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래리티법', 상원 첫 관문 넘었다
SEC·CFTC 권한 정리...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14일(현지시각)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 법안'을 찬성 15표·반대 9표로 가결했다. 지난해 7월 하원을 통과한 뒤 10개월간 상원에 묶여 있던 법안이 마침내 첫 관문을 넘은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루벤 갈레고(애리조나)·앤절라 알소브룩스(메릴랜드) 두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309쪽 분량의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디지털 상품 △디지털자산 증권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 세 범주로 나누는 데서 출발한다. 분류에 맞춰 감독 권한도 다시 짰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기·시세조종 등 투자자 보호 영역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상품 시장 질서를 맡는 구조다. 그동안 두 기관이 같은 자산을 두고 증권이냐 상품이냐를 놓고 충돌해 온 데 따른 정리다.
분류 기준이 다듬어지면서 주요 자산의 법적 지위도 한층 분명해질 전망이다. 법안은 지난 1월 1일 기준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기초자산이었던 토큰을 디지털 상품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규제상 지위가 사실상 디지털 상품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세부 조항은 상원 본회의와 하원 조정 과정에서 추가로 손질될 수 있다.
▲ '네트워크 토큰' 개념 도입… 디파이 개발자에는 면책
자산 분류 외에도 초안에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토큰에 한해 비증권 지위를 인정하는 '네트워크 토큰' 개념이다. 거버넌스 기능이 부여됐다는 이유만으로 비증권 지위가 곧바로 사라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뒀다.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분야에는 책임의 경계선을 그었다. '블록체인 규제 확실성법(BRCA)' 성격의 조항을 통해, 이용자 자산을 직접 보관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인프라 제공자는 송금업자로 보지 않도록 했다.
단순 코드 작성이나 네트워크 지원만으로는 등록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면책이 무한정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불법 자금과의 연관성을 알고도 자금을 이체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묻도록 단서를 달았다.
▲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활동 기반 보상'은 허용
가장 치열한 다툼이 벌어졌던 대목은 스테이블코인 조항이다. 법안은 거래소·중개업자가 단순 보유에 대해 이자나 수익을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은행 예금과 '경제적·기능적으로 동등한' 형태의 보상도 함께 막았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해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은행권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활동에 따른 보상까지 일률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스테이킹, 유동성 공급, 거버넌스 참여, 로열티 프로그램 등 실제 온체인 활동에 연동된 보상은 허용했다.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알소브룩스(민주·메릴랜드) 의원이 주도한 절충안이다. 그만큼 진통도 컸다. 표결 직전 며칠간 미국 은행권은 상원 의원들에게 8000여통의 서한을 보내 추가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백악관 "7월 4일까지 서명"… 60표 확보가 관건
은행위 문턱은 넘었지만 본회의로 가는 길은 또 다른 싸움이다. 필리버스터를 막으려면 60표가 필요해 공화당 단독으로는 처리가 어렵다. 민주당 일부의 추가 협조가 변수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시점을 7월 4일 독립기념일 이전으로 잡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입법 시한은 상원과 하원 조율 결과에 달려 있다.
남은 정치적 뇌관은 윤리 조항이다. 현재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의 가상자산 사업 활동을 직접 규율하는 조항이 빠져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진보파는 윤리 장치 없이는 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크업 과정에서 크리스 밴 홀런 의원이 제안한 대통령·부통령·연방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홍보 금지 수정안도 부결됐다. 은행위에서 찬성표를 던진 알소브룩스 의원조차 본회의에서 미해결 쟁점이 정리되지 않으면 지지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가결은 미국이 가상자산을 더 이상 제도권 밖 방치하지 않고 본격적인 관리 체계 아래 두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종 입법에 이르기까지 본회의 60표 확보와 하원과의 재조율, 이해상충 조항 처리 등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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