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비행기 못 판 ‘빈손 회담’서 ‘臺침공’ 띄운 習 [트럼프 스톡커]

뉴욕=윤경환 특파원 2026. 5. 16. 12: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19>
美, 미중회담서 관세·엔비디아 거론도 안 해
보잉은 500→200대 구매...‘비자’ 사용 건의
習 “이란 석유 원해...대만 공격 시 어쩔 건가”
中, 양안 문제 견제...트럼프, 무기 판매 재검토
선거 시즌 답방 권유...국채 30년물 금리 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시장이 크게 실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는 내리고 글로벌 채권 금리와 유가는 급등하는 등 시장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일색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방중 수행단에 포함됐지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0’ 등 실질적인 수출 성과는 저조했다는 인식에서다. 보잉 항공기의 판매 예약분도 예상보다 적었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도출되지 못했다. 두 정상이 만나기 직전까지 실무급에서 치밀한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대두 수입 등 기존 무역 조치만 유지한 채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현 긴장 상황을 관리만 하기로 한 회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재개될지, 협상이 이어질지도 더 불분명해졌다는 반응도 많다. 이에 반해 중국은 중동 전쟁과 미중 정상회담 국면을 틈타 주요 2개국(G2)이라는 대외 타이틀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건들지 말라”고 경고한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 뒤로 대만 외교 정책을 44년 만에 일부 바꿀지 여부에 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기 500대 판매하려던 보잉에 “200대 구매”...“習, 이란산 석유 사고 싶어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으로 참석한 켈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 보잉은 ‘737 맥스’ 여객기 500대와 광동체 제트기 수십 대가 포함된 대규모 계약 협상을 중국과 진행하고 있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성사된 구매 계약은 200대에 그쳤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저녁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14~15일 시 주석을 연달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11월 이후 9년 만의 미국 지도자 방중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시 주석과 공식 정상회담을 가진 뒤 녹화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우 좋은 회담을 했고, 우리는 그들로부터 몇 가지를 얻어냈다”며 “시 주석이 동의한 것 중 하나는 항공기 200대를 주문하겠다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애초 보잉은 정상회담 전부터 ‘737 맥스’ 여객기 500대와 광동체 제트기 수십 대가 포함된 대규모 계약 협상을 중국과 진행하고 있었다. 계약이 성사되면 2017년 이후 중국이 보잉에 발주한 최대 규모의 주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월가에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200대 주문” 발언은 오히려 시장의 기대보다 한참 못 미친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정말 대단한 일이고 많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은 우리 농민들을 위해 미국산 대두를 대량으로 수입할 예정이고, 다른 농산물도 많이 구매할 것”이라며 “우리가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중국이 미국산 석유를 구매하길 원한다고 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10월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2028년까지 미국산 대두를 매년 최소 2500만 톤씩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이 조치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는 뜻이었다. 미국산 원유의 경우는 이번 회담에서 추가된 의제인데 중국이 어느 정도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해서도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한가지”라며 중국의 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 신용카드 회사 비자의 중국 시장 진출 문제를 건의했다고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국에서 비자를 사용하는 건 어떤가’라고 말했다”며 회담 직전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위 관료들과 미국 기업인 간 만남에서 수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 논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에 대해 시 주석과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도 “시 주석은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이란산 석유를 많이 사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도 했다”며 “시 주석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을 “위대한 두 나라, G2”라고 표현하며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관세, 엔비디아 칩, 이란 핵 거론 안 해...중간선거 시즌 집어 “美 방문해 달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황 CEO는 애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수행단 명단에 빠졌다가 백악관에 직접 전화해 알래스카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올라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그럼에도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인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가진 시 주석과 마지막 차담에서 “우리는 환상적인 무역 합의들을 이뤄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가리켜 “내가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자 친구”라며 “우리는 거의 12년간 알고 지냈고 다른 사람들이라면 해결하지 못했을 많은 문제를 해결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는 이란 문제 상황이 끝나길 원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9월 24일 중국에 답방해 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11월 3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열기가 한창 고조될 때다. 차담이 열린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자리한 옛 황실 정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이곳을 산책하기도 했다. 차담에는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데이비드 퍼듀 주중미국대사가 함께 했다. 중국에서는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 부부장,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나왔다.

이날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함께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지위를 확정했고, 경제·무역 관계 안정과 분야별 실무 협력 확장, 상호 우려의 적절한 처리에 관해 중요한 합의를 달성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GA) 만들기를 희망하고, 나는 중국 인민을 이끌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기였던 2017년과 달리 이번 중국 방문에서는 끝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어 대표는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칩 수출 통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어렵게 수행단에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처음부터 중국이 예민해 하는 AI 반도체 수출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기로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 외교부는 15일 입장문에서 전쟁이 조속히 종결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란 핵 문제에 관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국의 우려를 모두 고려하는 해결 방안을 달성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이란 핵 반대’ 등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를 두고는 중동 전쟁으로 비롯된 국제 유가 급등과 물가 문제로 11월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상황을 유지하는 데만 치중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시 주석 역시 최근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유가 상승으로 올해 목표로 삼은 4.5~5.0% 경제 성장률 달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판을 흔들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오히려 G2로서의 국제적 입지를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는 평가다.

“잘못 처리하면 충돌” 中, 양안 문제 최고 견제구...트럼프, 44년 만에 무기 판매 재검토 시사

라이칭더 대만 총통. AP연합뉴스
사실 이번 회담에서는 무역 사안보다 대만 문제가 더 부상했다. 이전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수를 줄이고 시 주석이 발언을 늘린 이번 회담에서 중국은 양안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고 강하게 제시했다.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미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을 넘어설 수 있을지,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는지는 역사적 질문”이라며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를 잘 처리하면 양국 관계는 전반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고, 잘못 처리하면 양국은 충돌해 중미 관계 전체를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대만의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고 미국은 이 문제를 반드시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신흥 강대국에 대한 두려움이 전쟁을 부른다고 주장한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명제를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대중화한 이론이다.

시 주석은 나아가 “중미가 합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며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됐고, 의견 차이와 마찰이 있을 때는 ‘대등한’ 협의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적수가 아닌 협력 관계가 돼 서로를 성취시키고 공동 번영하면서 새 시대 대국 간 올바른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 내내 중국을 세계 질서에서 미국과 동격의 대국으로 표현하며 서로의 이해관계에 관여하지 말자고 제안한 셈이다. 양국 정상회담 자리가 사실 글로벌 사회 최고 외교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작심하고 대미 군사 충돌까지 불사하는 경고 메시지를 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는 매우 좋고, 나와 시 주석도 역대 미중 정상 가운데 가장 좋은 관계”라며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중국은 위대한 국가”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방중 기간 내내 공식 석상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유독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중국도 괜찮아 할 것”이라며 “우리는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니까 독립하자’고 말하는 걸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만 같은 날 NBC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어떤 강제적 현상 변경도 양국에 나쁠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만 관련 외교 정책 변경 가능성을 암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해 미국은 중국과 협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시 주석과 상의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1980년대는 꽤 먼 과거인데 어쩌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분명히 무기 판매와 관련한 얘기를 했고 우리는 아주 상세하게(in great detail) 이를 논의했다”며 “지금 당장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9500마일(약 1만 5000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전쟁이고 내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 주석은 매우 강경하게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진핑, 대만 침공까지 물어봐...중국 “미국도 독립 인정 안 하는 것 느껴”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 겸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앞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2년 대만에 대해 ‘무기를 팔 때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담은 ‘6대 보장’을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지난해 12월 대만에 111억 달러(약 16조 50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더해 140억 달러(약 20조 9000억 원) 이상의 또 다른 무기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대만에 무기를 팔지 말거나 이를 연기하라고 미국에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상회담 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적어도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량을 줄이거나 품목을 바꿀 수도 있다는 뜻으로 외교가는 받아들였다.

더 심각한 점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을 공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전용기 안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시 주석이 내게 그것을 물었다”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그걸 아는 사람은 나, 오직 한 사람뿐”이라고 뽐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시 주석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너무나도 예민한 문제인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을 노골적으로 물었다는 것이기에, 이는 파급력이 큰 사안이 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 마지막 해인 내년, 4연임을 위한 성과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1월 공개한 최신 국방전략(NDS) 등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를 미국 본토 방어와 함께 최우선 안보 의제로 제시한 바 있지만,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방어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며 “승인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나는 승인을 일시 보류하고 있고, 이는 중국에 달려 있다”며 “내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없을 때는 대만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산업 수년 동안 훔쳤다”며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고 임기를 마칠 때쯤 세계 반도체 산업의 40∼50%가 미국에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도 이날 베이징에서 연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올 가을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며 “회담을 통해 미국이 국제사회와 마찬가지로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다”고 부각했다. 이어 “미국과 대등한 관세 인하 틀 아래 양자무역 확대 등에 합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시 주석과 북한에 대한 어떤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언제인지는 특정하지 않은 채 김정은과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수감돼 있는 반중(反中) 성향의 전직 홍콩 언론사주 지미 라이의 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시 주석이 어려운 사안(tough one)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중 관세와 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원유를 구매한 중국 회사 제재 해제 문제를 두고는 “논의했고 앞으로 며칠 내로 결정할 것”이라며 “시 주석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이란을 압박하라고 설득했느냐’는 질의에는 “부탁을 하면 그 대가로 다른 부탁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부탁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회담 실망’에 주가 내리고 채권 금리와 유가는 급등...대만해협 긴장 장기 주시해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14일(현지 시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빠져나가고 있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허가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뭔가 진전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스페이스X도 우주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중국 태양광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주가는 회담 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15일 뉴욕 증시에서 4.73% 급락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핵심 갈등은 그대로 남겼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제나 비판적이기만 한 뉴욕타임스(NYT)는 15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무역 분쟁이나 대만 문제, 이란 전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됐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회담이 두 초강대국 간 불안정한 관계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놀랍게도 지금까지 중국 측 발표문에는 이란 비핵화에 대한 합의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데니스 와일더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분석국장의 논평을 전했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15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24%), 나스닥종합지수(-1.54%) 등은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특히 기대했던 인공지능 칩 ‘H200’ 수출이 불발된 것으로 보이는 시가총액 최대 기업 엔비디아가 4.43%나 고꾸라졌다. 대(對)중국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친 보잉도 14일 4.73%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3.80% 추가 하락했다. 회담 기간 주목받았던 일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테슬라도 4.73% 내렸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허가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스페이스X도 우주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중국 태양광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 해법이 전혀 제시되지 않자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3.4%,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4.2% 솟구쳤다.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유가 상승발(發) 물가 급등 우려로 글로벌 채권 금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퇴임일임에도 급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추종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0.12%포인트 상승해 4.58%까지 뛰어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장중 0.09%포인트 올라 4.08%를 기록했고,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준거 역할을 하는 장기물 3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장중 0.10%포인트 뛰며 5.12%까지 솟구쳤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2%로 높였다.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50.2%, 인상할 확률은 49.4%, 인하할 확률은 0.4%다. 시장 참여자 절반이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 취임을 앞두고 연내 금리 인상을 점치는 상황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별다른 결과물 없이 끝남에 따라 이 사안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을 둘러싼 안보 문제와 이를 지렛대로 한 반도체 생산기지 이전 이슈가 장기적으로 부각할 경우 글로벌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질 수 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