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가또 하이닉스”…외국 개미, 한국 증시로 얼마나 몰려올까

김은성 기자 2026. 5.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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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개인 한국 주식 직거래 시대 개막
증권사들 외인 유치 통합계좌 출시 예고
코스피가 장 초반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뒤 급락 전환해 7,500선을 내준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8,000선 돌파기념 세리머니 흔적을 바라보고 있다.
일본인 개인투자자가 공개한 증권 계좌 화면. 엑스(X) 계정 캡처

일본의 한 개인투자자가 SK하이닉스에 투자해 100억원에 가까운 자산을 모았다는 글을 5월 11일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2년 전 자산의 95%를 SK하이닉스에 투자했고, 자산이 8배로 늘어 총자산 10억엔을 달성했다”는 글과 함께 수익 인증 계좌를 공개했다.

미국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의 창립자인 로버트 레슈너(Robert Leshner)는 5월 4일 X 계정을 통해 “코인 투자하는 친구들이 일요일 밤 11시에 다들 한국 주식을 하고 있다”고 밝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반도체주 강세와 맞물려 외국 개인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X에서는 한국 증시를 의미하는 ‘#EWY’가 표시된 글들이 올라오며 해외 투자자들의 토론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외국 개미들도 자국 증권사 계좌로 한국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려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글로벌 대형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거래 편의를 높이는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5월 12일부터 개시했다. 외국인 통합계좌(Omnibus Account)는 해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필요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한국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 계좌로 엔비디아 같은 미국 주식을 사는 것처럼, 한국에 살지 않는 해외 투자자가 자신이 사용 중인 증권 계좌를 통해 한국 주식을 손쉽게 직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외국 개미도 ‘삼전닉스’ 앓이 하며 토론

그간 외국인 기관투자자는 국내 증권사에 직접 계좌를 개설해 한국 주식에 투자했지만,외국인 개인투자자는 사전 투자등록과 계좌 개설 절차의 복잡성으로 직접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외국인 개인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투자하려면 미국에 상장한 한국 ETF(상장지수펀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해야 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국내 주식 시장 접근성 개선과 환율 안정 등을 위해 올해 초 외국인 통합계좌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섰고, 삼성증권이 서비스를 내놨다.

특정 국가에 한해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인 곳은 있었으나, 다양한 국적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증권사와 제휴를 맺은 곳은 삼성증권이 처음이다. IBKR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20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다. 170여개국 해외 시장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세계 각지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유입 통로가 될 수 있다. 삼성증권 외에도 하나, 메리츠, 미래에셋, NH, KB, 유안타 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글로벌 증권사와 제휴해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거나 검토 중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과 일본, 홍콩 등 주요 금융 선진국에서는 외국인 통합계좌가 기본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거래 비중은 20% 수준으로, 체급이 비슷한 일본(31%)이나 대만(35%)에 비해 낮다. 통합계좌가 안착해 외국인 개미들이 유입될 경우 국내 증시의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통합계좌는 K증시 선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초기엔 인지도가 높은 대형주에 거래가 집중되겠지만 시장 이해도가 축적되면서 중소형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산해 국내 증시의 글로벌 유동성 제고와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합계좌에 따른 접근성 확대 효과는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국 가계의 해외 주식 비중(7.5%) 중 2%가 국내로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중기적으로 3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 유입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려는 해외 개미들의 수요는 높다. SK하이닉스(26.9%)와 삼성전자(23.4%) 등 삼전닉스 비중이 절반이 넘는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지난 4월 초 미국에서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23억달러(약 3조4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돼 이슈가 됐다. ETF 정보업체 ETF.com은 펀드 흥행에 대해 “고대역폭메모리(HBM) 3대 주요 생산업체 중 2곳이 한국에만 상장돼 미국의 주요 반도체 펀드에 편입되지 않은 탓에 투자자들이 이 종목들을 깔끔하게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펀드가 해결 방법을 제시해줬다는 설명이다.

금융규제 완화 따른 리스크 관리 시험대

외국인 통합계좌가 활성화하면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MSCI는 한국의 선진국지수 편입 거부 이유로 외국인의 시장 접근성 부족을 핵심 보완 과제로 제시했다.

만약 내달 발표되는 MSCI 연례 시장분류 검토에서 한국이 선진국지수 관찰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면 1년가량 모니터를 거쳐 이르면 내년 6월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편입에 성공하면 세계 패시브 자금(지수 추종 자금) 수십조원이 자동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온다. 패시브 자금은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증시 변동성을 줄이고 지수의 하단을 받쳐주는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

외국인 통합계좌 활성화는 한국 증시가 선진화로 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불공정 거래 위험에 대한 리스크도 안고 있다. 일각에선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만큼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을 위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거래하면 한 달간 모아 당국에 보고하도록 했던 보고 기간을 분기별로 완화했다. 이로 인한 이상 거래 징후에 대한 적기 조사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사들의 거래 패턴이나 사전 식별 체계를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해당 시차(보고 주기 완화)가 시장 감시에 의미 있는 공백을 만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라며 “글로벌 증권사들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따른 세계 표준인 KYC(Know-Your-Customer·고객확인제도)와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관리하면 일각서 제기되는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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