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비행기 못 판 ‘빈손 회담’서 ‘臺침공’ 띄운 習 [트럼프 스톡커]
美, 미중회담서 관세·엔비디아 거론도 안 해
보잉은 500→200대 구매...‘비자’ 사용 건의
習 “이란 석유 원해...대만 공격 시 어쩔 건가”
中, 양안 문제 견제...트럼프, 무기 판매 재검토
선거 시즌 답방 권유...국채 30년물 금리 5.1%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시장이 크게 실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는 내리고 글로벌 채권 금리와 유가는 급등하는 등 시장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 일색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방중 수행단에 포함됐지만,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0’ 등 실질적인 수출 성과는 저조했다는 인식에서다. 보잉 항공기의 판매 예약분도 예상보다 적었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도출되지 못했다. 두 정상이 만나기 직전까지 실무급에서 치밀한 합의안을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대두 수입 등 기존 무역 조치만 유지한 채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현 긴장 상황을 관리만 하기로 한 회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재개될지, 협상이 이어질지도 더 불분명해졌다는 반응도 많다. 이에 반해 중국은 중동 전쟁과 미중 정상회담 국면을 틈타 주요 2개국(G2)이라는 대외 타이틀을 확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만 침공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건들지 말라”고 경고한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 뒤로 대만 외교 정책을 44년 만에 일부 바꿀지 여부에 각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 보잉은 정상회담 전부터 ‘737 맥스’ 여객기 500대와 광동체 제트기 수십 대가 포함된 대규모 계약 협상을 중국과 진행하고 있었다. 계약이 성사되면 2017년 이후 중국이 보잉에 발주한 최대 규모의 주문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월가에 확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200대 주문” 발언은 오히려 시장의 기대보다 한참 못 미친 수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럼에도 “정말 대단한 일이고 많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중국은 우리 농민들을 위해 미국산 대두를 대량으로 수입할 예정이고, 다른 농산물도 많이 구매할 것”이라며 “우리가 합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중국이 미국산 석유를 구매하길 원한다고 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10월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2028년까지 미국산 대두를 매년 최소 2500만 톤씩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이 조치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는 뜻이었다. 미국산 원유의 경우는 이번 회담에서 추가된 의제인데 중국이 어느 정도의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해서도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한가지”라며 중국의 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 신용카드 회사 비자의 중국 시장 진출 문제를 건의했다고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국에서 비자를 사용하는 건 어떤가’라고 말했다”며 회담 직전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위 관료들과 미국 기업인 간 만남에서 수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 논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에 대해 시 주석과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이란에 군사 장비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도 “시 주석은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이란산 석유를 많이 사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길 원한다고도 했다”며 “시 주석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을 “위대한 두 나라, G2”라고 표현하며 “시 주석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돕고 싶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9월 24일 중국에 답방해 달라고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11월 3일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 열기가 한창 고조될 때다. 차담이 열린 중난하이는 자금성 서쪽에 자리한 옛 황실 정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이곳을 산책하기도 했다. 차담에는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데이비드 퍼듀 주중미국대사가 함께 했다. 중국에서는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왕이 외교부장,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마자오쉬 외교부 상무 부부장, 셰펑 주미중국대사가 나왔다.
이날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우리는 함께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지위를 확정했고, 경제·무역 관계 안정과 분야별 실무 협력 확장, 상호 우려의 적절한 처리에 관해 중요한 합의를 달성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마가·MAGA) 만들기를 희망하고, 나는 중국 인민을 이끌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집권기였던 2017년과 달리 이번 중국 방문에서는 끝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그리어 대표는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회담에서 칩 수출 통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어렵게 수행단에 합류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처음부터 중국이 예민해 하는 AI 반도체 수출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기로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이란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 외교부는 15일 입장문에서 전쟁이 조속히 종결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란 핵 문제에 관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국의 우려를 모두 고려하는 해결 방안을 달성해야 한다”고만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이란 핵 반대’ 등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를 두고는 중동 전쟁으로 비롯된 국제 유가 급등과 물가 문제로 11월 중간선거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상황을 유지하는 데만 치중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시 주석 역시 최근 부동산 침체와 내수 부진, 유가 상승으로 올해 목표로 삼은 4.5~5.0% 경제 성장률 달성에 적신호가 켜지자 판을 흔들지 않은 것으로 진단됐다. 오히려 G2로서의 국제적 입지를 트럼프 대통령과 대등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는 평가다.

시 주석은 나아가 “중미가 합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상처를 입는다”며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됐고, 의견 차이와 마찰이 있을 때는 ‘대등한’ 협의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적수가 아닌 협력 관계가 돼 서로를 성취시키고 공동 번영하면서 새 시대 대국 간 올바른 공존의 길을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 내내 중국을 세계 질서에서 미국과 동격의 대국으로 표현하며 서로의 이해관계에 관여하지 말자고 제안한 셈이다. 양국 정상회담 자리가 사실 글로벌 사회 최고 외교 무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작심하고 대미 군사 충돌까지 불사하는 경고 메시지를 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관계는 매우 좋고, 나와 시 주석도 역대 미중 정상 가운데 가장 좋은 관계”라며 “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이고 중국은 위대한 국가”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방중 기간 내내 공식 석상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유독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중국도 괜찮아 할 것”이라며 “우리는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지지하니까 독립하자’고 말하는 걸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만 같은 날 NBC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어떤 강제적 현상 변경도 양국에 나쁠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만 관련 외교 정책 변경 가능성을 암시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82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관해 미국은 중국과 협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시 주석과 상의한 게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1980년대는 꽤 먼 과거인데 어쩌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분명히 무기 판매와 관련한 얘기를 했고 우리는 아주 상세하게(in great detail) 이를 논의했다”며 “지금 당장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은 9500마일(약 1만 5000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전쟁이고 내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 주석은 매우 강경하게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나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점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을 공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전용기 안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방어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시 주석이 내게 그것을 물었다”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그걸 아는 사람은 나, 오직 한 사람뿐”이라고 뽐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시 주석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너무나도 예민한 문제인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는 상황’을 노골적으로 물었다는 것이기에, 이는 파급력이 큰 사안이 될 수 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3연임 마지막 해인 내년, 4연임을 위한 성과물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 1월 공개한 최신 국방전략(NDS) 등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를 미국 본토 방어와 함께 최우선 안보 의제로 제시한 바 있지만, 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방어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를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며 “승인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나는 승인을 일시 보류하고 있고, 이는 중국에 달려 있다”며 “내가 재임하는 동안에는 중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없을 때는 대만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산업 수년 동안 훔쳤다”며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고 임기를 마칠 때쯤 세계 반도체 산업의 40∼50%가 미국에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도 이날 베이징에서 연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올 가을 미국을 국빈 방문할 예정”이라며 “회담을 통해 미국이 국제사회와 마찬가지로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거나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다”고 부각했다. 이어 “미국과 대등한 관세 인하 틀 아래 양자무역 확대 등에 합의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시 주석과 북한에 대한 어떤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며 언제인지는 특정하지 않은 채 김정은과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 수감돼 있는 반중(反中) 성향의 전직 홍콩 언론사주 지미 라이의 석방 문제에 대해서는 “시 주석이 어려운 사안(tough one)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중 관세와 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원유를 구매한 중국 회사 제재 해제 문제를 두고는 “논의했고 앞으로 며칠 내로 결정할 것”이라며 “시 주석이 ‘이란이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이란을 압박하라고 설득했느냐’는 질의에는 “부탁을 하면 그 대가로 다른 부탁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나는 어떤 부탁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했다. 15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24%), 나스닥종합지수(-1.54%) 등은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특히 기대했던 인공지능 칩 ‘H200’ 수출이 불발된 것으로 보이는 시가총액 최대 기업 엔비디아가 4.43%나 고꾸라졌다. 대(對)중국 판매량이 기대에 못미친 보잉도 14일 4.73%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3.80% 추가 하락했다. 회담 기간 주목받았던 일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테슬라도 4.73% 내렸다. 테슬라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허가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스페이스X도 우주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중국 태양광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 해법이 전혀 제시되지 않자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3.4%,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4.2% 솟구쳤다.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유가 상승발(發) 물가 급등 우려로 글로벌 채권 금리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퇴임일임에도 급등세를 보였다.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추종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0.12%포인트 상승해 4.58%까지 뛰어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물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장중 0.09%포인트 올라 4.08%를 기록했고, 미국 주택담보대출과 우량 회사채의 준거 역할을 하는 장기물 3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장중 0.10%포인트 뛰며 5.12%까지 솟구쳤다.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에 국채 수익률이 올랐다는 것은 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6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2%로 높였다.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50.2%, 인상할 확률은 49.4%, 인하할 확률은 0.4%다. 시장 참여자 절반이 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 취임을 앞두고 연내 금리 인상을 점치는 상황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별다른 결과물 없이 끝남에 따라 이 사안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을 둘러싼 안보 문제와 이를 지렛대로 한 반도체 생산기지 이전 이슈가 장기적으로 부각할 경우 글로벌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질 수 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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