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도권 최대 격전지’ 평택을 가보니…“후보들 정책 경쟁해야”, “네거티브 그만” 피로감도[6·3 재보궐 현장]

김도윤 2026. 5.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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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안중시장 등 현장 민심 르포
“지역경제 살려야”, “교육·치안 해결해야”
“당대표 출신만 3명인데 정책 안 보여”
네거티브戰 피로 쌓인 시민 불만도
단일화 성사 여부 막판 최대 변수로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안중오거리에서 김용남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자가 조국 조국혁신당 후보의 선거사무실 인근에서 김 후보를 응원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평택)=김도윤 기자] “손님들 오시면 테이블마다 정치 얘기는 꼭 나와요. 근데 마지막엔 결국 ‘단일화가 필요하냐’, 그 얘기로 가더라고요. 표만 괜히 쪼개져서 다른 후보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시구요.” (안중오거리 A식당 주인)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안중오거리. 현장에 들어서니 6·3 평택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뛰어든 각 후보들의 대형 현수막이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평택을의 교통 중심지 중 한 곳인만큼 일대 곳곳에 후보 선거사무실을 알리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안중시장 인근의 한 식당의 계산대에는 후보들이 건네고 간 명함들도 눈에 띄었다. 식당 주인은 “요즘 손님들 간 정치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고 귀띔했다.

평택을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진보당·자유와혁신 등 5개 정당의 후보가 맞붙는 수도권 최대 격전지다. 서해와 인접한 도농복합지인 5개 읍면(안중읍·포승읍·청북읍·오성면·현덕면), 주한미군기지가 주둔한 팽성읍,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있는 고덕국제신도시 등 크게 세 개 권역으로 구분된다.

구도심과 신도심을 포함해 보수·진보·무당층이 혼재해 있어 마지막까지 특정 후보가 유리하다고 예단하기 힘든 지역인 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용남 민주당 후보와 조국 혁신당 후보가 오차 범위 안에서 경쟁하고 유의동 국민의힘 후보가 이를 추격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각 후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4일 경기 평택 안중읍 한 건물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평택갑 출마 후보자들의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도윤 기자

기자가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표심을 물어보니 후보들에 대한 기대와 불만이 엇갈리고 있어 쉽게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안중읍에서만 30년 넘게 살았다는 임모(55) 씨는 “10년 동안 지켜보니 지역에서 꼭 오래 살았다고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란 걸 알았다”며 “안중역 역세권 문제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선 힘 있는 정치인이 와야 하는데, 김용남 후보가 가장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덕동에 거주하는 이미은(40) 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조국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면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이번에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조 후보가) 잘 돼서 큰 정치를 해봤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현덕면에 거주하는 고모(61) 씨는 “여러 명의 후보가 있지만 지역에서 오래 정치해 온 사람은 사실상 유의동 후보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이 최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긴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역에서 일해본 사람이 계속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지할 후보 못 정했다”…치안·의료·‘정부 책임론’ 판단 영향

이어 팽성읍 안정리 로데오거리, 안중읍 안중시장 등을 찾았다. 그곳에서 만난 시민들 중엔 “아직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 중”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포승읍에서 15년째 살고 있다는 학부모 박모(45) 씨는 “아이가 밤에 갑자기 열이 심하게 올라 신호위반까지 하면서 평택시청 인근 병원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며 “평택 서부권엔 제대로 된 응급실이 없다. 종합병원과 더 나은 의료체계를 마련할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신모(50) 씨는 “이곳은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밤에 캄캄한 지역도 주변에 보여서 늦은 시간엔 걱정될 때가 있다”며 “지구대나 경찰서가 더 촘촘하게 생겼으면 좋겠다. 교육이나 치안 관련 정책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팽성읍에서 공인중계사를 하는 A씨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정부 견제를 위해서 야당의 유의동 후보를 찍을지, 아니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용남 후보를 찍을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안중읍 주민이라는 안모(40) 씨는 “서평택은 동평택과 달리 개발 혜택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안중역 인근 역세권 개발에 관심을 갖는 주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경기 평택시 안중읍 안중시장 모습 사진=김도윤 기자
“곧 있으면 선거인데 아직도 후보들 공약이 뭔지 잘 모르겠다” “누가 더 나쁜 후보인지 겨루는 선거도 아니고 배지 욕심은 있는데 먹고사는 문제엔 관심 없는 것 같다”

안중읍에서 고기 유통업을 하는 진모(30) 씨
후보들 간의 이른바 ‘흉보기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유권자도 적지 않았다.

오후 12시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등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을 하던 진모(30·고기유통업) 씨는 목장갑을 낀 채 일하다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있었다. 기자가 지지 후보가 있는지 질문하자 그는 “후보들 욕 좀 해도 되느냐”고 되물으면서 “상대방을 흠집 내서 이기려 하지 말고 먹고사는 문제 해결할 정책을 가지고 경쟁했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최모(52) 씨 역시 “안중읍 경기가 다 죽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으니 건물을 지으려 하겠냐. 공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후보들이) 현수막만 큼지막하게 붙여두곤 지역 발전을 위해 뭘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안중읍에서 술집을 운영한다는 50대 배모 씨는 “(5명의) 후보들 중에 지금까지 지역에서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도 있다”며 “당대표 출신만 3명이나 있는 선거인데 정작 누구 공약이 좋더라. 이런 얘기는 잘 안 나온다”고 꼬집었다.

실제 최근 평택을 선거전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과거 이력과 사법 논란 등 네거티브 공방이 난립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전의 막판 최대 변수는 범여권과 범야권의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후보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양일간 평택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선 김용남 후보는 29%, 조국 후보는 24%, 유의동 후보는 20%, 황교안 후보는 8%, 김재연 후보는 4%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범진보 진영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선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29%, ‘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46%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 응답률 11.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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