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수뇌부 ‘최후 호소’·노동부 장관 ‘등판’도 허사…파업 카운트다운

김현일 2026. 5. 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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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대국민 사과 이어 노조 사무실 방문
‘반도체 수장’ 전영현, 노조와 두달 만에 대면
사업부장 전원 출동, 막판 노조 달래기 나서
대화 재개 요청에도 노조 측 입장 굽히지 않아
노사 자체 해결법 못 찾아…정부 개입 불가피
전영현(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디바이스솔루션(DS) 경영진이 15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위치한 초기업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공동투쟁본부 정승원 국장, 이송이 부위원장, 최승호 위원장, 김재원 국장. 오른쪽 위부터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전영현 부회장, 김용관 경영전략총괄 사장.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최고 경영진까지 투입해 노동조합과 대화 재개를 시도했지만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은 현실이 되고 있다.

총파업 개시일까지 이제 닷새 남은 가운데 ‘긴급조정권’ 카드를 쥔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등판해 막판 중재에 나섰지만 노조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삼성 부회장·노동부 장관 달래기…‘파업 열차’는 가속
김영훈(오른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위치한 초기업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초기업노동조합 제공]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 위치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사무실을 찾았다.

전영현 부회장이 노조 간부들과 대면한 건 지난 3월 23일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는 김용관 경영전략총괄,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등 사장 3인방도 동석했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도 겸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DS부문의 3대 사업부장이 모두 출동한 셈이다.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파업은 노사 모두가 지는 것이니 절박한 마음에 찾아왔다”며 대화 재개를 거듭 호소했다.

앞서 노조는 15일 오전 10시까지 전 부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회신 받지 못했다. 그러자 파업 종료일인 6월 7일 이후 협의하겠다며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았다.

이후 전 부회장은 사장단 18명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곧바로 노조 사무실을 찾았다. 최대 100조원 규모의 피해를 초래하는 총파업 만큼은 막기 위해 직접 나섰지만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를 안건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노조는 뒤이어 방문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도 교섭 재개 조건으로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 ‘사측의 실질적 입장 변화’를 내걸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장관은 일단 노조의 의견을 회사 측에 전달해 접점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지만 파업 전 극적 타결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총파업 D-5’ 5만명 동참…‘극약처방’ 긴급조정권 주목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윤창빈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최고 경영진의 최후 호소와 노동부 장관의 막판 중재도 사실상 벽에 부딪히면서 대규모 총파업은 현실이 되고 있다. 15일 기준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조합원은 4만6028명에 달한다. 노조는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노사 관계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삼성전자 주주들은 물론 산업계와 정부도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승훈 인하대 교수, 이승길 한국ILO협회장,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지난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주행동연구원 좌담회에서 “반도체와 같은 장치 산업은 24시간 연속 공정이 필수적이어서 라인이 한 번 멈추면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한 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재계는 정부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결국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지해야 한다. 30일이 경과할 때까지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 및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역대 4차례에 한해 발동됐을 만큼 흔치 않아 정부는 직접 개입에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14일 SNS에 올린 글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만은 막아야 한다. 산업부 장관으로서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며 긴급조정권 논의에 물꼬를 텄다. 다만 긴급발동권 발동 권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있다.

사측 ‘조건 없는 대화’ vs. 노조 ‘투쟁 수위 고조’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윤창빈 기자

회사 측은 여전히 ‘조건 없는 대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직접 개입에 앞서 우선 총파업 개시일인 21일 이전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조와의 대화로 자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노조 측은 연봉의 50%로 정해진 성과급 상한을 영구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제도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사측 대표교섭위원 교체를 추가 대화 조건으로 내걸어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회사 측은 기존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0%’와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중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상한이 없는 특별보상 제도를 추가 신설하는 ‘유연한 제도화’를 제안했다.

앞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올해 국내 반도체 업계 실적 1위를 달성하면 영업이익의 12%를 재원으로 DS부문에 특별포상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DS부문 공통 70%, 사업부 30%로 나눠 메모리사업부가 더 많이 받는 구조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를 모두 ‘일회성 포상’이라고 규정하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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