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의 시효를 묻는 이 사람 [사람IN]

김은지 기자 2026. 5. 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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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시효를 두는 게 정당한가? 과거사 사건을 다루는 이들의 오랜 화두다.

하 변호사를 비롯한 원고 측은 "국가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국가폭력에 대한 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20년 가까이 국가폭력 사건을 다루며 법의 한계를 드러내고, 때로는 그 경계를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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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하주희 변호사. ⓒ시사IN 이명익

국가폭력에 시효를 두는 게 정당한가? 과거사 사건을 다루는 이들의 오랜 화두다. 국가폭력의 가해자는 국가다. 한 개인이 겪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 대부분을 국가가 가지고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싸우기 힘든 상황 속에서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시효를 적용하면, 국가의 책임은 쉽게 휘발된다.

하주희 변호사(51)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진 법조인이다. 질문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부딪쳐서 결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기지촌 여성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승리로 이끈 바 있다. 1960~1970년대에 벌어진 정부의 조직적 기지촌 관리와 법적 근거 없이 여성들을 강제격리 수용하고 치료한 데 대한 문제 제기였다.

소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손사래를 쳤다. 기지촌 여성을 돕는 시민단체에서도 승소 가능성보다는 상징적 의미로라도 도전해보자며 하주희 변호사의 등을 두드렸다. 성매매, 주한 미군, 소멸시효···. 여러모로 뛰어넘어야 할 키워드가 많은 사건이었다. 당시 정부는 장기 소멸시효 5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를 비롯한 원고 측은 “국가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법원은 기지촌 여성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4년 시작해 8년 만에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다. “동 뜨는 데에는 나도 역할을 했지만 많은 사람과 함께한 사건이었다. 소송이 길어지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내가 이 사건을 한 것처럼 비칠 뿐이다.”(하주희 변호사)

현재는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를 대리해 국가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성폭력 피해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소송 시기를 고민하던 하 변호사를 움직인 건 12·3 비상계엄이었다. 빠르게 제압한 내란이었지만 ‘열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며칠간 잠을 설친 것은 물론이고 정신과 전문의를 다시 찾은 피해자도 있었다. 빠르게 소장을 써서 2024년 12월12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 그가 또 다른 국가폭력 사건에 도전한다. 시효가 발목을 잡은 사건이다. 1974년 탈북한 김관섭씨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대성공사’에서 3년 6개월가량 갇힌 채 각종 고문을 당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대성공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했으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김씨의 패소를 선언했다. 하주희 변호사는 제3기 진실화해위원회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진상규명 개시 결정을 1차 목표로 삼고, 소멸시효의 벽을 뛰어넘을 작정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국가폭력에 대한 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입법 논의가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도 하 변호사는 기대를 건다. 피해자들이 진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판결과 그에 따른 배상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고 여겨 제도권과 거리를 두었던 그는, 사회생활을 하다 뒤늦게 사법시험에 도전해 합격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국가폭력 사건을 다루며 법의 한계를 드러내고, 때로는 그 경계를 넓혀왔다. 하 변호사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법원의 태도는 분명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 역시 그 변화의 연장선에서 다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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