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도 삼전닉스로”…퇴직연금까지 증시로 몰린다
DC형 적립금 1년 새 56% 급증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하며 투자 열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퇴직연금까지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안정적 운용이 일반적이던 노후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 5곳의 올해 1분기 퇴직연금(DB·DC·IRP) 적립금은 107조9565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3% 증가했다.
특히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DB(확정급여)형이 0.4%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가입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DC(확정기여)형은 56% 급증했다. 퇴직연금 운용 기조가 원금 보장 중심에서 공격적 투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종목은 이른바 '삼전닉스'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AI확산으로 반도체 산업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 수요도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편입한 ETF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일부 채권혼합형 상품은 퇴직연금 규정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투자 한도 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점도 자금 유입 배경으로 꼽힌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장기 보유 심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AI 업계 종사자들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를 근거로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단기 변동성보다 산업 성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반도체 대표주라 하더라도 주식은 본질적으로 고위험 자산인 만큼, 노후 자금을 특정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승장에서는 장기 투자 서사가 강해지지만 퇴직연금은 생활 안정 자금이라는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며 "수익률만 보고 쏠림 투자에 나설 경우 하락장에서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