 전지현과 건물 보안요원 현석 역의 지창욱 등이 출연합니다.

이들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백신을 구하고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기존 재난영화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좀비들이 서로 지성을 공유하며 빠르게 진화한다는 설정이 전혀 다릅니다.

여기에 좀비 사태를 촉발한 주범이 좀비 떼를 이끄는 단 한 명의 인간이라는 점도 신선한 충격을 안깁니다.

배우 구교환은 생물학 박사 서영철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인간의 좀비화를 집단 지성을 가진 진화로 믿는 인물입니다.

좀비를 지휘하는 독특한 악역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입니다.

물고 뜯기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서영철은 여유롭습니다.

마치 혼자 게임을 즐기듯 가뿐하게 쇼핑몰을 누비며 사태를 통제합니다.

개별 존재가 아닌 한 몸처럼 움직이는 좀비들의 모습은 공포감을 극대화합니다.

이들은 마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듯 지성을 서로 공유합니다.

좀비들이 동시에 입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업데이트 장면에서는 객석의 숨소리조차 잦아들었습니다.

핑계를 대며 머뭇거리는 구조대나 생존자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불량 학생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답답함을 유발하면서도 재난물 특유의 익숙한 쫄깃함을 선사합니다.

서영철은 인간의 모든 비극이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온다고 굳게 믿습니다.

영화는 이런 잘못된 믿음을 통해 인간의 개별성이 곧 인간성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모든 생각을 공유하는 좀비 집단과 서영철의 관계는 극명한 대비를 이룹니다.

몇 마디 말로도 깊이 교감하는 두 교수, 권세정과 설희의 관계와 철저히 대조되는 지점입니다.


122분간 이어진 상영은 현지시간 새벽 2시 53분에 끝났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자마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습니다.

연 감독이 상영 소감을 말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기 전까지 무려 5분 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대에 선 연 감독은 꿈에 그리던 칸영화제에서 신작을 선보여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극장을 나선 관객들은 칸 길거리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프랑스 관객은 '부산행'에 이은 새로운 좀비 스타일이 좋았다고 호평했습니다.

특히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비극이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온 다른 관객 역시 건물 전체가 하나의 집단처럼 움직이는 연출이 즐거웠다고 전했습니다.

극 중 구교환의 강렬한 표정과 제스처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극찬했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상영관 밖에서 좀비들의 기괴한 업데이트 동작을 직접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거리를 걸으며 영화가 남긴 깊은 여운을 몸으로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행사를 마친 연 감독은 거리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벅찬 감격을 드러냈습니다.

관객들이 밖에서 좀비를 따라 하는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보고 싶었던 광경이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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