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K-좀비’ 칸을 홀렸다···“신선한 악역” 기립박수 쏟아진 ‘군체’ [현장]

전지현 기자 2026. 5. 1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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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초청, 연상호 감독 ‘군체’ 최초 공개
연 감독 “칸 영화제에 선보일 수 있어 영광···메르시 보꾸”
16일(현지시간) 12시30분쯤 <군체> 상영이 시작되기 직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연상호 감독과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등이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전지현 기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의 주연 배우 지창욱, 전지현, 구교환(왼쪽부터)이 16일(현지시간) 오전 12시30분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칸 현지 기준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늦은 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최초 공개됐다. 상영이 끝난 후 5분간 기립 박수가 나왔다.

“꿈에 그리던 칸 영화제에서 <군체>라는 영화를 다시 선보일 수 있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영화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나는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연 감독이 소감을 전하자, 23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다시 박수를 보냈다.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 연 감독이 덧붙이자 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부산행>(2016)과 <반도>(2020)에서 한국형 좀비물의 공식을 확립한 연 감독이 오랜만의 K-좀비물 <군체>로 돌아왔다. 앞선 두 작품은 ‘한국의 한 제약회사로부터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는 세계관을 공유했다. 이번에는 의도를 가지고 바이러스를 퍼뜨린 인물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의 연상호 감독이 16일(현지시간) 오전 12시30분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화 <군체>에서 ‘영철’ 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 쇼박스 제공

제약회사에 근무했던 생물학자 ‘영철’(구교환)의 112 신고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둥우리 빌딩’에 바이러스를 퍼뜨린 그는 “실험이 아니라 전염성이 강한 생물학적 테러”를 저질렀다고 자진 신고한다. 그러면서 “균을 이미 내 몸에 테스트했고, 항체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이 사태를 막을 유일한 백신”이라며 대뜸 전화를 끊는다.

생존은 평범한 사람들의 몫이다. 영철의 예고대로 둥우리 빌딩에는 좀비화가 된 사람들이 공격을 개시한다. 멀쩡한 생존자가 남아 있는데도 건물은 폐쇄된다. 옥상만이 탈출구인 건물에서 생명공학과 교수 ‘세정’(전지현)과 전남편 ‘규성’(고수), 빌딩의 보안팀 직원 ‘현석’(지창욱)과 휠체어를 타는 그의 누나 ‘현희’(김신록) 등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또 협력한다. 다만 평면적인 캐릭터 짜임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을 보는 재미는 덜하다.

영화 <군체> 한 장면. 쇼박스 제공

극의 서스펜스를 만드는 건 ‘진화하는 좀비’다. 군체는 ‘여러 개체가 모여 하나처럼 행동하는 집합체’를 의미하는데, <군체> 속 좀비들이 그렇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던 좀비들은 한순간 동시에 고개를 치켜들고 같은 정보를 공유받는다. 일종의 ‘업데이트’인데, 이를 거칠 때마다 진화한다. 기다가 두 발로 서고, 공격해야 할 대상에 대한 정보를 구체화한다. 처음에는 인간 이하의 지능으로 상대할 만했던 좀비들이 동물적으로 포위망을 좁혀가는 모습이 섬뜩하다.

그 중심에 있는 빌런, 영철을 맡은 구교환은 미묘한 웃음기를 잃지 않는 연기로 이야기의 그다음을 짐작하기 어렵게 한다. 생존자 그룹의 리더 격인 세정 역의 전지현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받친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이 16일(현지시간) 오전 12시30분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에 도착한 <군체> 팀을 마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1년 만의 영화 복귀작으로 이날 칸 영화제를 찾은 전지현은 상영 직전 레드카펫 행사에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취재진과 관중에게 인사를 건넸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박찬욱 감독이 레드카펫에 깜짝 등장해 관객을 처음 만나러 가는 <군체> 팀을 배웅하기도 했다. 연 감독이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상영을 찾는 건 <부산행>(2016) 이후 10년 만이다.

이날 관객들은 곳곳에서 ‘좀비 소리’를 내기도 하며 상영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프랑스 마르셰유에서 칸을 찾은 영화학도 시엘 슈미트(19)는 “클래식한 것 같으면서도 극을 잘 비틀어 전개해 좋았다”며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데, 꽤 잘 만든 좀비영화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턱시도 차림으로 상영관을 찾은 줄 브히쿠(19)는 “악역 캐릭터가 신선해서 좋았다”며 “재미있게 봤다. 감독의 다음 영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군체>는 한국에서 21일 개봉한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군체>의 연상호 감독(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출연진이 16일(현지시간) 오전 12시30분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 앞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칸 |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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