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물열전] (20) 첫 흑인 노벨문학상 수상 월레 소잉카
![노벨문학상 작가 월레 소잉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yonhap/20260516080222192xvzz.jpg)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아프리카 노벨문학상 작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작가는 뭐니 뭐니 해도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이다.
1986년 아프리카 출신 흑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따르면 그는 평생 권력 행사에 내재한 악의 문제를 조명하는 데 천착해왔다.
1934년 7월 13일 나이지리아 남서부 아베오쿠타의 요루바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올해 만 91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대의 양심'으로서 활발한 집필과 사회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 자신이 갖고 있던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찢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세계 도처의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정권들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이자 노익장 작가로서 강단을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그의 방문 비자를 취소했다고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뒤끝'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됐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수시로 강의해온 터였다.
소잉카는 나이지리아 명문 이바단 유니버시티칼리지를 졸업하고 1958년 영국 리즈대에서 영어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런던 로열코트 극장에서 희곡 분석 등을 맡으며 현대 연극의 실무를 익힌 소잉카는 귀국해서 극단을 창단하며 첫 희곡 '숲의 춤'을 발표했다.
1960년 나이지리아가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대다수 지식인이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독립투사 출신인 그는 희곡에서 혼란을 예견하며 나이지리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싹을 보였다. 아프리카는 과거에도 부패와 실수로 얼룩져 황금기가 아니었듯 독립 이후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8월 나이지리아 월레 소잉카 극장의 연극 리허설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yonhap/20260516080222371ivei.jpg)
이러한 냉철한 현실 인식은 1965년 소설 '통역자들'을 거쳐 나이지리아의 독립 60주년(2020년)을 맞아 소설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연대기'(2021년 작)를 통해 나이지리아의 부패 문제를 풍자하기까지 일관되게 이어진다.
소잉카가 거의 50년 만에 낸 이 소설에는 "우리가 모두 자기기만의 이 땅에서 쉬지 않고 떠들어대며 우리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우리는 모두 나이지리아인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요루바족의 신화적 상징주의와 정제된 시적 문체를 결합해 종교 지도자와 지식인 등 사회 기득권층의 복잡한 내면과 도덕적 파산을 유머러스하면서도 통렬하게 파헤쳤다.
불의에 침묵하는 대신 행동하는 지성답게 그는 순수문학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활발한 현실 참여를 했다.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내전(1967∼1969년) 당시 종족주의를 넘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독자적 중재 노력을 했다가 반역자로 몰려 22개월간 독방에 수감됐다. 정확한 언어 구사와 운문의 거장답게 이 당시 경험을 토대로 '옥중시편'('지하감옥에서의 셔틀')을 발간했으며 옥중수기 '사람은 죽었다'(1972년 출간)도 썼다.
모두 두 번이나 수감된 그는 회고록 일부 원고를 화장실 휴지에 썼다.
평론집으로 '신화, 문학, 아프리카 세계', '예술, 대화, 그리고 분노' 등이 있고 회고록 '너는 새벽에 길을 떠나야 한다'(2006년) 등 방대한 저술 활동을 했다.
그런가 하면 나이지리아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리더십을 비판한 작가답게 정치단체에 참가하고 2010년에는 직접 '인민연맹민주전선'(DFPF)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의장으로서 정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2005년 만해축전-세계평화시인대회에 참가차 방한해 110여명의 국내외 시인과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 육로관광을 다녀온 뒤 "남북한이 하나가 되길 바란다"면서 "통일은 물리적인 통일뿐 아니라 마음과 생각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금강산 가는 버스 안에서 소감 밝히는 소잉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yonhap/20260516080222537wnyw.jpg)
금강산에 대한 소감과 관련, 아프리카 출신다운 독특한 자연·인문관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내게 있어서 산에 대한 감정은 인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이 아름다운 산(금강산) 주위의 인간문화에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금강산) 와서 기분이 슬펐다. 나는 사물을 볼 때 그 자체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인간문화에 더 관심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산에 대한 즐거움은 남쪽에서 더 컸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시인들이 북한 당국의 반대로 행사에 동참하지 못한 데 대해 분노했다.
제9회 만해대상 문학부문상을 받은 자리에선 "시인들은 험한 산속에서 금을 캐내는 광부처럼 세상에 좀 더 밝은 빛을 주고,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사람"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2012년 9월 방한해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 "상을 받으려고 작품을 썼던 것이 아니고 작가들이 수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써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운과 완벽한 타이밍, 그리고 작품의 높은 질이 한꺼번에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4년 12월 당시 스페인 바르셀로나 포럼장의 소잉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yonhap/20260516080222715amlt.jpg)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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