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전쟁…기업의 미래까지 나눠 가질 건가 [쓴소리 곧은소리]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2026. 5. 1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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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벌었으니 더 내놓아라”…성과보다 분배에 쏠린 시선
예측 불가능한 비용 구조…국가 경쟁력·투자 생태계 흔든다

(시사저널=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만감이 교차하는 세속이다. 15일 코스피 지수가 8000 고지를 밟았으니 민초의 시선이 온통 부러움과 후회, 안타까움과 탄식에 머무른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크나큰 사회 이슈로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에 산업 현장 여기저기서 내 몫 내놓으라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한다. 늘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이에 따른 귀추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왜 사전에 대비하지 못했는가 의문이다. 이번 일의 본질을 짚어보자. 이른바 '삼전닉스' 사태는 단순한 성과급 논쟁을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시험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과는 누구의 것이고 그 성과를 어디까지 나누어야 하는가.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파격적 보상 체계를 내놓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노조는 "회사가 큰돈을 벌었는데 왜 직원은 충분히 가져가지 못하느냐"고 묻고, 회사는 "반도체 산업은 초호황과 초불황이 반복되는 산업이며 미래 투자가 우선"이라고 맞선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임금 갈등처럼 보이지만 이 논쟁은 이미 노동, 투자, 근로의욕, 국가 신뢰, 산업 경쟁력이라는 훨씬 큰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4월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를 만드는 조직인가, 나누는 조직인가

기업의 이익은 단순히 임직원만의 몫이 아니다. 그 안에는 미래 투자, 연구개발, 설비 증설, 주주 책임, 협력사 생태계 유지, 위기 대비 재원이 함께 들어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수십조원 단위의 선행 투자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오늘의 성과를 모두 나누면 내일의 경쟁력이 사라질 수 있다.

이익을 나누라는 요구를 정리해 보자. 회사는 예년보다 증가한 이익분만큼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게 된다. 이 과실은 전 국민의 몫이다. 관련된 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지속적 성장이 담보되고 더 커지고 더 많이 투자하는 생태계가 조성될 때 윈윈이 된다. 

주주와 종업원에겐 균형 있는 투자 이익과 성과가 담보되어야 한다. 기업의 미래 가치 또한 공유되어야 될 부분이다. 청년 일자리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미시적으로 볼 때 성과는 집단 성과보다 개인 성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기준이다. 이 보상 방법 또한 미래의 성장 가치인 주식 등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의 집단성은 한국적 특색 중 하나다.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늘 기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영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는 점점 "이익이 났으면 더 나누라"는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 기준이 생산성과 기여가 아니라 '얼마 벌었느냐' 중심으로 흐르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구조가 고착되면 기업은 성과를 만드는 조직이 아니라 성과를 배분하는 조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성과를 내는 순간 추가 부담이 구조화되면 기업은 성과를 숨기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계산부터 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해외의 시선도 심상치 않다. 최근 일본 내 일부 경제계와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럴 바엔 일본으로 오라" "우리는 기업 성과를 그렇게 흔들지 않는다"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그 안에는 한국 노동시장에 대한 외부의 인식 변화가 담겨 있다.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은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세 가지만 본다. 첫째, 이익이 나면 비용이 어디까지 고정되는가. 둘째, 노사 관계는 협상 가능한가 아니면 압박 구조인가. 셋째, 성과는 축적되는가 아니면 즉시 소진되는가. 이 질문의 답이 불안정해지는 순간 국가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그것이 바로 국가 신인도다.  국가 신뢰는 노동시장의 예측 가능성, 기업 환경의 안정성, 갈등 조정 능력 같은 사회 운영 시스템 전체가 평가 대상이다. '삼전닉스 이후' 한국은 바로 그 시험대에 올라있다.

글로벌 기업이 두려워하는 건 불확실성 

Intel, TSMC, Micron Technology 같은 글로벌 기업은 한국을 생산기지이자 연구개발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 때문만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운영 가능한 국가"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과급 논쟁이 산업 전체로 확산되면 외국계 기업 본사는 이렇게 판단하기 시작한다. "이 공장은 생산성이 아니라 협상력으로 비용이 결정되는 곳인가?" 이 질문이 나오기 시작하면 신규 공장은 다른 나라로 가고 첨단 공정은 본국이나 제3국으로 이동한다. 한국은 단순 유지 운영 지역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는 있었다. General Motors는 유럽 일부 지역에서 반복된 노사 갈등과 구조조정 부담으로 사업을 축소했고, Foxconn은 중국 내 노동 비용과 갈등 리스크가 커지자 생산기지를 베트남과 인도로 분산시켰다. Amazon 역시 일부 유럽 지역의 노사 갈등과 규제 리스크 탓에 물류센터 투자 계획을 조정한 바 있다.

공통점은 단 하나다. 임금 수준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 문제였다는 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사태가 노동의 본질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노동은 단순한 권리가 아닌 책임이고 가치이며 생산의 주체다.

그런데 지금의 논쟁은 노동을 '성과를 만드는 주체'보다 '성과를 분배받는 이해당사자'로 이동시키고 있다. 이 변화는 결국 근로 의욕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과의 기준이 개인의 노력보다 기업의 이익 규모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노동의 내재적 동기는 약해지고 외재적 보상 의존은 커진다. 결국 남는 것은 반복되는 갈등과 신뢰의 붕괴다.

지금 한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다. 기업은 더 투명해야 하고 노조는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는 개입하기보다 예측 가능한 룰을 설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를 존중하되, 성과의 씨앗까지 나누어 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삼전닉스' 사태는 단순한 보상 논쟁이 아닌 대한민국 노동의 방향과 기업의 미래, 그리고 국가의 품격을 시험하는 사건이다.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치닫든 극적 타협에 이르든, 남게 될 후유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남기고 갈 사회적 갈등과 소모적 논쟁, 그리고 이를 수습하는 데 들어갈 시간과 비용은 결국 우리 국민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느 때보다 솔로몬의 지혜와 균형 감각이 절실하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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