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 빗장 푼 日…‘K-방산’ 위협 경쟁국 급부상[이현호의 방산!톡]

이현호 기자 2026. 5. 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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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60년 만에 살상 무기 수출 금지 폐지
잠수함·호위함 등 주력분야 K방산과 충돌
日방산업체 수주잔고 전년보다 15% 증가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부쿠마’형 호위함. 사진 제공=일본 해상자위대

일본이 60년 만에 ‘살상무기 수출 금지’ 조항을 폐지하면서 일본 방산업계가 글로벌 방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후 평화헌법 체제 아래 구조·수송·경계·감시·기뢰제거 5개 용도의 무기만 수출을 허가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지난 4월 21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조항을 폐기하면서 ‘무기수출 족쇄’가 풀렸다.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악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일본의 속내는 군수산업(방산)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모습이다. 일본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당장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무기수출 해제 보름 만인 이달 3~7일 인도네시아·필리핀을 연달아 방문해 방산 세일즈에 적극 나서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엔 오야시오급 잠수함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필리핀은 퇴역 예정인 아부쿠마급 구축함 호위함 이전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본 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도 시작됐다. 다카이치 총리도 직접 등판했다. 지난 8일 베트남을 찾아 레 민 흥 총리와 회동하고 방위·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마닐라에서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중고 호위함 수출을 위한 실무 협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일본의 중고 호위함 수출이 성사되면 일본 정부가 살상무기 수출을 허용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수출 사례가 된다.

일본은 해양·방공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첨단 레이더 시스템과 초계함, 요격 미사일 등 일본 제조업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도 가장 핫한 분야다. 이란 전쟁 등 복합 분쟁으로 수요가 높아지면서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 방공 미사일, 포탄, 함정 등 주요 무기 확보 경쟁이 치열한 분위기다.

게다가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IHI 등 일본 방산업체 기술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K-방산에 긴장감이 감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하려는 함정·항공기·잠수함 등은 한국이 강점이 있는 분야로 상당 부분 겹친다”며 “장기적으론 경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일본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12식 지대함 유도탄’ 발사 모습. 연합뉴스

일본이 아세안·해양 방산에 집중하게 되면서 K-방산과 경쟁은 시작됐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K-방산의 주요 파트너지만 일본의 무기수출 빗장이 열리면서 일본 쪽으로 거래 범위를 확대하는 분위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차세대 먹거리인 항공 분야에서도 일본과 K-방산이 맞붙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2년 일본은 영국·이탈리아와 손잡고 2035년 배치를 목표로 6세대 차세대 스텔스(GCAP)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당장 한국이 양산을 시작한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는 당장 경쟁할 무기는 아니지만 일본은 6세대 전투기 플랫폼을 기반으로 호주·인도·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 미래에 경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재로선 단기적으로 K-방산이 우위에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5년 단위로 집계하는 방산시장 수출 점유율에 따르면 한국은 2021~2025년 세계 9위(3.0%)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30위까지 발표하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일본 방산이 그동안 내수 중심이라 국제 방산 마케팅과 대규모 수출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그렇지만 일본의 기술력 등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호주는 지난 4월 18일 미쓰비시중공업과 7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호위함 ‘모가미급’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에선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참여해 고배를 마셨던 사업이다. 최근엔 뉴질랜드도 일본의 모가미급 호위함 구매를 타진 중이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살상무기 수출 족쇄를 풀면서 일본 방산업계가 최적의 타이밍을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실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방위력 증강 정책에 힘입어 일본 3대 중공업 회사인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IHI의 2025회계연도 연결 결산에서 방위 사업 수주잔고가 총 6조 2500억엔(약 59조 1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방산안보실장은 “일본은 해양과 항공 분야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이고, 유럽과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까지 진행 중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충분히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해양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으로 향후 지상·공중 분야에서도 일본은 최대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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