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산 철근 없인 AI 못돌린다”…美 데이터센터 뼈대로 화려한 부활

정지성 기자(jsjs19@mk.co.kr) 2026. 5. 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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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철강수출 10년만 최대
4월 40만t 수출 폭증세
‘골칫덩이’ 철근 11배 늘어
中 철강사 감산여파도 한몫
현대제철 1분기 흑자전환
현대제철이 가동중인 전기로-고로 복합프로세스. [현대제철]
한국 철강업계가 50% 관세 장벽을 뚫고 미국 시장에서 10년여 만에 최대 수출 실적을 썼다. 미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맞물리면서 현지 철강 수요가 폭발한 결과다.

15일 한국철강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은 39만9852t을 기록하며 2015년 2월(40만4155t) 이후 최고치를 달성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50% 관세를 발효한 직후인 지난해 6월(23만8999t)보다 67.3% 급증하며 관세 충격을 완전히 만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8월 15만4160t까지 급감했던 대미 수출은 올해 들어 2월 30만7338t, 3월 33만4193t, 4월 39만9852t으로 확연한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길 선봉에 선 품목은 철근이다. 그동안 수출 비중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던 철근 품목이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하며 K철강의 새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했다. 대미 철근 수출은 올 1월 11만7779t, 4월 9만4155t으로 관세 발효 직후인 지난해 6월(8136t) 대비 11배 이상 급증했다.

수출 호조는 철근에만 그치지 않는다. 컬러강판의 4월 대미 수출은 2만3968t으로 지난해 6월(1만122t) 대비 136.8% 급증했고 아연도강판(92.8%), 냉연강판(89.4%), 강관(51.6%), 열연강판(13.3%) 등 사실상 중후판을 제외한 모든 품목에 걸쳐 대미 수출이 확대됐다. 강관은 13만6554t으로 대미 수출 품목 중 절대량 1위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용지에 고층·복층 구조로 짓는 경우가 많아 철근 등 건축용 철강재 소요량이 일반 건축물보다 많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현지 내수 가격이 급등해 50% 관세를 부담하고도 수출 채산성이 확보되는 상황”이라며 “2분기 이후에도 미국 시장 수요는 지속될 전망으로 내수·수출 물량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수출 확대 흐름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전략적 프레임워크 협약(SFA)을 맺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데이터센터에 탄소 저감 강재와 H형강 등 친환경 철강재를 공급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데이터센터 전용 맞춤형 강재 ‘디-메가빔’을 앞세워 올해 수출 비중을 지난해 11%에서 1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출 확대 전략은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동국제강은 1분기 영업이익 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3.9% 폭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분기 190억원 영업손실에서 올 1분기 157억원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대제철의 미국향 철근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286% 급증하며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K철강의 부활을 돕는 대외 여건도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조강 생산량은 2억4755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다. 바오우그룹 등 중국 주요 철강사들이 연간 5000만t 규모 감산안을 추진하며 기조를 바꾼 결과다.

다만 미국 쏠림 심화는 새로운 변수다. 전체 글로벌 수출량은 관세 발효 직후 지난해 6월(213만7081t) 대비 4월(241만3218t) 12.9% 늘어나는 데 그쳤고 튀르키예(-19.8%), 멕시코(-20.3%), 인도네시아(-27%) 등 주요 수출국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박솔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지난해 4분기부터 대미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다른 국가의 수출 물량은 감소한 곳도 많다”며 “철강업계가 마진이 높은 미국 시장으로 물량을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수출 급증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AI 시대 고부가가치 맞춤형 강재로 체질을 개선한 구조적 성과”라며 “중국 철강사들의 감산으로 저가 물량 공세가 완화되면서 올 하반기부터 철강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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