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도 피곤해" 뇌 피로 호소…디지털 자극 주의보
현대인 피로의 두 얼굴… 몸 피곤·뇌 피곤 구분해야
스마트폰 보며 쉬는 습관, 오히려 뇌 피로 키울 수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바로 침대에 눕게 돼요. 쉬는 것 같은데도 계속 피곤해요.”
1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주변 환경과 감정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 성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른바 ‘뇌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HSP는 같은 환경에서도 소리, 표정, 말투, 분위기 등 외부 자극을 세세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을 뜻한다. 단순히 사람을 만난 뒤 피로감을 느끼는 내향성과는 다른 개념으로, 외향적인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특성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 심리학자 Elaine Aron이 제안한 성향(personality trait) 개념으로 의학적 진단명이나 정신질환 개념은 아니다.
최근 관련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밖에만 다녀오면 아무것도 못 하겠다”,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집에 와서 바로 누워버린다”는 공감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흔히 ‘집돌이’, ‘집순이’로 불리는 생활 방식 역시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외부 자극을 처리하는 데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쓰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원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민서(29·가명)씨는 “약속을 다녀오면 즐거웠어도 집에 와서는 아무것도 못 할 만큼 지친다”며 “쉬려고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는데,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로가 단순한 체력 부족이 아니라 ‘뇌 피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몸은 쉬고 있어도 스마트폰, 숏폼 영상, OTT 등 빠른 자극을 계속 받아들이면 뇌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학교병원 건강저장소 ‘피로한 뇌를 쉬게 하는 방법’에 따르면 몸의 피로를 푸는 방법과 뇌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르다. 뇌는 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활동하는 기관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과거 정보를 정리하는 등 일정 수준의 활동을 이어간다.
특히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계속 보는 습관은 뇌 피로를 해소하기보다 빠른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는 방식이 될 수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건강정보는 과도한 업무나 긴장 이후 빠른 자극으로 휴식할 경우 교감신경 우위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며, 느린 자극을 통한 휴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대학생 이지은(24·가명)씨는 “쉬려고 침대에 누워 쇼츠나 유튜브를 계속 보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도 피로가 풀리는 느낌은 잘 들지 않고 몸을 안움직여 그런가 잠도 안온다”며 “휴대폰 영상을 보다 언제 잤는지도 모르게 잠드는 경우가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귀가 후 곧바로 침대에 눕기보다 짧은 산책이나 스트레칭, 청소, 요리 등 가벼운 ‘전환 활동’을 통해 뇌와 몸의 피로 균형을 맞추려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집중했던 일에서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기 전 루틴을 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업무나 공부로 뇌를 많이 쓴 경우에는 단순 영상 시청보다 가벼운 신체 활동을 통해 뇌를 쉬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운동이나 외부 활동으로 몸이 지친 경우에는 독서나 영상 시청처럼 비교적 정적인 활동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양대병원 건강정보는 뇌 피로 회복을 위해 충분한 수면과 함께 스트레칭, 요가, 호흡, 명상 등 느린 자극 중심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수면의 질이 떨어질 경우 피로가 쉽게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인의 피로를 단순히 “쉬면 낫는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길어지고, 일상 속 자극이 많아진 만큼 자신이 몸이 지친 상태인지, 뇌가 지친 상태인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는 유튜브 채널 '장동선의 궁금한 뇌'를 통해 “자극 반응도가 높은 HSP들은 예민함을 완화시키기 위해 내수용 감각, 내 몸안에 있는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며 “충분한 뇌 휴식을 위해서는 식사·수면·운동의 균형을 잘 맞추는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섭취했을 때 도움이 되는 물질은 차나무 속 테아닌·카테킨과 비타민 등”이라며 “기본 관리를 중점에 두고 일상에서 꾸준히 뇌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혜린 기자 heygong0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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