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설’…美, 이란전쟁 특수에 ‘세계최대 에너지 수출국’ 질주

정목희 2026. 5. 1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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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혁명·우크라戰 이어 호르무즈 봉쇄 반사익
LNG·원유·프로판 수출급증…공급망 핵심 부상
지난달 이란 항구를 향해 항해하는 이란 국적의 원유 유조선 허비호를 미국의 USS 라파엘 파랄타호가 봉쇄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20년 전 시작된 미국의 셰일가스·셰일오일 개발 붐이 이란 전쟁과 맞물려 미국을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으로 탈바꿈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프로판, 목재 펠릿 등 다양한 에너지 제품의 수출 확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이란 전쟁과 공급난 속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최근 이란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뒤흔든 대표적 변수로 꼽힌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 LNG 공급량의 비슷한 비중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차질을 빚자 에너지 수입 의존 국가들은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섰다. 상당수 국가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 항구로 향하는 유조선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에너지 업계는 이미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미국의 에너지 수출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의 노먼 리브케 애널리스트는 고객 보고서에서 “미국이 자국 공급 안보를 해치지 않으면서 현재의 높은 수출 속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수출 확대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는 인프라가 꼽힌다. 특히 천연가스를 영하 260도(화씨 기준)까지 냉각해 액체 상태로 만든 뒤 해상 운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대규모 LNG 수출 터미널 확보가 핵심 과제다.

미국 본토 48개 주에서 생산된 LNG의 해외 수출은 2016년 루이지애나주의 한 터미널에서 시작됐다. 원래 해외산 천연가스를 들여오기 위해 건설된 시설이었지만 이후 수출 기지로 전환됐다. 천연가스는 냉각하면 부피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대형 LNG 운반선 한 척만으로도 약 7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실을 수 있다.

미국의 LNG 수출은 시작 2년 만인 2018년 5배 이상 급증해 1조입방피트를 넘어섰다. 당시 주요 수입국은 한국과 일본, 멕시코였다.

이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교역 구조를 뒤흔들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고, 프랑스·영국·스페인·네덜란드 등은 LNG 확보 경쟁에 뛰어들며 아시아행 물량까지 유럽으로 돌렸다.

이에 맞춰 미국의 수출 능력도 빠르게 확대됐다. 미국은 지난해 5조입방피트 이상의 LNG를 해외로 수출했으며, 유럽과 동아시아 공급을 유지하는 동시에 터키와 이집트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했다.

최근 텍사스 해안의 골든패스 LNG 터미널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생산량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도 글로벌 LNG 가격이 2022년 당시처럼 급등하지 않도록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한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는 페르시아만 충돌이 본격화되기 전인 2월보다 3월 미국산 LNG 수입량을 최소 50% 이상 늘렸다.

원유 분야에서도 미국의 수출 확대는 인프라 투자에 힘입고 있다. 미국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의 수출 관문인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항은 지난해 6억2500만달러를 투입해 항로 확장·준설 공사를 마쳤다. 이를 통해 초대형 유조선의 양방향 운항이 가능해졌다.

이란 전쟁 여파로 지난 3월 코퍼스크리스티항의 원유 선적량은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까지 금지됐던 미국산 원유 수출도 지난 4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은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 등 정제 석유제품에서도 순수출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 부족 속에서 관련 제품 수출은 지난달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어났다.

특히 가장 압도적인 수출 품목은 프로판이다. 미국인들에게 프로판은 바비큐나 캠핑용 연료 이미지가 강하지만, 세계적으로는 플라스틱 제조와 가정 난방, 산업 장비 운용, 일부 국가에서는 자동차 연료로도 사용된다.

프로판은 병입이 쉽다는 장점 덕분에 셰일혁명 초기 가장 먼저 해외 시장으로 대량 공급된 에너지 제품 중 하나였다. 특히 아시아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은 빠르게 세계 최대 프로판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현재 미국은 글로벌 프로판 수출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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