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매 육아 전업주부 아빠’ 만나보실래요?… 다큐 ‘반칙왕 몽키’가 선보이는 새로운 돌봄 서사

2026. 5. 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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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전업주부를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난 여성 돌봄 서사
‘가부장’, ‘가모장’도 아닌 ‘부부장’ 모델의 가족 이야기
돌봄 연작 다큐멘터리 <반칙왕 몽키> 20일 극장 개봉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에서 사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반칙왕 몽키>의 한 장면. 스튜디오 그레인풀 제공

안나 : 성공의 척도를 무엇이라고 생각해?

몽키 :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 삶의 방식에 굳이 정답은 없다고 하는데, 대부분 똑같이 살고 있잖아. 우리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게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해.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서 사남매를 키우는 안나(아내)와 몽키(남편)는 자녀들을 어떻게 키울지를 두고 이런 대화를 나눈다. 몽키는 말한다. “모두가 똑같이 방식으로 사는 게 맞을까”라고. 안나가 다시 묻는다. “다른 부모들도 자녀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게 성공인 걸 알지. 그런데 학벌과 생계가 직접 연결되는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주려고 대학 입시에 매달리는 것이지 않으냐”고. 몽키는 “그건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황다은·박홍열 감독의 다큐멘터리 <반칙왕 몽키>에 나오는 장면을 정리한 내용이다.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돌봄과 교육 앞에서 정답은 없다지만, 한국에는 이정표처럼 만들어져 있는 어떤 경로가 있다. 외벌이 부부라면 한 사람은 돈 버는 일에, 한 사람은 가사와 아이 돌보는 일에 집중한다. 가부장제가 많이 해체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계 소득은 아빠가, 가사·돌봄은 엄마가 맡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부부라면 둘의 소득에서 상당 부분을 돌봄 비용으로 낸다. 이 경우 정작 부모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진학한 다음엔 본격적으로 사교육 시장 속으로 들어간다.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든, 아이의 학업 성취를 위해서든 사교육은 정해진 길처럼 보인다. 보호자는 여기에 시간과 비용을 쏟아붓는다. 과열된 사교육 경주의 목적지는 대학 입시. 이런 경로를 따르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

<반칙왕 몽키> 포스터. 스튜디오 그레인풀 제공

<반칙왕 몽키>의 주인공인 몽키와 안나의 선택은 이런 경로에서 벗어나 ‘반칙’을 행사한다. 합계출산율 0.8명인 한국에서 아이 4명을 낳았다. 엄마인 안나가 일을 해 경제적 책임을 지고 아빠인 몽키가 가사·돌봄을 맡았다. 남성 생계 부양 모델의 전복이다. 두 사람은 사교육을 지양하는 부모들이 모여 있는 성미산마을에 삶의 터전을 꾸렸다. 아이들이 가족과 마을 안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하는 걸 보기 위해서다. 사교육 없이, 대학 입시에 목매지 않는, 그런 자녀 교육을 지향하는 부부가 선택한 공간적 배경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몽키가 스스로 찍은 ‘숏폼’ 세로 영상과 두 감독이 연출·촬영한 가로 화면이 교차한다. 몽키·안나의 돌봄이 마을로 확장되는 지점을, 한 가정의 ‘반칙 같은 실험’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을 담아낸다.

포스터가 말해주듯 이 다큐멘터리는 ‘사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 몽키의 이야기다. 벌써 10년차, 살림과 육아라는 돌봄 노동을 수행하는 남성 어른의 모델을 보여준다. 라이벌은 ‘재벌 아빠’다. 재벌이 가질 수 없는 것, ‘시간’과 ‘관계’가 부자인 아빠다. ‘체력’을 바탕으로 한 놀이 활동을 이끌어주는 게 강점이다. 그의 돌봄은 네 자녀뿐만 아니라 마을로 확장돼 있다. 마을 주민들의 소소한 고충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마을 공터에 트램펄린을 설치해 마을 아이들 누구나 놀 수 있게 한다. 마을에서 ‘유명인’으로, 그 자신의 소망인 ‘유명한 아빠’의 길을 걷는다.

다큐멘터리 <반칙왕 몽키>에 출연한 전업주부 아빠 ‘몽키’와 아이들. 스튜디오 그레인풀 제공

이 부부의 돌봄 방식은 가부장제의 성역할만 바꾼 것은 아니다. 안나는 가사·돌봄 일을 적극적으로 분담한다. 안나는 ‘바깥사람’이 아니라 ‘워킹맘’이다. 그는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다가 넷째 아이를 출산하고는 육아를 위해 정규직을 그만두고 비정규직 일을 구했다. 일터의 사업이 중단되면서 실직한 가장으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로 새로운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직장에서의 자기 위치에 관한 고민을 하면서도 네 아이를 키우는 삶에서 단단한 행복을 발견한다.

<반칙왕 몽키>에 출연하는 또 다른 주인공들. 네 명의 아이들은 같이 놀고, 먹고, 떠들고, 즐겁다.

<반칙왕 몽키>의 한 장면. 스튜디오 그레인풀 제공

황다은·박홍열 감독은 “입시, 취업, 결혼, 출산, 교육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내 선택으로 했던 일들이 과연 온전히 내 선택이었는지, 사회의 선택은 아니었는지 반문하곤 했다”며 사회가 강제하는 선택이 아니라 원하는 삶을 선택한 몽키와 안나 가족을 중심으로 다큐를 찍게 됐다고 말했다.

두 감독은 “돈이 없으면 결혼도 출산도 어렵고 입시 경쟁에서 밀린다는 ‘상식’이 반칙인 걸 알면서도 다른 삶을 선택할 용기가 없던 사람들에게 ‘반칙에는 반칙으로 저항’하는 가족의 삶을 통해 다른 삶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삶의 주인공으로 사는 길을 ‘바깥’이 아닌 ‘안’에서 찾고 ‘안사람’ 역할을 선택한 전업주부 아빠와 ‘바깥양반’으로 불리는 가부장이 아니라 ‘안과 밖’의 경계 없이 돌봄을 분담하며 생계부양자 역할을 수행하는 워킹맘 엄마를 통해 성역할의 전복이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돌봄의 방식을 나누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돈 드는 사교육이 아니라 마을 안에서 이웃들과 함께 사적인 교육으로도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다는 믿음도 회복하고 싶었습니다. 몽키와 안나 가족의 삶이 반칙이 아니라 또 하나의 상식이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황다은·박홍열 감독)

두 감독은 “이 사회의 보편적 상식에 의문이 드는 분, 결혼과 출산을 앞두고 고민하시는 분, 전업주부 아빠와 워킹맘의 자리에 자신의 삶을 겹쳐 놓고 슬기로운 양육 생활을 해나가고 싶은 분, 몽키가 스스로 전업주부로 호명하기 위해 선택한 릴스 영상이 극장 스크린에서 어떤 영화적 체험을 줄지 궁금한 분들께서 영화를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반칙왕 몽키>는 지난해 9월 열린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경쟁부문에 상영됐다. 이 작품은 두 감독의 전작 <나는 마을방과후 교사입니다>(2023)에 이은 돌봄 연작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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