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볼텐데... 누가 '술잔'을 늘리나
주류 소비 감소 속 콘텐츠 마케팅 확대
OTT 경쟁 심화... 감정 장치로서 음주 활용
노출 논란과 규제 공백... 산업 과제로 부상
[지데일리] TV 드라마 속 술잔이 다시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국내 주류 소비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강을 중시하는 생활 방식 확산, 저도주 선호, 음주 자체를 줄이려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주류 시장은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술을 마시지 않는 선택’이 자연스러워지면서 전통적인 주류 소비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 맥주와 소주 소비량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 탄력이 둔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이 콘텐츠다. 드라마와 예능은 제품을 노출하기에 효과적인 창구이며, 이야기 속 맥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경우 광고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등장인물이 특정 브랜드의 술을 마시는 장면은 시청자에게 소비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협찬 형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서사 자체에 음주 상황을 적극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배경 소품이 아니라 이야기 구조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더 크다.
또 다른 요인은 플랫폼 경쟁이다.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제작사들은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음주는 감정의 변화를 빠르게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기 쉽다. 갈등을 폭발시키거나 관계를 급격히 전환시키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하는 콘텐츠 환경과 맞물리며 음주 장면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는 분명한 논쟁 지점도 존재한다. 음주 장면의 과도한 노출은 음주를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으며, 특히 청소년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간접광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사실상의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소비를 자극하는 도구로 기능하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 음주 장면의 필요성과 맥락에 대한 보다 엄격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야기 전개에 필수적인 요소인지, 아니면 소비 유도를 위한 장치인지에 대한 판단이 요구된다.
동시에 규제 기관은 간접광고와 서사적 연출 사이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청자 보호 장치 역시 강화되어야 하며, 특히 청소년 접근성이 높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주류 기업 역시 전략의 전환이 요구된다. 단기적인 노출 확대에 의존하기보다, 저도주 제품 개발이나 비알코올 음료 시장 확대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는 방식이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콘텐츠 의존 전략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드라마 속 술잔이 늘어난 현상은 연출 변화일 뿐만 아니라 산업과 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다. 화면 속 한 장면이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다시 소비를 자극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그 영향력을 어떻게 관리하고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