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interview]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기르는 구단” 양천 TNT 서민우 단장이 그리는 미래(1편)

정지훈 기자 2026. 5. 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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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IF'의 사전적인 의미는 '만약에 ~라면'이다. 은 '만약에 내가 축구 기자가 된다면'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누구나 축구 전문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수를 발행하고 있는 'No.1' 축구 전문지 '포포투'와 함께 하는 은 K리그부터 PL, 라리가 등 다양한 축구 소식을 함께 한다. 기대해주시라! [편집자주]

“사람이 성장하는 구단”. 한국 축구 시스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양천 TNT FC의 핵심 철학이다. 기존 성적과 결과 중심의 구조와 달리, TNT FC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TNT FC는 단순히 승리를 쌓기 위한 팀이 아니라, 선수와 구성원 모두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부리그에서 쉽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선수들이 아닌, 기회를 얻어 더 높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을 발판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인 셈이다. TNT FC의 시스템과 철학을 듣기 위해 포포투 ‘IF 기자단’이 서민우 단장을 직접 만났다.

스포츠 구단에서 ‘단장’은 단순히 조직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직함에 그치지 않는다. 단장은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존재다. 전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자원을 영입하고, 선수단과 현장 스태프가 최상의 환경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시설과 운영 전반을 점검한다. 결국 단장은 구단 전체를 하나의 방향으로 이끄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단장’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인물은 지난 2019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일 것이다. 반듯하고 약간은 차가운 이미지와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 하지만 직접 마주한 서민우 단장은 유쾌하고 소탈한 에너지로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자신을 "아직 선수단을 관리하는 단장이 아닌, 구단의 행정적·사무적 토대를 닦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단단한 틀을 잡아 구단의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지역 사회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K4리그 진출을 위한 행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설계자'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과 행정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직접 디지털 시스템까지 고민하는 그의 행보는, 우리가 알던 전통적인 단장의 모습을 넘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었다.

#1. 5살 꼬마의 공놀이가 17년의 커리어가 되기까지

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서민우 단장에게는 5살 때 공을 가지고 놀던 자신의 모습이 담긴 낡은 사진 한 장,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숨죽이며 지켜봤던 94년 미국 월드컵이 그것이었다. 축구 선수를 꿈꿨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펜을 잡아야 했던 소년은 축구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막연한 목표를 품고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후에는 비로소 유년 시절 그토록 꿈꿨던 선수 생활을 처음 경험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출발이었지만, 서울대학교 축구부라는 특수한 환경은 단순한 선수가 아닌 전략가로 성장시켰다. 이 경험은 훗날 17년의 축구 외길 인생의 도약대가 되었다.

Q. 처음으로 축구 산업에서 일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렸을 적엔 축구선수를 꿈꿨어요. 중학교에 진학할 때 선생님이 축구선수를 해보라고 추천해 주셔서 테스트를 봤는데 결국 부모님이 반대를 하셨죠. (웃음)

시간이 지나고 고등학교 때 축구 산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에서야 축구 산업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당시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어요. 그래서 막연히 대한축구협회에 들어가 행정 쪽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최고의 대학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Q. 구단의 단장으로서, ‘선수 서민우’를 되돌아 본다면 어떤 선수였나요?

발이 빠른 왼쪽 윙어였고 지구력이 좋은 선수였어요. 서울대 축구부가 웅크리고 있다가 카운터 공격하는 축구를 구사했는데, 제 장점을 통해서 역습으로 골을 많이 넣었던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유소년때부터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부족했어요. 다만 성인 때 축구를 배우다 보니까, 축구를 보는 시선 자체가 전략적으로 형성된 것 같아. 이게 나중에 분석관을 하는데 장점으로 발휘된 것 같습니다.

Q. FC서울의 전력분석관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셨습니다. 당시를 회상한다면?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제가 1.5세대 정도 분석관인 것 같은데 커리큘럼도, 업무 프로토콜도 없던 시절이었죠. 기술적 체계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당시에 부평 집에서 구리에 있는 구단 사무실까지 출퇴근하면서도 힘든 줄 모를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일했던 시기였습니다.

#2. ‘17년 차’ 베테랑, 또다시 성장을 꿈꾸다

“젊은 날 열정을 쏟아 부었던 그 기억이 남은 인생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됩니다. 부평에서 구리까지 출퇴근하던 그 시절의 열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매너리즘’. 틀에 박힌 일상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찾아오는 익숙함은 때로는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FC서울에서 전력분석관과 스카우트를 거치며 오랜 시간 축구 산업에 몸담아온 서민우 단장 역시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서민우 단장의 지루함은 멈춤이 아닌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익숙함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환경을 선택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그는 다른 길을 찾아 ‘단장’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선택했다. 지루함은 그를 주저앉게 만든 것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게 만든 이유였다. 17년차 베테랑이지만, 그는 여전히 축구 산업의 최전방에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Q. FC서울에서의 8년을 뒤로하고, TNT FC의 단장으로 부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매너리즘에 빠졌었어요. 반복되는 루틴이 이어지면서 축구가 점점 ‘일’로만 느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즐거움보다 익숙함이 먼저 다가왔어요. 끊임없이 경기를 보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과정 속에서 오히려 축구에 대한 흥미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그런 시기에 핏투게더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당시 회사에서는 축구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새롭게 꾸리고 있었고, TNT FC 구단 역시 단기적인 운영을 넘어 장기적인 계획을 실현하려는 시점에 있었죠. 구단 운영 전반을 뒷받침할 행정적인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Q. 구단의 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행정가로서의 첫걸음은 어떠셨나요?

사실 업무의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FC서울 시절 분석관을 거쳐 스카우트 팀에서 근무하며 구단 행정 전반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쌓은 데이터들이 지금까지도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TNT FC에서 제가 하는 업무 역시 일반 프로 구단의 운영 구조와 궤를 같이합니다. 규모만 다를 뿐 마케팅, 홍보, 선수 등록, 대외 협업 및 협약서 작성, 그리고 경기 운영 준비까지 구단이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실무를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프로 무대에서 경험했던 체계적 구단 행정 시스템을 우리 구단의 규모에 맞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Q. 실무 현장에서 겪었던 가장 뼈아픈 경험이나, 혹은 구단을 운영하며 마주한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었나요?

특정한 실수가 뼈아팠다기보다, TNT FC가 나아가려는 방향 중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 역설적이게도 '지역 사회에 녹아드는 과정' 그 자체라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오직 '축구'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왔습니다. 하지만 핏투게더에 합류해 산업 전체를 조망하고 양천구와 본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면서 비로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축구장 밖의 세상,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비즈니스'의 영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우리를 이미 알고 있거나 이해해 주는 사람들하고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의 진심과 철학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요즘 제가 TNT에서 일을 하며 가장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지점이 바로 지역 사회와의 끊임없는 소통입니다.

생소한 분야의 수많은 사람을 만나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행정 업무를 넘어선 진짜 '비즈니스'더군요. 우리의 꿈인 '전용 구장 건립' 역시 결국은 양천구 지역 사회와 얼마나 단단한 신뢰 관계를 다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축구 외적인 이 비즈니스적인 연결고리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구단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가치가 있을까요?

‘사람이 성장하는 구단', 제가 이 말에 깊이 공감했기에 이를 구단의 철학으로 세웠습니다. 현재 저희 구성원들은 매우 끈끈합니다. 여기서 끈끈하다는 것은 단순히 사이가 좋다는 의미를 넘어, 구단이 돌아가는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시스템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는 동일한 가치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저희 구단에서는 '사람'이라는 맥락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을 더 크게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그리고 이들과 함께했을 때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구성원 개개인이 지닌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는 것, 그것이 제가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철학입니다.

[Behind the interview] 서민우 단장의 반전 힐링 MOMENT

인터뷰 내내 분석관 출신다운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 서민우 단장. 하지만 ‘축구 밖’의 서민우는 예상외로 부드러운 ‘육아 대디’였다. 쉴 때 주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연스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이 많아서 따로 쉬는 시간은 없어요. 아이를 봐야 하거든요(웃음).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힐링 하는 것, 그것이 저를 다시 뛰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콘텐츠 제작='IF 기자단' 7기

인터뷰=전준모, 조현빈, 나미선, 박현수

장소제공=레코드피자 경의선숲길점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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