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픈데 두통약 처방”… 코인 거래소 지분제한 위헌 논란 격화
대주주 거래소 지분 제한 법제화 논란
전문가 “재산권 침해·위헌 소지”
“적격성 심사·내부통제로 충분해”
![15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영법률학회 2026년 춘계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이 입법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법률학회]](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mk/20260516100001757htre.jpg)
사유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해외 어디에도 입법례가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성장 동력을 꺾을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한국경영법률학회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경영환경의 변화와 기업법의 입법과제’를 대주제로 2026년 춘계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한국경영법률학회·서울지방변호사회·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했으며, 마지막 제4세션은 디지털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주제로 진행됐다. 발제는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가 맡았고, 강현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와 김동민 상명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사회는 이문지 배재대 교수가 맡았다.
![최승재 교수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의 문제점과 위헌 소지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법률학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mk/20260516100003041szqj.jpg)
최 교수는 우선 금융위원회의 규제 근거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인프라’로서 공공성을 갖기 때문에 한국거래소(KRX)나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KRX와 가상자산 거래소는 역사적·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KRX 같은 거래소는 180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회원제 조직으로 출발해 회원(증권사)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며 “공익적 차원에서 태생적으로 지분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던 ATS·KRX와, 누구나 이용자로서 직접 거래할 수 있고 디파이(DeFi) 구조를 지향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구조는 기능을 따른다’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비교법적 검토에서도 금융위 안이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미카(MiCA)는 지분율 10% 이상 주요주주에 대해 적격성 심사를 하지만 지분 자체를 제한하지 않으며, 미국 뉴욕주의 비트라이센스(BitLicense)도 주요 주주 신원조회만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일본 금융청은 2025년 PTS(일본 대체거래소)에 대해서도 지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판단했고, 싱가포르 통화청(MAS)·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도 적격성 심사만 할 뿐 지분율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실질적으로 ‘규제적 수용’에 해당한다”며 “돈 받고 강제로 팔게 만드는 것은 헌법 제23조 재산권 보장과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 본질적 내용 침해 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대안적 수단의 존재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대주주의 부적격 문제라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대응할 수 있고, 운영상 문제라면 내부통제 강화가 답”이라며 “은행처럼 시스템 리스크가 명백한 경우에만 지분 제한이라는 ‘구조적 규제’가 정당화되는데, 현재 가상자산거래소가 그 정도의 시스템 리스크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3인1 수직계열화’(유통·커스터디·트레이딩 통합) 구조의 이해상충 문제,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로 드러난 내부통제 미비 문제는 별개의 쟁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최 교수는 “빗썸 사고는 내부통제 문제이지 대주주 지분 문제가 아니다”라며 “배가 아픈데 두통약을 처방하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강현구 변호사가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과도한 지분 제한 규제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법률학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mk/20260516100004332grei.jpg)
강 변호사는 2~3년 전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전면개정안이 국회에서 폐기된 사례를 상기시켰다. 그는 “종합지급결제업자(내로우 뱅크) 신설과 한국은행 사전 조율 부재로 두 가지 큰 이슈가 부딪히면서 법안 자체가 무산됐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도 잘 추진되다가 대주주 지분 제한이 갑자기 들어오면서 멈춰버렸다. 기시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 규제 논리에 대해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입법례가 없다는 점 ▲ATS·KRX는 설립 단계부터 소유 분산을 전제로 했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미 사업해온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소유구조 재편을 요구한다는 점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거래소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박탈하면 청년 창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린다는 점 등을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대안은 명확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로 대주주 문제에 대응하고, 운영상 문제는 내부통제 강화로 보완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한국거래소가 2015년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된 뒤에도 지분 규제가 유지되는 이유를 짚었다. 그는 “기업 형태와 무관하게 주식·선물 등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거래를 유통하는 기능 때문에 규제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반면 대법원은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강제통용력도 객관적 가치 기준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까지 가상화폐는 재산 가치 있는 자산으로 유통될 뿐이고, 거래소는 그 유통을 중개하는 민간 기업”이라며 “현 단계에서 강제 지분 매각은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이며, 대한민국 자유시장경제 질서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파격적 입법”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김 교수는 “향후 가상화폐가 실질적 화폐 기능을 인정받거나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지면 규제 논의 자체는 가능할 것”이라며 단계적 접근의 여지를 열어뒀다.
최승재 교수는 “공익성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강한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모든 재화·서비스는 공익성을 갖는다. 한국전력처럼 공공성이 매우 큰 영역도 민간 발전사에 대해서는 지분 제한이 아니라 품질 통제와 시장 퇴출 규제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지분 제한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현저한 침익 발생 가능성이 존재할 때’, 대표적으로 시스템 리스크를 가진 은행이라는 게 최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이 ‘은행은 특별하다’고 한 것처럼, 금융위기 전염 위험이 있는 은행은 지분 제한이 정당화되지만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기까지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글로벌 입법 흐름과의 정합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지니어스법을 2025년 7월 통과시킨 데 이어 클래리티법(시장구조법)이 상원에서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가상자산이 점점 금융의 양축 중 하나로 자리잡는 흐름에서, 우리만 엉뚱한 번지수에 매달려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안으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내부통제 체계 고도화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중심 자율규제 체계 확립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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