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조 국민연금, 국내주식 늘릴까…자산 배분 ‘기로’

홍성희 2026. 5. 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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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 최근 1,700조를 넘어, 1,800조에 육박하는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코스피가 '꿈의 8천피'를 달성하는 등 올해도 기록적인 상승을 이어가며, 기금 수익 규모도 많이 늘어난 걸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중요한 의사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중기 자산 배분안'을 심의·의결하는 일입니다.

중시 자산 배분은 향후 5년 투자 자산별 비중 목표치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특히 올해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늘릴지가 논의의 초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쟁점을 분석했습니다.

■ 올해만 3백조 벌어…국내 주식 수익률 49.8%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1,458조 원이었습니다. 지난해 연간 운용 수익은 231조 원으로 '역대급'이란 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역대급 수익을 올해는 벌써 뛰어넘은 걸로 보입니다.

KBS 취재 결과, 현재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1,800조에 육박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올해만 3백조 넘게 기금이 늘어난 겁니다.

수익 대부분은 '국내 주식'에서 나온 걸로 보입니다.

국민연금 공시를 보면 2월 말 기준 국내 주식 수익률은 49.8%였습니다. 해외 주식 수익률 3.2%를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지난해 국내 주식 수익률은 82.4%로 아직 여기에는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 '투자 한도 초과' 국내 주식…자산 배분 늘릴까?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어제(14일) 열렸습니다.

안건은 중기 자산 배분안 중간보고였습니다.

중기 자산 배분은 국민연금 기금이 향후 5년(2027~2031년) 동안 추구할 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결정하는 전략적 계획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노후 자금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지 5년 단위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입니다.

국민연금은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만큼 여기서 결정되는 '자산별 목표 비중'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번 중기 자산 배분의 핵심 쟁점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늘릴지, 늘린다면 얼마나 늘릴지로 보입니다.

현재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입니다.

당초 14.4%였지만, 올해 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목표 비중을 0.5%p 상향 조정했습니다.

국내 증시 수익률이 워낙 높다 보니 자산별 목표 비중을 중간에 수정하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 연출된 겁니다.

이렇게 상향 조정한 목표 비중도 이미 초과한 상태입니다.

국민연금 기금 공시를 보면 2월 말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4.5%(395조 원)에 달했습니다.

주식 평가액이 커지면서 비중도 자동으로 늘어난 영향입니다.

목표 비중에서 멀리 벗어나면(전략적 자산 배분 허용 범위 ±3.0%) 해당 자산을 팔아 비중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따라서 국내 주식을 더 보유하려면 이번에 목표 비중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 국내 주식은 좋은 자산? 기로에 선 국민연금

최근 국내 증시 상황만 보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당연히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오랫동안 국내 주식은 국민연금의 여러 자산 중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낮은, 즉 '나쁜 자산'에 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내 투자는 지속적으로 줄이고, 해외 투자는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 기조를 이어왔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식 비중은 2024년 11.5%까지 떨어졌고, 해외 주식은 35.5%까지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출처 :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한 연기금 전문가는 "국내 증시가 오르는 상황이 일시적인 건지, 국내 주식 시장이 일종의 '퀀텀 점프'를 해서 근본적으로 바뀐 건지 판단이 필요하다"며 "자산 배분 방향의 갈림길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 "국내 증시, 고질적 저평가는 해소됐다"

이와 관련해 국내 주식 시장이 구조적으로 개선된 만큼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옵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많이 해소되면서 위험이 많이 줄어들었고, 반도체 기업 중심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 자체가 과거 대비와 크게 다르게 재평가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최근 열린 '연기금의 바람직한 자산 배분 전략' 심포지엄에서 코스피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 Book-value Ratio)이 2.38까지 올라왔다며, 독일이나 일본보다 높아 "고질적 저평가가 해소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 ‘거시경제 환경변화 및연기금의 바람직한 자산배분 전략’,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발표 자료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선 '위험 분산' 문제입니다. 아무리 국내 증시가 좋다고 해도, 한국 경제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 정도에 불과합니다.

연기금은 국민 노후 자금이란 측면에서 변동성이 큰 시장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수익률이 하락하면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매도할 때 '시장 충격'도 걱정되는 지점입니다.

연금 고갈 예상 시점이 2064년으로 다시 늦춰지긴 했지만,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자산을 팔아야 할 때가 올 겁니다.

이때 국내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할 경우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요동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5월 말 다시 한 번 회의를 열어, 중기 자산 배분안을 최종 심의 의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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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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