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재치 빛난 칸 영화제… 한국 영화 초청작 3편, 반응은?
심사위원장 위촉된 박찬욱 감독, 기자회견 달군 위트
'호프' '군체' '도라', 칸으로 진출한 한국 영화 3편

"한국 영화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박찬욱 감독이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해 경쟁 부문 진출작 0편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해는 총 3편의 한국 영화가 칸의 초청장을 받았다. 지금의 기세가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영화제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 내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2022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4년 만에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영화제를 향한 국내 관심도 한층 뜨거워진 분위기다.
무엇보다 올해는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존재감이 개막 초반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2004년 영화 '올드보이'를 시작으로 '헤어질 결심'까지 칸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박 감독은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도 소신 있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예술과 정치를 분리해서는 안 된다"며 "예술 작품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겼다고 해서 예술의 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반대로 정치적 메시지가 없다고 배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인은 정치에 관여하면 안 된다"는 발언과 대비되며 더욱 관심을 모았다. 국제 사회의 갈등과 현실 문제를 예술과 분리할 수 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시각이 드러난 대목이다.

위트도 빛났다. 박찬욱 감독은 올해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 3편을 언급하며 과거와 달라진 한국 영화의 위상을 재치있게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박 감독은 "처음 칸영화제에 온 게 2004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가끔씩 한국 영화가 소개됐다"며 "불과 20년 사이 많은 게 변했다. 한국은 더 이상 영화 변방 국가가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한국 영화가 잘해서 중심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더 많은 나라와 다양한 영화를 포용할 수 있게 됐다"며 "올해 한국 영화 3편이 초대됐는데 그렇다고 한국 영화에 점수를 더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영화제에 진출한 한국 영화는 총 3편, 칸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자랑하는 감독들의 작품이다. 경쟁 부문에는 나홍진 감독의 '호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는 연상호 감독의 '군체', 감독주간에는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초청됐다.
특히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향한 기대가 크다. 4년 만에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복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나홍진 감독은 장편 데뷔작 '추격자'를 시작으로 '황해' '곡성'에 이어 '호프'까지 연출작 모두 칸에 초청되는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마을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오는 17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되며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참석할 예정이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 '부산행' '반도'에 이어 또 한 번 칸을 찾게 됐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생존자들이 진화한 감염자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오는 15일 첫 공개되며 연상호 감독과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이 참석한다.
정주리 감독의 '도라'는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작품은 바닷가 별장으로 향한 한 가족이 머무는 동안 알 수 없는 병을 앓던 도라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며 모든 것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다. 정주리 감독은 앞서 '도희야'와 '다음 소희'로도 칸의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초청은 2023년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 이후 3년 만의 한국 영화 감독주간 진출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편,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며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폐막일에 발표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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