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동맹 가속화…표류하는 코인입법이 발목잡나

방윤영 기자, 성시호 기자 2026. 5.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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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 주식 취득 후 두나무 지분구조 변화/그래픽=김지영

하나금융그룹(하나금융지주)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 인수를 결정하는 등 가상자산과 다른 업권과의 동맹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중개수수료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사업 다각화·제도권 진입을 모색할 기회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추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을 위한 기본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법)의 상반기 처리가 사실상 불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국회 본회의 통과도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당정은 당초 법안 처리 시점을 지난해 말로 잡았다가 올해 1분기 내로 목표 시기를 바꿨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법안 처리가 미뤄진 건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를 두고 이견이 갈리면서다. 금융위원회는 법안에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규제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제도권에 들어오면 공공 인프라 성격을 띠게 되므로 그 위상에 걸맞게 지배구조를 개선해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주주 지분이 20%를 초과하면 나머지 지분은 강제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야당과 여당 내부에서도 정부 방안에 반대하며 충돌했다. 이후 정부·여당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20%로 제한하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위헌 논란이 불붙었다. 이례적으로 국회입법조사처(입조처)는 보고서를 내고 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조처는 보고서에서 "지분보유 자체를 제한하는 방식은 재산권(헌법 제23조)과 기업 활동의 자유(제15조)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안 표류하는 사이 ...디지털 생태계 형성 미뤄질 우려

금융사-거래소 합종연횡 관계도/그래픽=윤선정
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시장에선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하나금융그룹은 이날 하나은행을 통해 두나무의 지분 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두나무의 4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취득목적은 '전략적 지분투자를 통한 신금융 경쟁력 확보'로 명시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하나금융그룹과 두나무의 협력을 가시화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거론된다. 해를 넘겨 진통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지배구조에 대해 은행 과반지분을 의무화할지 여부였던 터다. 두나무는 국내 거래소 5사 가운데 유일하게 이해관계를 함께할 주주로 시중은행을 포섭, 과반지분 의무화가 실제 단행되더라도 규제 불이익을 덜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네이버와 두나무가 합병을 공식화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주식교환 형태로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두나무가 네이버(NAVER)그룹 편입을 위한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앞두고 잠재적 비용을 1조원 가량 덜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반대주주를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기간이 올 8월로 다가온 가운데, 하나은행은 중장기 사업전략의 일환으로 두나무 지분을 매수했기에 곧바로 청구권 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그간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재무부담은 주식교환이 무산될 수 있는 요소로 평가받았다. 카카오인베는 두나무가 당초 예고한 매수예정가격(43만9252원)과 같은 값으로 하나은행에 지분을 매도했지만,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실리를 챙겼다.

이번 거래는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 예고 직후 나온 대형 금융권의 가상자산거래소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월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을 인수했다. 코빗의 지분율 92.06%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업계에선 조만간 가상자산 인프라와 기존 금융투자업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한다.

경쟁 거래소의 합종연횡을 목격한 빗썸·코인원이 전통 금융권 접점을 확대하거나 손바뀜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법 논의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 규제가 현실화할 경우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합병·인수를 추진할 이유가 사라진다. 디지털생태계에 진출하려던 사업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구상 중인 사업구조 개편, 타 업권과의 협업 등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지난해 10월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업비트 D 콘퍼런스(UDC) 2025'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제공=두나무

방윤영 기자 byy@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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