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K좀비'에 칸이 반했다… 첫 공개 '군체'에 기립박수 쏟아져

고경석 2026. 5. 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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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서 첫 상영
2300석 꽉 채운 관객 5분여간 기립박수
"새롭다" "신선하다" 긍정적 반응 쏟아져
편집자주
나홍진 감독 '호프'를 비롯해 다수 작품이 초청되고 박찬욱 감독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K영화 향연으로도 반가운 세계 최고 영화제 현장에서 고경석 기자가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영화 '군체' 출연 배우 김신록, 신현빈, 구교환, 지창욱, 전지현, 연상호 감독이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꿈에 그리던 칸영화제에서 군체를 선보일 수 있게 돼서 영광이고,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앞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연상호 감독)

16일(현지시간) 새벽 3시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대극장. 영화 ‘군체’가 세계 첫 상영을 마친 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전에 본 적 없는 독특한 ‘K좀비’의 등장에 2시간을 숨죽여 보던 2,300여 명의 관객은 연상호 감독과 배우 구교환 전지현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에게 연신 뜨거운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칸영화제 공식 초청을 받은 연 감독은 5분여간 기립박수를 보내는 1, 2층 관객에게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상영에 앞서 극장 앞에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선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손님을 맞기도 했다.

배우 전지현(왼쪽)과 지창욱이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 '군체' 공식 상영에서 레드카펫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공식 부문 중 하나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군체’가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 앞은 1시간 전부터 긴 입장 행렬이 늘어섰다. 한류 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온 한 중국 여성 관객은 “지창욱의 팬이어서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객석엔 이번 영화제의 여느 상영작보다 젊은 관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군체’는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2016), ‘반도’(2020)에 이어 세 번째 선보이는 좀비 영화다.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가 열리지 못했던 2020년 ‘반도’가 공식 초청 명단에 오른 것을 포함해 세 편 모두 칸의 환대를 받았다. 이번 영화는 ‘반도’의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한 것은 물론, ‘K좀비’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9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작 ‘군체’ 상영을 앞두고 해외 팬들이 시사회장 밖에서 지창욱과 출연진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뉴스1

‘군체’는 체인스바이오라는 회사에서 근무했다가 해고당한 생물학 박사 서영철(구교환)이 경찰에 전염성이 매우 강한 세균으로 생물학적 테러를 할 것이라며 전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체인스바이오의 사업설명회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친 사장에게 문제의 균을 주입하고, 설명회가 열린 서울 한복판의 초고층 빌딩은 순식간에 좀비가 득실대는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뒤바뀐다. 경찰에 의해 건물이 완전히 봉쇄된 상황, 설명회에 참석한 권세정(전지현)과 전 남편 한규성(고수), IT 업체 직원인 최현희(김신록)와 건물 보안 요원인 동생 최현석(지창욱) 등은 구조를 요청하며 좀비들과 대처한다.

영화 '군체'. 쇼박스 제공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사태라는 점은 ‘부산행’과 비슷하지만, ‘군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좀비 떼가 한 몸처럼 움직이고, 좀비들의 이러한 집단지성을 통제하는 우두머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좀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채 끊임없는 학습으로 살아 있는 인간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여러 변수를 만들면서 관객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악당 서영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캐릭터가 장르의 관습에 따라 기능하는 전형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단점은 있지만, 영화는 군더더기를 배제한 채 속도감 넘치게 질주하며 액션 스릴러 장르의 쾌감에 집중한다. 연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직관적인 서스펜스와 재미를 느끼는 한편 개별성과 집단성,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좀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아크로바틱한 좀비 안무도 ‘군체’에서 눈여겨볼 요소다. 고난도 안무와 현대무용을 결합시킨 듯한 다채로운 몸동작은 종종 생경한 풍경을 연출하며 볼거리를 더한다. 한국 최고의 현대 무용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 감독의 주문에 따라 20명의 전문 무용수가 좀비 안무에 참여해 직접 연기까지 했다.

영화 '군체' 출연 배우 지창욱(왼쪽)과 구교환(오른쪽), 전지현(가운데 뒤)이 16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심야영화의 특성상 작품의 매력이 높지 않으면 자리를 뜨는 관객이 적지 않은 것이 유럽 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이지만, 이날 상영에서는 상영 중 극장을 나가는 관객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상영 후 만난 관객들도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프랑스의 영화과 학생 가브리엘은 “한국 영화는 다른 나라와 다른 독특한 점이 있는데 영화 속 한국 문화와 함께 그런 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좀비 호러 장르를 풀어가는 방식이 무척 새롭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니콜라 불라스마는 “한 건물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할리우드 영화 ‘다이하드’가 떠올랐는데 ‘부산행’에 비해선 캐릭터 간의 감정이 덜했다”며 “리드미컬한 좋은 스릴러 영화인데 특히 남자 주연배우(구교환)의 연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군체’는 칸 상영 일정을 모두 마친 뒤 21일 국내 개봉한다.

칸=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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