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감옥에서 내려와 땅에서 구속된, 고진수
한동안 바람이 세차게 불거나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나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세종호텔 앞 10미터 도로 시설 구조물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세종호텔 해고자 고진수 지부장 때문이었다. 키가 185cm가 넘는 그는 50cm도 안 되는 높이의 비닐을 덮고 농성해야 하니 허리를 펴지도 못했다. 비바람에 떨어질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세종호텔은 관광객으로 넘쳐나도 고 지부장을 복직시키지 않았고, 민주 노조 조합원만 해고한 것은 부당 해고가 아니라는 사법부는 판결했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억울해서 조선시대 신문고를 올리듯 세상에 신문고를 치기 위해 하늘로 올랐던 것이다. 고공 농성은 그의 목청이 북이 되고 온몸이 깃발이 되는 일이다.

그렇게 336일을 하늘 감옥에서 지내다 내려온 지 3개월도 안 되어 고진수 지부장은 다시 감옥에 갇혔다. 4월 15일 서울시교육청으로 연대하러 갔다가 연행된 그를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한 것이다. 4월 15일 연행자 중 유일하게 구속된 사람이다.
당일 물리적 충돌이나 무기도 없었기에 고 지부장을 구속할 근거는 약했다. 그러나 용산경찰서는 올 초에 있었던 세종호텔 로비 농성 건을 병합시켜서 구속했다. 그를 마치 상습적인 범법행위를 하는 것처럼 몰았다. 표적 구속이다. 서재찬 용산경찰서장은 윤석열 불법 비상계엄 당시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5기동단장으로 국회를 봉쇄한 인물이다. 윤석열이 감옥에 있을 때 서장으로 승진시킨 자다. 헌법을 짓밟은 내란 가담자인 서장이, 헌법에 있는 노동삼권을 행사한 고진수 지부장을 연행하고 가두었다.
다행히 얼마 전 사법부는 세종호텔 노동자의 노동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5월 13일 서울중앙지법 1심 재판부는 고진수 지부장의 공동주거침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혐의가 된 사건은 2024년 5월 30일 정리해고 900일을 맞아 세종호텔 앞에서 문화제를 진행한 후 호텔 로비에 들어가 "정리 해고 철회하라"를 5~6분간 외친 일이다. 이를 두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으로 경찰이 입건하고 검찰이 기소한 것이다.
헌법상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친위쿠데타 체제 |

무엇보다 호텔 노동자가 자신의 근무지인 호텔 로비에 들어가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왜 주거침입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고진수 지부장의 로비 진입을 처벌하려고 한 것 자체가 노동권을 부인하는 행위다. 윤석열을 비롯한 극우 세력은 노조 활동을 불온시한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극우들이 그렇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는 노동권이 보장될 때이다. 돈과 권력을 지닌 기득권이 사회를 좌우할 수 없도록 노동자들이 모이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은 노동권을 지키는 조직이자 민주주의를 이루는 기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퇴진 광장에 많은 노동자가 참여했던 것을 기억해 보라. 고공에 선 고진수를 목격한 시민들은, 민주주의란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라고,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일터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손을 흔들었다. 호텔의 해고로 노조 탄압으로 산산이 부서졌을 그의 마음을 아는 수만 명의 시민들이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윤석열이 민중의 힘으로 탄핵되고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정부는 노동 존중을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노동 존중을 느끼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와 같은 노동 탄압은 없다고 하나, 정말 그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고진수 해고자가 구속된 것이 탄압의 뚜렷한 증거다.
현 정부가 노조 탄압 체제를 여전히 유지한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노조법은 헌법에 보장된 쟁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 3조가 개정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갑자기 이 행위는 헌법적 권리가 아니라 불법이 된다. 심지어 언론을 비롯해 정부까지 사방팔방 불법이라고 떠들어 댄다. 여기에 경찰의 물리적 탄압은 기본이다. 노사 교섭이 기본임에도 쟁의행위 현장에는 언제나 경찰이 개입한다. 쟁의행위를 막는다. 그러고는 공무집행방해라고 몰아간다. 국제 기준은 사람을 해하지 않는 한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는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경찰은 앞세운 사용자들은 불법이란 딱지를 내세운다.
문재인 정부도 그러했지만, 이재명 정부도 검찰 개혁을 한다며 경찰 개혁은 하지 않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 경찰은 여전히 극우 세력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쟁의행위를 하는 노동자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기업주의 친위대가 되어 헌법상의 권리를 경찰이 통제한다. 고진수 지부장은 그렇게 경찰에 연행되고 입건됐고 검찰이 기소해서 구속됐다. 이렇듯 헌법상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친위 쿠데타 체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해고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 |
사실 윤석열의 내란으로 사람들이 광장에 나오기 전에도, 각계각층의 사람이 세종호텔 정리 해고 철회 투쟁에 함께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개신교대책위에 속한 교회 사람들이 예배를 봤다. 세종호텔은 기독교 대학을 표방하는 세종대학교의 수익자산이고, 주명건 씨도 기독교인다. 캠퍼스에는 '애지헌'이라는 교회가 있을 정도다. 조합원들이 이곳에 예배를 보러 갔다가 고진수 지부장이 예배방해죄로 재판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렇기에 현장을 지키는 종교인들의 예배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중에는 기독인도 있다. 예배가 있는 날이면 '기독인 해고 노동자'는 말하곤 했다. 세종호텔에 다니면서 느꼈던 교인으로서의 거리감이 거리 예배를 보면서 사라졌다고. 해고자들의 편에 서는 목사님들이 있어 정말 고마웠고 교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고.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극우 세력의 기반에 '복음주의' 개신교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교인 조합원이 느낀 거리감을 이해할 만하다. 교회에 다닌다고 하지만 무엇이 진짜 그리스도의 정신인지는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이므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지금도 '윤 어게인'을 외치는 다수가 대형 교회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종교의자유가 어느새 극우 세력 확장의 동력이 되고 있는 지금, 권력자의 편이 아니라 쫓겨나고 핍박받는 이의 편에 서는 교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고자들에게는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꼭 종교인이 아니라도 해고자들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억울함에 맞서, 빼앗긴 권리를 되찾는 투쟁이 미련한 짓이 아니라 정의로운 일이라고 응원해 줄 사람들, 연대가 필요하다. 고진수 지부장이 풀려나고 해고자들이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응원단이 필요하다. 응원을 해 줄 분들은 세종호텔 옆에 있는 농성 천막에 작은 말 한마디라도, 편지 한 통이라도 써 주고 가시라. 그러면 5년째 싸우는 해고자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신날 것이다.
명숙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세종호텔공대위 집행위원
명숙 newsnjoy@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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