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밤낮으로 가장 화려한 빛을 뽐내는 5월 경주 여행법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6. 5. 1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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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꽃양귀비 등 화려한 꽃구경
밤에는 형산강 연등축제 불빛 매료
당일치기보다 여유로운 2박3일 추천

5월의 경주는 다양한 얼굴빛을 띤다. 첨성대 부근은 붉은 꽃양귀비와 주황빛 금영화가 자태를 뽐내고, ‘삼국유사’에 언급되기도 한 월성 북쪽의 하천 발천은 푸르름의 절정에 다다른다. 화려함의 극치는 밤에 이뤄진다. 연등문화축제가 열리는 형산강은 오색빛깔 연등이 불을 밝히며 빛의 향연을 펼친다. 일 년 중 밤낮으로 가장 화려한 빛을 뽐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악동 작약 꽃밭 / 사진 = 경주시
그래서일까. 한낮 경주를 찾는 이들은 양산, 종일 누빌 이들은 발 편한 운동화를 꼭 챙겨야 한다. ‘봄볕은 며느리를 쬐고 가을볕은 딸을 쬐다’는 속담처럼 봄철 햇빛은 꽤 강하다. 경주의 이곳저곳을 밤까지 살피려면 발이 편해야 하는 만큼 구두 보다는 운동화가 적합하다.

​아울러 당일치기나 1박 2일보다는 2박 3일 정도로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봄 경주를 즐기기 좋다. 꽃멍, 들판멍, 연등멍 등 곳곳이 멍때리기 최적지라 해도 손색없다. 한 마디로 느릿한 여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 바로 경주다. 여행플러스는 경주시와 함께 5월 봄을 맞은 경주에서 가볼만한 곳과 축제 등을 살뜰히 정리해 소개한다.

​꽃양귀비부터 한옥책방까지…동부사적지대 & 서악동 큰 마을
동부사적지대 꽃단지 / 사진 = 경주시
경주의 동부사적지대는 오랜 시간 도시의 중심을 이루어온 공간이다. 그 옛날 신라의 왕궁이 있던 곳으로 월성,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주요 왕경 유적이 동부사적지대와 그 주변에 모여 있다. 때문에 경주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닐어 보았을 핵심 중의 핵심 여행지이다.

​유적지 사이의 유휴지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때때로 계절 꽃이 피어난다. 고상하고 우아한 경주만의 풍경에 또 다른 아름다운 풍광이 더해진 모습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월성 북쪽에 흐르는 발천과 첨성대 사이, 또는 발천 유적과 월성 사이가 색채의 미를 더해주는 포인트 중 한 곳이다.

동부사적지대 꽃단지 / 사진 = 경주시
삼국시대의 역사서인 ‘삼국유사’에는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의 부인인 일영왕비 탄생 일화가 있다. 그 기록 속 하천이 발천이다. 발천은 동부사적지대를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월성 해자로 흘러들던 고대 수로 유적이다. 발굴 조사 과정에서 정교한 석축 수로와 석교지를 확인했다. 신라 왕경의 세밀하고도 정교한 도시 계획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유적이다.

​꽃단지로 거듭난 동부사적지대는 마치 거대한 꽃바구니와 같다. 꽃양귀비와 금영화가 서로 경쟁하듯 피어오른다. 강렬할 붉은 빛과 사랑스러운 핑크색의 꽃양귀비, 햇살을 닮은 듯한 주황빛의 금영화가 수놓아진 풍경에 첨성대나 월성을 함께 사진에 담으면 인생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

​발천 유적지 전경 / 사진 = 경주시
동부사적지대와 대조적으로 발천 일대의 산책로는 마치 녹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하다. 수로 주변으로 연둣빛에서 짙은 초록으로 변해가는 풀들이 융단처럼 깔리고, 계절 꽃도 봄바람에 살랑인다.

​발천 유적 주변은 시야를 가릴 것이 하나도 없는 탁 트인 들판이다. 북쪽을 바라보면 신라 천 년의 왕궁 유적인 경주 월성이 바로 보이고, 서쪽에는 멀리서도 독특한 외형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첨성대가 눈에 들어온다.

​서악동 고분군 / 사진 = 경주시
초록빛으로 둘째 가라하면 서러울 곳이 또 있다. 시내권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서악동 큰 마을이다. 시가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 자전거 여행 코스로도 많이 찾는다. 곳곳에 볼 곳이 많다. 태종 무열왕의 능은 물론 5월에 꼭 만나봐야 하는 작약 꽃밭이 있는 석탑, 그리고 고요한 한옥 책방까지 감성을 가득 채우다 보면 반나절이 금세 흐른다.
​무열왕릉 / 사진 = 경주시
무열왕릉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국보로 지정된 태종무열왕릉비다. 이 비석의 존재로 무열왕릉은 신라 왕릉 중 피장자가 확실히 밝혀진 몇 안 되는 곳이 됐다. 무열왕이 잠든 능은 늠름한 모습 그 자체다. 능 주변을 둘러싼 도래솔은 왕릉을 더욱 멋스럽다. 왕릉 뒤편에는 거대한 규모의 고분 4기가 동서로 줄지어 자리한다. 서악동 고분군이라 부른다. 무열왕릉과 서악동 고분군을 둘러보고 나오면 길 건너편에 자리한 고분 2기가 눈에 들어온다. 무열왕의 아들이자 문무왕의 동생이었던 김인문의 묘와 무열왕의 9대손인 김양의 묘이다.
​서악서원 / 사진 = 경주시
마을 안길로 들어서면 서원의 대문이 여행자를 반긴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굴하지 않고 남은 전국 47곳의 서원 중 한 곳인 서악서원이다. 이곳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주역 중 한 사람인 김유신 장군, 문장가이자 학자였던 최치원과 설총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
서악동 큰 마을 전경 / 사진 = 경주시

서원을 뒤로하고 골이 깊은 선도산 자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1기의 석탑이 보인다.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인 서악동 삼층석탑으로 5월과 10월에 각각 주변에 작약과 구절초가 피어나 아름다운 계절 풍경을 더해준다. 석탑 인근의 조망 포인트에서는 서악동 큰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악동 삼층석탑 바로 앞에는 큰 너럭바위에 크고 작은 홈이 여럿 새겨진 곳이 있다. 서악동 바위구멍 유적으로 선사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마을 골목 한편에는 오래된 한옥을 고쳐 만든 작은 서점이 있다. 예약제로 운영해 한결 여유롭고 조용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5월 한정판 공연과 축제…작약음악회 & 연등축제
​작약음악회 / 사진 = 경주시
경주의 5월은 딱 이시기에만 만날 수 있는 공연과 축제가 있다. 선도산 기슭의 서악동 삼층석탑 일원에서 열리는 작약음악회가 그것. 음악회를 진행하는 야외무대는 삼층석탑 주변에 탐스럽게 핀 작약꽃을 배경으로 한다.

​신라문화원에서 2016년부터 정성스럽게 가꿔온 이 작약꽃밭은 문화유산과 자연, 사람, 그리고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현장으로 거듭났다. 올해 음악회는 5월 9일, 16일, 17일 총 세 차례 열린다.

​작약음악회 / 사진 = 경주시
고즈넉한 석탑을 배경으로, 작약꽃 향기를 맡으며 듣는 선율은 복잡한 일상을 잠시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9일에는 하베르 밴드, 아르페지오 하모니카, 브라비솔리스트앙상블의 풍성한 하모니가 펼쳐졌다. 16일에는 선도동 어린이합창단, 리틀예인 무용단, 가람예술단이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17일에는 하지원 팬플룻, 블루어쿠스틱, 학춤 박소산, 최성의 공연이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형산강 연등문화축제 / 사진 = 경주시
5월 경주의 밤은 ‘2026 형산강 연등문화축제’가 사로잡는다. 축제는 신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연등회의 맥을 잇겠다는 취지로, 종교 행사를 넘어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빛의 향연으로 풀어내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한다.
​형산강 연등문화축제 / 사진 = 경주시
아름다운 전망 누각 금장대와 그 아래를 흐르는 형산강 둔치 일원에 열리는 형산강 연등문화축제는 5월 14일부터 빛의 문을 연다.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금장대 바로 건너편 형산강 둔치 행사장에서 개막식과 점등식, 장엄등 전시와 부대 체험프로그램 등을 누릴 수 있다. 각양각색의 연등을 든 시민들이 길게 행렬을 이루는 제등행렬의 장관도 만난다.

​공식 행사가 끝나도 형산강 연등 축제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금장대와 금장대 생태습지공원 일원에 조성한 연등 숲이 계속 전시를 이어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이곳은 축제 기간 내내 관람객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포토존 중 하나다.

형산강 연등문화축제 / 사진 = 경주시
특히 금장대 건너편의 형산강 둔치에서 금장대 쪽을 바라보면 강물 위에 반영된 일렁이는 연등의 모습까지 담을 수 있어 그 아름다움이 두 배가 된다. 은은하게 빛나는 연등의 불빛에 스며드는 경험은 경주 여행의 기억을 한층 더 깊게 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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